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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참파노 Dec 05. 2023

아일랜드 유랑기(10)

골웨이 해변으로!

골웨이는 참 작다. 그냥 읍내라는 표현보다 조금 더 큰 정도? 골웨이는 나에게 그렇게 작았다. 여기에 온 이상 바다가 보고 싶어졌다. 지도를 검색해 보니 해안까지는 꽤나 걸어야 했다. 택시를 타면 다리야 편할 수 있지만 자세히 걷다 보면 보지 못한 많은 것들을 볼 수 있다는 생각에 먼 길을 걷기로 했다. 

바닷가로 향하면서 본 관관명소인데 스페인 아치라고 하더라... 큰 의미는 없고 고대의 성벽이었는데 입구만 남아있는 것이라고 했다. 내가 바닷가를 향하여 걷는 동안 마을의 느낌이 어촌에 가깝다는 생각이 났다. 바닷가 비린내도 코를 찔렀고 무엇보다 갈매가가 참 많았다.

바다 근처에 위치한 주택이 참 예뻐서 찍어봤다. 저곳에도 역시 가족들과 행복이 같이 살겠지? 작은 잔디정원이지만 해가 나는 날이면 사람들은 저곳에서 일광욕을 하며 대화를 할 것 같았다. 그리고 비바람이 치고 바다의 파도가 거센 날이면 저 집안에서 안정감을 느끼며 자신들이 머물 수 있고 휴식할 수 있는 거처가 있다는 사실에 참 감사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드디어 걷고 걸어서 해변에 도착했다. 사람들이 슈트를 입고 서핑 같은 것을 할 줄 알았는데 사람의 거의 없었다. 아마 나 혼자였을 것이다. 타국에서 바다를 바라본다는 느낌이 나쁘지 않았다. 그리고 그곳에 서서 배를 타고 다시 내가 있는 고향으로 돌아가려면 얼마나 걸릴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일랜드에 온 후로 반복되는 고독감을 마주 했기 때문에 마음 한편으로는 얼른 집에 가고 싶다는 생각도 있었다. 

아일랜드를 향해 내가 찾고 만나러 온 건 엄청난 긍정과 설렘 그리고 기쁨이었는데 막상 마주한 건 고독이었다. 그리고 그 고독이라는 녀석은 인간의 모습을 한 모든 존재에게 평생의 친구가 되어 떠나지 않을 것이다. 

저곳에 가서 비석들을 자세히 보면 감자대기근 때 배를 타고 해외로 이주한 아일랜드인을 기념하는 문구가 써져있다. 정말이지 감자대기근은 아일랜드인에게 씻을 수 없는 아픔의 기억이다. 가늠할 수는 없지만 정말 많은 인구가 아사로 죽었다. 전쟁에 의해 죽는 것도 아니고 전염병에 의한 것도 아니고 사람이라는 존재가 굶어 죽는다는 사실이 얼마나 처절하며 슬프단 말인가?

(영어라서 해석은 잘못하겠음/ 영어를 잘하시는 분 해석 좀)

저녁이 되어 가고 있었다. 내가 아일랜드에 와서 가장 보고 싶었던 것은 관광명소들이 아니라 가정집들이었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그 안에 들어가 그들과 어울리고 싶었다. 무슨 대화를 하며 어떤 일상을 살아가는지 말이다. 어렸을 때 나의 가정은 늘 긴장감과 불안의 연속이었다. 부모님은 언제 싸울지 몰랐고 서로에게 배려나 양보 같은 것은 없었으며 나는 어린 나이에 그 분위기를 평화적으로 선도하기 위해 항상 눈치를 보고 그분들의 비위를 맞춰야만 했다. 그렇게 살아갈수록 내 안에서는 불안이란 녀석이 나의 친구가 되어 오랜 세월을 나와 함께 했다. 그렇지만 저 아름다운 주택들을 보면서 적어도 저곳의 아이들은 내가 느끼는 불안 같은 건 느끼지 않을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머니나 아버지에게 한없는 어리광과 떼를 써도 넓은 마음으로 받아주기만 하는 그런 행복감이 저곳에는 가득가득할 것 같았다. 해가 지고 있었고 나도 저곳의 문을 열고 그 따스함을 느끼고 싶다는 생각이 가득했다. 

(이게 뭐지?)

그래도 난 괜찮다. 혼자여도 좋고 불안이 나와 함께 살아가도 좋다. 나를 불행하게 했던 운명이란 녀석의 목덜미를 쥐어 틀고 똑똑히 말하련다. 난 너 같은 놈에게 결코 순응하거나 고개 숙일 수 없다고 말이다. 그림자로 본 나의 키가 거인과 같이 크다.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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