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참파노 Dec 06. 2023

아일랜드 유랑기(11)

길을 걸었다. 

다시 골웨이의 아침이 밝았다. 하루면 다 볼 수 있는 관광명소는 순례가 다 끝났고 이제는 제법 먼 곳을 가야 했다. 그곳은 바로 멘로 성이라는 곳이었다. 16세기에 지어진 성이라고는 하는데 딱히 찾는 사람도 없고 건너가는 통통배 같은 것도 없어진 지 오래였다. 그렇지만 나는 특이한 관광장소를 찾아 이곳에 온 방랑자가 아니던가? 또 택시를 타지 않고 걷고 또 걸었다. 가는 길에 대학교 하나를 지났는데 아일랜드의 젊은이들을 많이 볼 수 있었다.

딱 봐도 이 나라가 아일랜드구나! 하고 느껴지지 않는가? 대학교를 지나는 자그마한 숲길이 나왔고 그곳을 걷고 걸어서 멘로 성에 갈 수 있었다. 저 건축물은 뭐 하는 건지 도통 모르겠더라.... 건축물이라고 하기에 뭐 하지만 말이다. 약간 영화 브레이트 하트가 생각나는 거 같기도 하고 그랬다. 

1시간 이상을 걷고 걸어서 도착한 멘로 성이다. 구글에서 찾아왔을 때는 담쟁이덩굴이 감싸고 있었는데 저렇게 초라하게 성벽만 남아있었다. 16세기로 돌아가보자... 저곳에 사는 영주는 농노들에게 세금을 받고 때로는 비싼 이자에 곡물을 빌려주기도 하며 봄이 되면 비싼 이자로 그것들을 돌려받기도 했을 것이다. 중세의 영주라고 하면 어려서는 멋있다고 생각했는데 나이가 들고 나니 평민과 농도들의 고혈을 먹고살던 사람들이라는 인식이 잘 지워지지 않는다. 그렇다면 내가 16세기에 태어났다면 어땠을까? 당연히 나는 로빈후드처럼 살았을 것이다. 신궁에 가까운 활 솜씨로 악덕 영주들을 파하고 그들의 재물을 불쌍한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고 의적의 무리들과 함께 근본적인 착취자인 잉글랜드를 침공한다! 하하하! 꿈도 야무지다!

돌아오는 숲길이 었다. 아일랜드는 하루에 몇 번씩 날씨가 바뀌곤 했다. 돌아가려니 다시 날이 흐려졌다. 숲길을 걸으며 새소리를 들으니 마음이 정말 청아해졌다. 흡사 영화 '슬리피 할로우'같기도 했고 소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같은 기분이 들기도 했다. 한국의 숲길 많이 달랐다. 굳이 고르라면 난 한국의 숲길이 더 좋다. 정겹고 풍성하니 말이다.

(아마 저건 교회가 아니었나? 싶다)

다시 골웨이 시내로 돌아왔다. 빵과 고기 혹은 스파게티를 먹을 용기가 나지 않았다. 물론 초밥집이 있었지만 매우 비싸서 엄두가 나지 않았다. 왜냐하면 나는 가난한 방랑자이기 때문이다. 초밥집을 서성이는데 어떤 남자가 오더니 일본인이냐고 묻더라 한국인이라고 했더니 자긴 브라질 사람이라고 하더라... 자기가 살 테니 초밥을 좀 먹을 거냐고 묻길래 난 그냥 어색해서 돌아왔다. 

이것이 아일랜드 삼겹살이다. 한 근에 가까운데 5,000원 정도 했던 걸로 기억된다. 

한국에서 올 때 가져온 볶음 김치와 함께 숙소에 마련된 주방에서 직접 삼겹살을 구워 먹었다. 구워서 같이 먹으니 정말 맛있었다. 다양한 사람들이 숙소에 있었다. 영국인 미국인 캐나다인 프랑스인 필리핀인 그래서 아시아인 친구였던 필리핀인에게 고기를 일정 부분 양도했다. 

이제 먹었으니까 자야지! 이곳에서 미국인 친구를 만났다. 자기는 이제 벨파스트로 갈 거라고 했다. 미국의 정세에 대해 잠깐 말을 나눴는데 2003년 이라크 전쟁 발발 당시 미국의 부시대통령이 한국해병대 1개 대대를 보내주길 원한다는 말을 했었다. 그리고 결국 우리 정부는 보냈다고 말이다. 그리고 나도 영주권을 얻을 수 있다면 미국해병대에 입대해서 아프간이든 이라크든 가서 돈을 많이 벌 수 싶다고 했다. 그런데 그 친구가 하는 말이 그건 너의 목숨값이라는 말을 하더라.... 기분이 묘했다. 


-다음 편에 계속-


(댓글은 작가에게 엄청난 힘이 됩니다. 제발 댓글 좀 주세요. 이렇게 사정합니다.)

작가의 이전글 아일랜드 유랑기(10)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