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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참파노 Apr 18. 2022

종이컵 전화기

어린이 동화

숙제를 하기 위해 경철이는 아빠와 길을 걸었습니다. 고개를 숙인  마음이 뾰로통하여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으로 이동을 합니다. 1학년인 경철이의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종이컵으로 전화기를 만들어 오라는 숙제를 내줬습니다.  이야기를 아빠에게 말했더니 아빠는 빙그레 웃으면서 경철이에게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으로 가자며 경철이의 손을 잡고  동네에서 사람들이 가장 많이 모이는 곳인 터미널로 이동하기 시작했습니다.

 

“아빠! 왜 문방구로 가지 않고 터미널로 가나요?”

 

경철이가 물었습니다.

 

“그곳에 종이컵이 있기 때문이지!”

 

아빠가 차분한 목소리로 대답을 했습니다. 경철이는 이미 아빠의 속마음을 뻔히 알고 있었습니다. 아빠는 쓰레기통에서 사람들이 마시고 버린 종이컵을 주워 올 것이 뻔했기 때문입니다. 경철이는 사람들이 많이 모인 곳에서 쓰레기통을 들여다볼 생각을 하니 창피하고 또 창피했습니다. 그래서 터미널에 도착하는 시간이 더디 오길 바라고 바랐습니다. 터미널까지 가는 길을 걸으며 경철이는 생각했습니다.

 

‘선생님이 내일 숙제 검사를 할 때 다른 아이들의 종이컵 전화기들은 분명 깨끗하고 예쁠 텐데...’

 

그렇게도 도착하기 싫었던 터미널에 아빠와 함께 오고 말았습니다. 아빠는 잡았던 경철이의 손을 놓고 쓰레기통으로 성큼성큼 걸어가기 시작했습니다. 이내 아빠는 허리를 숙이더니 손을 쓰레기통 안으로 집어넣고 뒤적이기 시작했습니다. 경철이는 그 모습이 너무나 창피하여 눈을 터미널 밖으로 돌려 버렸습니다.

 

“휘이익~”

 

아빠의 휘파람 소리가 들렸습니다. 경철이가 아빠를 쳐다보니 아빠는 두 손에 종이컵 두 개를 들고 경철이를 바라보며 해맑게 웃고 있었습니다. 경철이는 너무 창피해서 도망을 치고 싶었습니다. 다행히도 종이컵은 빨리 아빠의 눈의 발견되었고 아빠와 함께 그곳을 무사히 빠져나왔습니다. 혹시나 반 친구들이 보기라도 할까 봐 가슴이 두근거렸습니다. 뾰로통한 마음을 감추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경철이는 바닥만 보며 걸었습니다. 아빠가 경철이의 손을 붙잡고 있었지만 자기의 마음을 몰라주는 아빠가 야속하기만 했습니다.

 

‘종이컵은 비싼 물건도 아닌데 왜 아빠는 쓰레기통을 뒤지셨을까?’

 

경철이는 생각하고 생각했습니다. 집으로 돌아오자 아빠는 종이컵을 수돗물에 깨끗이 씻어 햇볕에 말렸습니다. 마음이 뾰로통해진 경철이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아빠를 쳐다만 보았습니다. 종이컵이 마르자 아빠는 경철이에게 다가왔습니다.

 


 

“이제 같이 선생님이 내주신 숙제를 해볼까?”

 

아빠가 빙그레 웃으며 말을 했습니다. 햇볕에 마른 종이컵을 보니 볼품이 없기 그지없었습니다. 내일 이대로 종이컵 전화기를 만들어 간다면 아이들도 놀릴 것 같았고 선생님께도 꾸중을 들을 것만 같았습니다.

 

“우리 아들이 마음이 좋지 않구나? 그러면 아빠랑 이 전화기를 다 만든 후에 이 전화기로 아빠에게 하고 싶은 말을 다 해보는 거야! 알겠지?”

 

그 말을 듣고 경철이의 응어리졌던 경철이의 마음은 녹아들었습니다. 그리고는 성냥과 실 그리고 터미널 쓰레기통에서 주워온 종이컵을 이용해 아빠와 함께 전화기를 만들었습니다. 전화기의 실이 늘어져 있을 적에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지만 전화기 실이 팽팽하게 당겨지자 진짜 전화기처럼 아빠의 목소리가 종이컵 안으로 들렸습니다.

 

“아! 아! 전화기 테스트! 아! 아! 전화기 테스트!”

 

아버지는 저쪽에서 종이컵에 입을 대고 경철이에게 말을 걸었습니다.

 

“아빠! 제 목소리 잘 들리나요?”

 

“아주 잘 들린단다. 아빠에게 서운했던 점을 말해줄 수 있니?”

