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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참파노 May 26. 2021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사랑의 묘약

사랑을 받아 본 적이 있는가? 사랑을 가득 받고 기뻐하며 어린아이처럼 웃던 사나이를 기억한다. 살고 있던 지역에 영화 촬영팀이 온 적이 있었는데 그 소문은 지역사회로 빠르게 퍼져나갔다. 당시 우리나라의 톱스타는 영화배우 K였다. 드라마와 영화가 연달아 히트를 치면서 한국과 일본의 일약 스타로 올라섰고 그 인기로 인해 그 K를 보고자 하는 마음으로 사람들은 인산인해를 이루어 그 촬영 장소를 가득 매웠다. 그의 등장에 여고생들과 젊은 여성들은 연신 비명을 내질렀고 스태프들은 촬영을 진행해야 했기에 구경하는 사람들을 조용히 만드는 데 매우 애를 먹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사람들은 K의 눈길을 한번 받거나 자필로 된 싸인을 얻기 위해 무던히도 노력했지만 스태프들의 철저한 통제로 인해 그들의 노력은 허사로 돌아갔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촬영은 진행되었고 멋진 액션 연기에 사람들은 감탄했고 때로는 숨죽이며 그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그때 나는 K와 합을 맞추는 스턴트맨을 눈여겨보았다. K처럼 멋지고 탄탄한 몸을 가지고 있었으며 극에서는 범죄자를 연기하는 것 같았다. 그는 주어진 역할에 최선을 다했다. 멋지고 강렬하게 그리고 악하고 악한 범죄자의 모습을 뿜어냈다. 그렇게 촬영이 끝나고 사람들은 K가 팬들을 향해 인사를 하거나 조촐한 싸인이라도 해줄 거라 생각했지만 K는 감독의 마지막 오케이 사인과 함께 현장에서 바람처럼 사라졌다. 다 커버린 성인 여성들은 아쉬움을 표할 수 없었지만 여고생들이 문제 아닌 문제였다. 꿈 많고 설렘 많았던 여고생들은 눈앞에서 K를 놓쳐버린 것이 못내 아쉬웠다. 자신들 가슴에 가득 장전된 사랑을 받아줄 누군가가 필요했다. 폭발 직전의 자신들의 그 사랑을 받아줄 그 멋진 어느 누군가가 필요했다. 그리고 그 대상은 범죄자 역할을 했던 스턴트맨이 되고 말았다. 처음에는 여고생 서너 명이 자신의 일을 정리하고 있는 스턴트맨에게 다가갔다. 그리고는 아저씨는 영화배우냐며 묻기도 했고 어느 영화에 나와 봤냐고 묻기도 했다. 그리고 아무런 저지 없이 그 스턴트맨에게 다가갈 수 있다고 알아차린 몇몇의 다른 여고생들도 그 스턴트맨을 둘러쌓고 말을 걸기 시작했다. 어찌 되었건 브라운관에 나오는 사람을 눈앞에서 볼 수 있다는 것이 당시 순수의 시대에서 소녀들에게는 매우 신비한 일이었을 것이다. 그 스턴트맨을 둘러싸는 여학생들은 고등학생 중학생 가릴 것 없이 학생복 그대로 그 스턴트맨을 둘러싸기 시작했다. 몇몇의 짓궂은 여고생들은 그 스턴트맨의 몸을 만져보기도 했다. 그런데 정말 재미있던 상황은 그다음이었다. 스턴트맨은 그런 여학생들의 관심을 싫어하지 않았다. 자신에게 그런 관심을 보이는 여고생들에게 정성껏 이야기를 해주었고 심지어 싸인도 해주었다. 처음의 사인하는 광경을 보자 몇몇의 학생들이 용기를 내어 더 싸인을 요청했다. 그렇게 짧은 시간에 그들은 스타와 팬이라는 유대감을 형성했는지 그들의 있는 곳의 공기는 정말 따뜻해 보였다. 나중에는 더 많은 학생들이 그 스턴트맨에게 달려들어 대스타 K에게 주려했던 사랑과 열정을 스턴트맨에게 퍼부었다. 스턴트맨은 여고생들에게 둘러싸였고 이리저리 손에 잡혀 끌려 다녔다. 그건 순간이었지만 스턴트맨을 향한 사랑이었다. 나는 그때 그 사나이의 얼굴에서 지우려 해도 지울 수 없는 사랑에 행복해하는 웃음을 보고야 말았다. 정말 어린아이 와도 같은 행복하고 행복한 웃음이었다. 그 사랑에 행복해하던 그 사나이를 보니 나 또한 행복해졌다. 사람이 사람의 사랑으로 행복해하는 것은 정말 아름다워 보였다. 사람이 사람의 열렬한 관심으로 행복해하는 모습은 정말 따뜻해 보였다. 다 큰 어른이 보일 수 없는 아이 같은 미소를 사나이는 보이고 또 보였다. 늘 화면 안에서 일을 하지만 사람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지 못하는 역할이었다. 그렇지만 아마도 그 날 만큼은 사나이는 톱스타 K가 부럽지 않았을 런지도 모른다. 그 사나이의 가슴을 따뜻하게 만든 그 사랑을 며칠 아니면 더 오랜 시간 가슴에 저장했을 런지도 모른다. 저장했다가 언젠가 아플 적에 그 사랑을 조금씩 꺼내며 곱씹었을 런지도 모른다.

 


 

언젠가 내 가슴에도 기대하지 못한 사랑이 들어왔던 적이 있었다. 그때 나는 아이였고 마음에 사랑이 없었다. 그렇지만 기대하지 못한 어느 때에 내 마음속으로 사랑은 들어왔다. 나를 간절히 안아주길 바라는 사람이 있었다. 그러면 사랑이 마음 가득히 채워질 거라 믿었었는데 내가 간절히 도 바라고 원했던 사람이 나를 안아주고야 말았다. 그때의 어린 나는 생각했다. 부잣집 아이들의 비싼 학용품이 부럽지도 않았고 그들의 깨끗하고 아름다운 옷이 부럽지도 않았다. 그들이 늘 가지고 놀던 TV에서 보던 비싼 장난감도 부럽지 않았다. 노년의 선생에게 어리석은 놈이라며 들었던 꾸중도 더 이상 마음을 아프게 하지 않았다. 이 세상의 어떤 것도 날려버릴 그 사랑이 그날 내 마음으로 들어왔던 기억이 난다. 아마도 그 사나이의 가슴에도 계산하지 않는 그 따뜻한 사랑이 들어왔으리라!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사랑으로 산다. 사랑의 묘약이면 무슨 마음의 병이든지 다 낫는다.

 

사람은 사랑으로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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