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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참파노 Jan 10. 2022

바퀴벌레 죽이기

한니발 렉터

잭슨(Jackson) 자취방은 언제나 바퀴벌레가 많았다. 그리고 잭슨은 천성적으로 바퀴벌레를 지극히 혐오했다. 하지만 다행히도  혐오는 분노로 표출되었기에 바퀴벌레를 피한다거나 바라보며 비명을 지르는 것이 아니라 바퀴벌레를 무자비하게 단하곤 했었다.  번은 잭슨과 삼겹살을 구워 먹다가 엄지손가락보다  바퀴벌레를 발견한 잭슨은 엄지와 검지를 사용해서  눈앞에 들어 보인 , 그대로 눌러 죽였다.

 

이 글은 잭슨이 바퀴벌레를 어떻게 죽였는지에 대한 사실적인 기록이다.

 

STEP1

 

잭슨의 자취방에서 바퀴벌레가 주로 출몰하는 곳은 욕실이었다. 그 녀석들은 욕실 배수구에서 올라와 이곳저곳을 돌아다녔다. 잭슨이 바퀴벌레를 유심히 바라보다가 내린 결론은 스스로에게 이런 불결함을 선사하는 바퀴벌레를 서서히 고통스럽게 죽여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그래서 잭슨은 욕실 한 구석으로 바퀴벌레를 몰아낸 뒤, 살충제를 사용해 서서히 숨통을 조이며 죽이기 시작했다. 살짝살짝 진액을 뿌려 정신을 못 차리게 한 뒤, 고통이 벌레의 육체에 밀려와 사지를 움직일 수 없게 되면 온 몸이 진액에 흥건해지도록 살충제를 뿌려댔다. 나는 이제 그만해도 좋다고 신호를 보냈지만 잭슨은 멈추지 않았다. 녀석의 입에서 거품이 흘러나올 때까지 잭슨은 살충제를 뿌리고 또 뿌려댔다. 그로 인해 나는 그 방 안에서 한동안 두통에 시달려야만 했다.

 

STEP2

 

잭슨이 바퀴벌레를 처단하는 또 다른 방법은 바로 락스였다. 살충제로는 바퀴벌레를 숨통을 끊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하지만 락스의 묘미는 바퀴벌레에게 즉사를 선사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욕실에서 바퀴벌레를 또 발견한 잭슨의 눈은 초롱초롱 빛나기 시작했다. 바퀴벌레는 잭슨의 눈에 발견되고도 도망할 생각을 하지 않았다. 욕실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유유히 여유를 즐길 뿐이었다. 락스를 손에 집어 든 잭슨은 뚜껑을 서서히 열고 바퀴벌레를 구석으로 몰았다. 그러고는 재빠르게 바퀴벌레의 더듬이며 등위로 락스를 부었다. 살충제 때와는 달리 바퀴벌레는 몇 초 안에 몸이 굳어가며 그 자리에서 죽었다. 잭슨은 일정 부분 만족을 느끼며 샤워기의 물을 틀어 바퀴벌레의 사체를 다시 배수구 쪽으로 흘려보냈다.

 

STEP 3

 

잭슨이 바퀴벌레를 저승으로 보내는 극강의 방법은 끓는 물이었다. 며칠  잭슨은 다시 한번 바퀴벌레를 욕실 안에서 발견하고 말았다. 그리고  녀석의 덩치는 벌레 치고 제법 컸다. 잭슨이 이번에 집어  물건은 살충제도 락스도 아닌 코펠이었다. 잭슨은 콧노래를 여유로이 부르며 개수대에서 물을 틀어 코펠 안에 물을 붓기 시작했다. 그러한 행동을 유유히 하며 다른 한편으로는 나의 질문에 대답까지 했다. 학과의 수업 흐름이며 과제들에 대한 이야기들이었다. 나는 그때까지 잭슨이  코펠에 물을 끓이는지 몰랐다. 라면이나 끓여먹으려는 심산일  알았지만 후에 콧노래를 부르는 그의 모습 속에서 나는 한니발 렉터(Hannibal Lecter) 보았다. 잭슨은 제법 많은 양의 물이 끓기 시작하자 가스레인지를 끄고 밸브를 잠근 , 코펠을 손에 들고 모락모락 김이 나는 물을 바퀴벌레 쪽으로 가져가기 시작했다. 잭슨의 묘한 재주로 바퀴벌레는 구석에 몰렸고 잭슨은 자비 없이  끓는 물을  녀석위에 남김없이 쏟아부었다.  자리에서 바퀴벌레는 그렇게 익어버리며 삶을 마감했고 욕실은 증기로 가득 찼다. 최고의 유희를 느낀 잭슨은 다시 한번 콧노래를 부르며 물을 틀어 솔을 들고 욕실 이곳저곳의 찌든 때를  닦아 냈다. 그리고 잭슨은 미소를 지으며 묘한 말을 나에게 했다.

 


 

“욕실이 깨끗하면 바퀴 벌레가 별로 안 올라올 텐데... 그러면 재미가 없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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