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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참파노 Nov 30. 2021

사나이 대장부

음흉한 수컷

마크(Mark) 관한  다른 기억이다. 마크는 중학생이 되어서도 여전히 지저분하고 역한 냄새가 났다. 마크와 나는 같은 반이었고 마크는 초등학교  할머니를 떠나보내고 혈육이 없던 터라 보육원 생활을 했었다. 마크의 얼굴은  지저분했다. 연탄을 바른 것처럼 검은색의 어떤 것들이 마크의 얼굴을 가득 메우곤 했다.  검은색을 얼굴에 가득  채로 마크는 누런  치아들을 드러내어 보이며 음흉하게 웃곤 했다. 나는  마크가 음흉하게 웃곤 했는지  몰랐다. 마크에게도 사춘기는 찾아왔고 2 성징도 찾아왔다. 그리고 질풍노도의 시기도 찾아왔다. 하지만 마크는  시기를 순탄하게 보낼  없었다. 그런 마크의 못난 것을 버티지 못하는 악의 무리들의 마크를 못살게 굴고 괴롭히며 짓밟았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마크는 나보다 용기가 있었다. 나 또한 몸과 성격이 유약했던 탓에 악한 무리들의 먹잇감이 되곤 했지만 마크는 역한 냄새와 지저분한 얼굴 그리고 침을 무기 삼아 그 악한 무리들에게 비명을 지르며 저항을 하곤 했다. 그런 면에서 마크는 나보다 사나이임이 틀림없었다. 나는 저항 없이 소리도 없이 그들에게 그냥 유린을 당할 뿐이었으니 말이다. 악의 무리들 중에는 공부를 제법 잘하는 찰스라는 녀석이 있었다. 그 녀석은 사악하지가 그지없었다. 영어 숙제를 챙겨 오지 않아서 선생에게 몽둥이찜질을 당하려던 찰나에 내 입에다가 매점에서 사 온 과자를 쑤셔 넣고서 너에게 과자를 먹게 해 줬으니 너의 숙제를 내가 가져가겠다며 선생의 미움을 피하고 내가 선생으로부터 오는 고초를 그대로 당하도록 하는 사악하기 그지없는 16살의 악한 무리 중의 하나였다. 슬프게도 그런 녀석이 공부까지 잘했으니 말이다. 그 녀석은 잘생기기까지 했었다. 그리고 그 녀석에게는 여자 친구가 있었다. 아마도 예쁜 소녀였으리라. 그런데 적어도 나에게는 진정한 사나이였던 마크가 그 둘의 사이에 끼어들기 시작하면서 마크의 고난은 가중이 되기 시작했다.

 

질풍노도의 마크가 발정이 나서 시내를 배회할 저녁 무렵, 찰스와 그의 여자 친구가 길을 가다가 마크를 마주했다. 찰스는 적어도 여자 친구 앞에서는 마크를 괴롭히는 악당이라는 이미지를 주고 싶지는 않았는지 마크를 지나쳐 갈려는 찰나 마크가 찰스에게 친한 척 인사를 하며 찰스의 여자 친구에게 한눈에 홀린 채 그들이 있는 곳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마크는 그 거뭇한 얼굴과 함께 누런 황치를 보이며 음흉하게 웃기 시작했다. 어디서 그런 용기가 마크에게 났는지 마크는 계속해서 찰스 앞에서 히죽거렸다. 찰스의 여자 친구는 순백의 난 같았다. 티도 없고 마크처럼 때도 없는 순백의 난 말이다. 그리고 그 여자 아이는 찰스의 악랄한 면모를 적어도 모르는 것이 분명했다. 그때 마크가 여자 아이에게 인사를 하며 집 전화번호를 물었다. 찰스는 속이 부글부글 끓어오르며 욕을 해대며 마크를 패주고 싶었지만 적어도 여자 친구 앞에서는 그렇게 가면을 쓸 수밖에 없었기에 혀를 깨물며 참을 수밖에 없었다. 여자 아이는 매우 난감해하다가 마크가 황치를 드러내며 음흉하게 웃음을 보이면서 전화번호를 채근하자 마지못해 전화번호를 알려주고 말았다. 찰스는 이가 갈렸다. 다음날 학교에 가서 마크가 침을 뱉으며 저항해도 마크를 패주고 또 패주리라 다짐하고 다짐했다.

 

다음 날 내가 학교에서 확인한 것은 찰스에게 무참하게 구타를 당하고 있던 마크였다. 교실 뒤 청소도구함 앞에서 마크를 찰스는 개 패듯이 패고 있었다. 어쩐 일인지 마크는 평소 같았으면 침을 뱉고 소리를 지르며 저항했었겠지만 그렇지 않고 있었다. 그렇지만 나는 그 순간 묘한 생각이 들었다. 마크는 늘 급우들에게 멸시와 천대를 받고 살며 나보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 살면서도 수컷의 본능을 억누르지 않고 격렬하게 나타내고 있었다. 그러한 마크를 보며 나보다 못난 녀석이라고 생각했던 마크는 내 위로 올라갔고 나는 마크 아래로 내려오고 있었다. 마크는 찰스에게 맞으면서도 계속 누런 황치를 드러내며 음흉하게 웃고 있었다.

 


 

점심시간에 마크에게 다가가서 무슨 일이냐고 물었다. 마크는 코를 휴지로 틀어막은 채로 코 먹은 소리로 대답했다.

 

“그 집에 전화를 해서 그 여자 아이를 바꿔 달라고 했지... 난 그 여자 애 이름도 몰랐어.. 그런데 그 애 엄마로 보이는 아줌마한테 그 애를 바꿔 달라하니까 그 애를 바꿔 주더라... 그래서 난 그 애한테 이름을 물었어..”

 

내가 다시 물었다.

 

“그래서?”

 

마크가 대답을 했다. 여전히 거뭇한 얼굴에 누런 황치를 가지런히 보이며 음흉한 미소와 함께 대답했다.

 

“이름을 알려 주더라고... 그런데 그 이름은 너에게는 말해주지 않겠다. 나만 알고 있을 거야... 내가 힘들게 알아낸 것이니까!”

 

아침 시간 내내 고초를 당하고 완연한 미소를 띠며 마크가 하는 말이었다. 나는 그 순간 모든 고통을 뛰어넘어 무언가를 쟁취한 마크가 존경스러워 보이기까지 했다. 그 뒤로도 몇 번이나 더 그 집에 마크는 전화를 넣었고 전화가 간만큼 찰스에게 무참히도 욕을 보며 고통을 당했다. 하지만 그때마다 보여지던 음흉한 미소를 보였고 그렇게 보여지던 미소를 난 잊을 수가 없다. 적어도 마크는 나에게 사나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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