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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참파노 Nov 09. 2023

음란의 왕자

복면을 쓰는 소년(실화일수도... 아닐수도...)

그 녀석의 별명은 넙치였다. 넙치는 열다섯 살임에도 불구하고 성욕을 주체할 수 없었다. 친구들이 모여 포르노 테이프를 볼 때면 항상 아이들에게 볼멘소리를 하며 옆방에 가 있어 달라고 했다. 자신은 관람을 하면서 반드시 해야만 하는 행동이 있다며 말이다. 넙치는 공부를 꽤나 잘했다. 성적은 반에서도 항상 상위였으며 공부를 잘하는 아이들만 모아 선행학습을 시키는 과학반에서 활동을 했었기 때문이었다. 넙치는 산속에 위치한 외곽의 아파트에 살았는데 그곳은 인적이 드문 곳이었다. 근처에 슈퍼마켓도 없었고 주황색 가로등에 바로 아스팔트길과 아파트만 있을 뿐이었다. 넙치는 언제나 괴로움에 시달려야 했다. 시도 때도 없이 올라오는 성욕에 이미 뇌는 도파민에 절여져 있었고 자위행위를 하루에도 3번씩이나 했다. 그래도 성욕이 풀리지 않으면 넙치가 하는 행동은 가히 범죄에 가까운 짓을 했다.

 

때는 1995년, 열다섯 살의 넙치는 영화에서 나오는 저격수들이 쓰는 눈과 입만 보이는 복면을 하나 마련했다. 그것은 그 녀석의 성욕을 해소하기 위한 것이었다. 성욕 때문에 몸이 뒤틀리는 날이면 녀석은 그것을 착용하고 아파트 단지를 나와 주황색 가로등 뒤로 있는 숲 속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조용히 몸을 숲 풀에 숨기고 앉아서 목표물이 지나가기만을 기다렸다. 그런 그 녀석의 모습은 마치 승냥이 같았다. 묘한 설렘과 긴장감을 느끼며 20대 초반에서 30대 초반의 여성들이 지나가기를 기다렸다. 물론 무리 지어 가는 여성들은 목표물에서 제외되었다. 반드시 혼자 있는 여성만을 노리는 넙치였다. 아파트 단지에는 그래도 꽤 많은 사람들이 살았고 아파트 주변에는 주택들도 있었기 때문에 넙치는 손쉽게 먹잇감을 물색할 수 있었다.

 

그리고 얼마의 시간이 흘러 가로등 밑으로 여성들이 지나간다. 뚱뚱하고 덩치가 큰 여자들은 제외가 된다. 그리고 적당한 때가 왔을 때 넙치의 앞으로 아름다운 20대의 여성이 혼자서 나타난다. 블라우스를 입고 느린 걸음으로 가로등 밑을 걷고 있다. 이미 넙치는 복면을 쓰고 있었고 주위를 한번 확인한 뒤, 망설임 없이 여자를 향해 달려든다. 열다섯 살이지만 넙치의 행동에는 거침이 없다. 목표물에 도착하자마자 넙치의 손은 그 여인의 가슴으로 간다. 순간 놀라 여인이 소리를 질러도 그 여인을 돌아봐줄 사람은 근처에 아무도 없다. 더욱 대담해진 넙치는 그녀의 가슴을 마음껏 주무른다. 흡사 찹쌀떡을 손에 쥐고 주무르듯 넙치는 그 여성을 마음껏 유린했다. 열다섯 넙치의 사고체계 속에서는 그녀는 사람이 아니라 넙치의 도구에 불과했다. 죄책감 같은 것은 넙치에게 없다. 그냥 그 순간이 만족스럽고 유쾌할 따름이다. 여자는 울며 놀라서 비명을 지르지만 넙치는 아랑곳하지 않는다. 그렇게 자신의 욕구를 마음껏 채운 넙치는 완전범죄를 위해 아파트 단지 밖으로 도망을 친다. 그런 일을 저지르고도 넙치는 다음날 학교에 와서 수업을 받았고 과학반 활동도 열심히 했다. 그런 범죄에 가까운 행동이 열다섯 그놈에게는 삶의 활력이었다.

 

나는 넙치와 같은 고등학교에 진학했고 스무 살이 되었을 때 같은 반 여자아이의 손을 잡고 연인이 된 모습을 보이는 넙치를 발견했다. 순간 많은 생각이 들었다. 그 여자아이는 넙치의 어느 부분이 마음에 들었는지 모르지만 넙치의 강요 혹은 협박에 가까운 성적인 요구에 심란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시간이 더 흘러 소셜네트워크라는 것이 생기고 나서 나는 거기서 넙치를 보았다. 아내가 있었고 토끼 같은 아들이 둘이나 있었다. 번듯한 직장인이었고 그의 가정에는 행복이 같이 있는 듯했다. 그리고 현명해 보이는 아내가 사진 속에서 해맑게 웃고 있었다. 나는 여러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런 상상을 했다. 넙치가 솔직하게 아들들에게 자신의 과거를 털어놓는 상상 말이다.

 


 

아들들아! 아빠가 예전에 공부하다가 성욕이 생기면 복면을 챙겨 쓰고 내려가 숲에서 기다리다가 지나가는 여자들의 가슴을 만지곤 했어! 너희들도 좀 더 크면 아빠가 수법을 알려줄 테니 성욕을 올라오면 한번 해 보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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