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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참파노 Dec 09. 2023

아일랜드 유랑기(12)

고독아! 반갑다!

루마니아 어머니가 해주시는 스파게티를 맛있게 먹었다. 그나마 가장 한국의 양념의 맛에 가까운 음식이라 선택했다. 루마니아 어머니는 참 따뜻하셨다. 그렇게 골웨이에서 하루가 또 저물었다. 저녁때 어떤 분이 말을 걸었다. 동양인이었고 나더러 한국에서 왔냐고 묻길래 그렇다고 했더니 자신은 4살에 전주에서 이민을 떠나 캐나다에 정착해 50이 넘도록 그곳에 살았다고 했다. 그래도 한국어를 열심히 하시며 반갑노라고 애정을 표하셨다. 나도 참 반가웠다. 이역만리 타향에서 동포를 만나는 게 얼마나 기쁜 일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남편은 캐나다분이었는데 집안의 모든 재산을 정리해서 세계일주 중이라고 했다. 그리고 이제 곧 한국도 방문한다고 하셨다. 노후를 준비해야 하는 나이에 그런 과감한 모험을 하시는 내외가 참 멋있었다. 그리고 한국에서는 그러한 모험이 매우 드물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서양의 결혼관과 한국의 결혼관에 대한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한국에서는 서로의 조건의 결합이 결혼이라는 제도를 말한다고 말했다. 조건의 교환이 맞아야 사랑이 이루어지고 같이 살 수 있다고 말이다. 그랬더니 꽤나 충격을 받으시더라.... 뭐 내가 편파적으로 말한 것일 수도 있고 말이다. 남자의 경제적 능력과 여자의 이성적 매력의 결합이 한국의 결혼이라고 했더니 씁쓸해하는 눈치였다. 어쩌다 한국이 이렇게 됐지?

다시 골웨이의 아침이 밝았다. 모허 절벽에 가는 날이었다. 아침 일찍 신청한 관광버스를 타고 골웨이 외곽 쪽으로 있는 각각의 명소를 찾아가 보기로 했다. 그날에는 운전기사 아저씨가 가이드 역할을 같이 해주시며 관관광장소를 안내하며 설명해 주셨다. 버스는 출발했고 첫 장소에 들렀다.

호수에 있던 성이었다. 이름도 까먹었고 어디 있었는지도 기억 못 하지만 정말 장관이었다. 나도 작가로 성공하면 유럽에 저런 성을 하나 사서 벽난로도 피우고 멋있게 살고 싶다. 제레미 아이언스라는 배우는 영국에 성을 샀는데 보수비용이 많이 들어가서 작품성 있는 영화만 찍던 분이 한동안 B급 영화에 많이 나오셨다고 한다. 도대체 얼마가 들었길래 그랬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가까이에서 본 성의 전경이다. 멋지다. 성 주위를 한 번 둘러보고 싶었지만 시간이 부족했다.

성의 내부였다. 흡사 그런 생각이 들었다. 디아블로의 던전 같은 생각 말이다. 나는 당연히 팔라딘이고 나오는 골렘이나 고블린들을 성스로운 칼로 한 번에 한 놈씩 지옥으로 보내는 것이다.

중간에 어떤 평원에 들렀는데 장소 이름은 잘 기억을 못 하겠다. 그냥 광활한 평원이었다. 돌들이 있었고 가슴이 뻥 뚫리는 경관을 자랑했다. 가만히 보니 한국 락밴드 '부활'이 뮤직비디오를 촬영하면 참 좋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대지와 푸른 하늘을 보며 사는 아일랜드 사람들의 마음속에는 호연지기가 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을 했다. 아 인터넷에 검색해 보니 저곳은 '바위 정원'이라는 곳이란다.

드디어 모허 절벽에 도착해다. 나는 평소 해리포터라는 작품을 세서미 스트리트나 토마스 트레인보다 낮은 문화의 산물이라고 생각하는 까닭에 별 흥미가 없었는데 이곳이 '혼혈왕자'의 촬영 장소라고 한다. 대자연 앞에 마음이 숙연해졌다. 그리고 중간중간 팻말 같은 곳에 우울하거나 자살을 앞두고 있다면 이곳으로 전화를 하라며 전화번호가 적혀있었다. 한국의 마포대교처럼 말이다.

지구라는 별이 각 나라가 이렇게 다르다는 것에 참 여러 생각이 들었다. 수많은 인류 수많은 나라와 장소와 언어 그리고 그 생명들! 중요하지 않은 것이 하나도 없다. 다 의미 있고 존귀한 존재들이다. 그렇게 이 지구는 의미가 있다.

그렇게 일정을 마무리했다. 그 관광버스에서 나만 혼자 동양인이었고 버스기사인 동시에 가이드이신 아저씨와 대화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아일랜드인은 여전히 영국인을 싫어했고 영국의 호국경이 었던 올리버 크롬웰을 너무 싫어한다고 했다. 그렇지만 내가 역사책에서 배운 크롬웰은 긍정적인 부분만 있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인데 올리버 크롬웰은 아일랜드인에게는 학살자였다고 한다. 관광을 다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창밖으로 바다가 보였다. 시간이 흐르고 흐르면 이렇게 여유로이 바다를 바라보고 있는 훗날의 내가 현재의 나를 그리워하며 부러워하겠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아일랜드 해변에서 또다시 떠나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내가 모르는 어딘가 미지의 세계로 말이다. 설렘과 꿈이 가득한 그곳!

(마지막은 역시 기네스 사진)

캔으로 먹는 기네스와 맛이 다르다. 걸쭉하고 고소하며 보리의 풍미가 입안에 풍성히 퍼진다. 시내에서는

7,500원에서 8,500 정도 하는데 내가 갔던 골웨이 외곽 깡시골에서는 7,000원 정도 했다.


-이제 유랑기가 막바지를 향해 갑니다. 얼른 한국에 가고 싶었어요! 다음 편에 계속하겠습니다.-


(댓글은 작가의 심장을 뛰게 합니다. 제발 댓글 좀 달아주세요. 불쌍히 여기는 마음으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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