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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참파노 Jul 06. 2020

끼리끼리

계급사회

 
나는 초등학교가 국민학교로  불리 웠던 시절, 국민학생이었다. 당시는 지금처럼 급식이 일상화가 되었던 시절이 아니었기에 우리는 도시락이라는 것을 싸가지고 다녔다. 오전에 4번의 수업이 끝난 후 점심시간이 되면 우리는 준비해온 도시락을 먹었다. 도시락을 준비하던 나이가 아홉 살 무렵부터였으니까 네 번의 수업이 끝난 뒤 준비해온 도시락을 설레는 마음으로 열었던 기억이 난다.
 
그때를 지금에야 돌아보지만 아마도 계급 사회를 만들어가는 것은 모든 인간의 본능과도 같은 것이었다. 학기 초가 되고 아이들이 서로에 대한 탐색이 끝나면 그 학급에 어떻게 계급이 이루어지는지는 점심시간을 보면 알 수 있었다. 공부를 잘하고 집이 부유한 아이들은 서로를 재빠르게 알아보았고 그들만의 결속력을 빠르게 보였다. 그것이 드러나는 시간이 점심시간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서로를 알아보고 일 년을 지낼 아이들과 관계를 맺는 것은 누구와 밥을 먹느냐로 결정되곤 했다.
 
가난한 아이들은 가난한 아이들끼리 공부 잘하는 아이들은 공부 잘하는 아이들끼리 말썽을 부리는 아이들은 또한 주위에 말썽쟁이들과 모여 밥을 먹었다. 그리고 특별한 일이 생기지 않는 이상 그 구성원 간의 이동은 없었다. 그리고 정말 애석했던 것은 아이들 스스로는 자신들의 그 자리를 인식하고 산다는 것이었다. 더 세밀히 이야기하자면 각 구성 간 반찬도 달랐다. 집이 부유하고 공부를 잘하는 아이들이 먹는 반찬과 도시락의 모양은 예쁘고 고왔으며 먹음직스러웠다. 그리고 밥을 먹을 때도 질서가 있었다. 그러나 집안 살림도 그저 그렇고 공부도 그저 그런 아이들의 상은 중구난방이요 뒤죽박죽에다가 질서 또한 없었다. 그런데 나의 기억에는 그때 밥이 정말 맛이 있었다.
 
우리는 그렇게 계급이라면 계급이라고 할 수 있는 사회를 그때부터 우리 스스로 만들고 인식하고 존중하며 살았고 커왔다. 그리고 그렇게 형성된 모습들이 오늘 어른이 되어 살고 있는 나에게도 여전히 적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내가 말하고 그들이 말하는 계급이라는 것을 허물어 버리고 뛰어넘는 것을 꿈꾸던 시절이 있었다. 그들을 상당히 부도덕한 인간들일 거라고 판단하던 시절도 있었다. 물론 그들 중에는 우리 무리들 중에 일부를 무시하거나 조롱의 대상으로 삼는 아이들도 있었다. 그것이야 말로 부도덕한 것이지만 말이다. 하지만 그것도 일부였다.
 
오늘도 난 그때 형성된 계급의 어딘지 모를 그 어디쯤을 살고 있다. 그리고 아주 가끔은 내가 생각하는 저 위쪽의 삶은 어떨까?라는 생각을 하고도 한다. 하지만 난 이제 이곳이 좋다. 적응이 되어버리고 편안해진 이곳이 참 좋다. 주위를 둘러보면 먹는 것과 입는 것이 저 위처럼 아름답고 또한 정돈되어 있지 않아도 그때 친구들과 경쟁을 다투며 집어 먹었던 소시지 반찬이 너무나 격렬하게 맛있던 것처럼 이곳의 만족감이 크다.
 
끼리끼리 살게 되는.... 소위 말하는 계급이라는 것이 나쁘지만은 않다. 하지만 내가 두려운 것은 각 위치에 우리가 살더라도 존재 자체가 무의미한 사람들로 인정되는 것은 원치 않는다. 우리는 서로 다를 뿐이지 조금 혹은 많이 못한 사람들이 아니기 때문이다. 공부를 잘하고 집이 잘 살던 아이들 중에 우리를 무의미한 존재인 듯 경멸의 눈을 받았던 적이 분명히 있다. 다만 그런 눈빛을 보내던 사람들이 더 커지고 더 성장해서 만드는 세상을 원치 않을 뿐이다. 나는 분명 기억한다. 우리 혹은 나를 경멸하던 아이들의 눈빛을... 그 말과 눈빛은 우리 그리고 나의 가슴에 날아들어 칼이 되었고 그리고 우리 마음을 헤집었다.
 

 
나는 내 위치가 좋고 내가 좋다. 하지만 나의 위에 세상의 일부가 나를 또한 우리를 무의미하게 여기는 것을 원치 않는다. 누군가는 이쪽을 그리고 내가 생각하는 이 위치의 삶을 무의미내지는 가벼운 의미로 여길지 모르지만 이곳의 가벼운 의미는 이 세상 무엇보다도 진정한 의미로 나에게 다가오고 나와 내 주변 사람들을 가득 채우기 때문이다. 부디 우리 이 의미들을 가볍게 밟고 지나가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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