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일랜드 유랑기(10)

골웨이 해변으로!

by 참파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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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웨이는 참 작다. 그냥 읍내라는 표현보다 조금 더 큰 정도? 골웨이는 나에게 그렇게 작았다. 여기에 온 이상 바다가 보고 싶어졌다. 지도를 검색해 보니 해안까지는 꽤나 걸어야 했다. 택시를 타면 다리야 편할 수 있지만 자세히 걷다 보면 보지 못한 많은 것들을 볼 수 있다는 생각에 먼 길을 걷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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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가로 향하면서 본 관관명소인데 스페인 아치라고 하더라... 큰 의미는 없고 고대의 성벽이었는데 입구만 남아있는 것이라고 했다. 내가 바닷가를 향하여 걷는 동안 마을의 느낌이 어촌에 가깝다는 생각이 났다. 바닷가 비린내도 코를 찔렀고 무엇보다 갈매가가 참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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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근처에 위치한 주택이 참 예뻐서 찍어봤다. 저곳에도 역시 가족들과 행복이 같이 살겠지? 작은 잔디정원이지만 해가 나는 날이면 사람들은 저곳에서 일광욕을 하며 대화를 할 것 같았다. 그리고 비바람이 치고 바다의 파도가 거센 날이면 저 집안에서 안정감을 느끼며 자신들이 머물 수 있고 휴식할 수 있는 거처가 있다는 사실에 참 감사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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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걷고 걸어서 해변에 도착했다. 사람들이 슈트를 입고 서핑 같은 것을 할 줄 알았는데 사람의 거의 없었다. 아마 나 혼자였을 것이다. 타국에서 바다를 바라본다는 느낌이 나쁘지 않았다. 그리고 그곳에 서서 배를 타고 다시 내가 있는 고향으로 돌아가려면 얼마나 걸릴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일랜드에 온 후로 반복되는 고독감을 마주 했기 때문에 마음 한편으로는 얼른 집에 가고 싶다는 생각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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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일랜드를 향해 내가 찾고 만나러 온 건 엄청난 긍정과 설렘 그리고 기쁨이었는데 막상 마주한 건 고독이었다. 그리고 그 고독이라는 녀석은 인간의 모습을 한 모든 존재에게 평생의 친구가 되어 떠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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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곳에 가서 비석들을 자세히 보면 감자대기근 때 배를 타고 해외로 이주한 아일랜드인을 기념하는 문구가 써져있다. 정말이지 감자대기근은 아일랜드인에게 씻을 수 없는 아픔의 기억이다. 가늠할 수는 없지만 정말 많은 인구가 아사로 죽었다. 전쟁에 의해 죽는 것도 아니고 전염병에 의한 것도 아니고 사람이라는 존재가 굶어 죽는다는 사실이 얼마나 처절하며 슬프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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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라서 해석은 잘못하겠음/ 영어를 잘하시는 분 해석 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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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이 되어 가고 있었다. 내가 아일랜드에 와서 가장 보고 싶었던 것은 관광명소들이 아니라 가정집들이었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그 안에 들어가 그들과 어울리고 싶었다. 무슨 대화를 하며 어떤 일상을 살아가는지 말이다. 어렸을 때 나의 가정은 늘 긴장감과 불안의 연속이었다. 부모님은 언제 싸울지 몰랐고 서로에게 배려나 양보 같은 것은 없었으며 나는 어린 나이에 그 분위기를 평화적으로 선도하기 위해 항상 눈치를 보고 그분들의 비위를 맞춰야만 했다. 그렇게 살아갈수록 내 안에서는 불안이란 녀석이 나의 친구가 되어 오랜 세월을 나와 함께 했다. 그렇지만 저 아름다운 주택들을 보면서 적어도 저곳의 아이들은 내가 느끼는 불안 같은 건 느끼지 않을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머니나 아버지에게 한없는 어리광과 떼를 써도 넓은 마음으로 받아주기만 하는 그런 행복감이 저곳에는 가득가득할 것 같았다. 해가 지고 있었고 나도 저곳의 문을 열고 그 따스함을 느끼고 싶다는 생각이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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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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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난 괜찮다. 혼자여도 좋고 불안이 나와 함께 살아가도 좋다. 나를 불행하게 했던 운명이란 녀석의 목덜미를 쥐어 틀고 똑똑히 말하련다. 난 너 같은 놈에게 결코 순응하거나 고개 숙일 수 없다고 말이다. 그림자로 본 나의 키가 거인과 같이 크다.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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