 

경철이는 마음속에 있는 말을 이야기할 수 있어서 기쁜 나머지 활짝 웃으며 종이컵에 입을 대고 이야기하기 시작했습니다.

 

“아빠! 아까 실은 아빠가 쓰레기통을 뒤적이실 적에 많이 창피했어요. 같은 반 친구들이 보면 어쩌나 창피한 마음도 있었고요. 종이컵이 비싼 물건이 아닌데 왜 버린 종이컵을 쓰레기통에서 주워 오신 거예요?”

 

아빠는 종이컵을 통해 경철이의 이야기를 천천히 들었습니다. 여전히 아빠는 미소를 잃지 않고 종이컵에 통해 마음속에 있는 이야기를 경철이에게 들려주기 시작했습니다.

 

“아들아! 내가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사람은 바로 우리 아들이야! 그런데 아들만큼 소중히 여기는 존재가 있단다. 바로 우리가 기대어 살아가는 지구라는 친구야! 바로 이곳! 이 지구가 숨을 쉬고 우리가 쉴 수 있는 이유는 지구의 많은 나무들 때문이야! 그런데 우리가 사용하는 종이컵을 무엇으로 만드는 줄 아니?”

 

아빠가 아들에게 물었습니다.

 

 


“나무요! 학교에서 배웠어요!”

 

경철이는 종이컵에 입을 대고 씩씩하게 말했습니다.

 

“그래! 그런데 우리가 오늘 만약에 비싸지는 않지만 새 종이컵을 사서 이 전화기를 만들었다면 지구는 할 수없이 자신의 폐와 같은 나무를 우리에게 내어줘야 하고 시간이 많이 흐르고 흐르면 지구와 우리는 오늘처럼 숨을 쉬는 일이 어렵게 될지도 모른단다. 그래서 아빠는 지구와 경철이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재활용 종이컵을 사용한 거란다.”

 

아빠의 그 말을 듣고 경철이는 골똘히 생각하기 시작했습니다. 지구라는 고마운 친구 때문에 경철이와 반 친구들 그리고 그들의 가족들과 부모님이 함께 살아갈 수 있다는 사실이 너무 고마웠습니다. 하지만 만약에 새로운 종이컵을 마련해서 전화기를 만들었다면 고마운 지구에게 미안할 것 같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다음날 경철이는 정성스럽게 종이컵 전화기를 챙겨서 학교로 향했습니다. 교실에 들어서자 아이들의 색색의 모양으로 만든 종이컵 전화기를 자랑하고 있었습니다. 그에 비해 경철이의 전화기는 쪼그라들기도 했고 예쁘게 꾸민 모양도 없어서 볼품이 없었지만 그래도 경철이의 마음은 왠지 모르게 즐거웠습니다. 선생님이 수업시간에 아이들이 만들어온 전화기들을 보며 아이들과 전화기로 대화도 해보시고 예쁘게 만들어진 전화기는 칭찬도 하셨습니다. 그런데 경철이의 전화기를 보시며 이내 물으셨습니다.

 

“우리 경철이의 전화기는 아무것도 꾸미지 않고 종이가 군데군데 구겨져있네? 숙제가 하기 싫었니?”

 

선생님의 물음에 경철이는 조용히 있다가 이내 미소를 지으며 이야기하기 시작했습니다.

 

“선생님!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는 숨을 쉰데요. 그런데 이 지구는 나무로 숨을 쉰다고 아빠가 말씀하셨어요. 우리가 사용하는 종이는 지구의 나무를 잘라서 만든다고 했어요. 우리가 조금만 아껴 쓰고 다시 쓰면 지구의 나무를 많이 자르지 않아도 되고 그만큼 지구는 마음껏 숨을 쉬며 살 수 있고 지구가 잘 숨을 쉬면 우리들도 같이 숨을 쉬며 살 수 있다고 했어요. 제가 만든 이 재활용 종이컵 전화기는 볼품은 없지만 지구를 사랑하는 마음과 우리 반 친구들을 사랑하는 마음을 가득 담았어요. 그리고 이 전화기로 지구에게 많이 사랑한다는 말을 전할 수도 있어요.”

 

그렇게 말하는 경철이의 얼굴에는 따뜻한 웃음이 가득했고 그 웃음은 선생님의 얼굴로 옮겨갔습니다. 그리고 선생님의 웃음은 반 아이들 모두에게로 전달되었지요. 경철이의 지구를 사랑하고 반 아이들을 사랑하는 마음이 교실 가득히 전해졌습니다. 그렇게 반에 울려 퍼지는 사랑의 마음을 느낀 경철이는 마음이 퍽 행복했습니다. 그리고 그 행복한 마음이 차오르고 차올라 모두의 호흡이 교실 안에 가득 찼을 때 경철이는 생각했습니다. 우리 모두의 따뜻한 마음과 호흡을 지구가 들여 마실 거라고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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