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허만큼의 성장
천천히 많은 것을 잃어간다.
시간도
젊음도
그리고 기억과 추억도... 그 속에서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힘을 다해 지나간 기억과 추억을 애써 곱씹는 것이다.
잃을 게 없을 거라 여기며 미련 속에서 산 세월들이 참 어리석기 그지없다는 생각과 함께 말이다.
잃어가며 깨닫는 것은 내가 소중한 것들을 소유했었다는 것이... 그리고 그 소중한 것들이 아직 반절쯤은 나에게 머물러 있다는 생각에 참 감사하다.
상실이 나를 점점 차지해 갈 때, 나는 점점 많은 것을
깨달아 간다.
상실로 인해 빈 공간만큼 성장해 가는 나를 보며
꼭 채워짐이라는 것이 나에게 반드시 필요한 것이
아닐 수도 있다는 마음이 들기도 한다.
이젠 다시 볼 수도 없고 만질 수도 없지만 상실해 버린
것들이 나를... 온전한 인간으로 만들고 있었다.
그것들에 대한 그리움과 갈망은 삶의 목덜미를 강렬하게 움켜쥐게 만들었다.
결국 나는 삶을 상실을 통해 얻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