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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참파노 Aug 17. 2023

형벌

무지와 무식의 시대

체벌인가? 형벌인가? 그것이 문제로다!

 

고등학교 시절 선생들의 체벌을 생각해 본다. 1997년 스포츠머리를 하고 교복을 입고 책상에 앉아 선생의 절대주권에 복종하던 시절에 우리가 만일 선생들의 조건에 미흡하거나 충족되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면 우리는 체벌을 받곤 했다. 그런데 그것을 체벌이라고 하지 못하고 형벌이라고 부르고 싶었던 이유는 선생들의 가학성과 잔인함에서 묻어 나오는 그것이었기에 나는 그것을 형벌이라고 부르고 싶다. 오늘은 그 형벌의 3가지 종류를 당신들에게 설명해 보고자 한다.

 

1. 빠떼루

 

화학선생이 쓰던 방법이었다. 수업시간에 졸거나 떠들거나 숙제를 하지 않았을 경우 시행되던 방법이었다. 우선 학생을 똑바로 서게 한 뒤, 어깨너비만큼 다리를 벌리게 한다. 그리고는 손아귀로 학생의 고환 두 쪽을 붙잡고 온 힘을 다해 짓누른다. 흡사 오렌지나 사과를 착즙 하듯 말이다. 그러면 아이들은 비명을 내지른다. 정말 고통에 겨워 처절하게 지르는 비명 말이다. 한 번은 이런 적도 있었다. 형벌을 집행하기 전 형을 대신 집행할 학생을 불러 나오게 하고 형을 당할 학생들을 일렬로 세운 뒤, 선생 대신에 급우로 하여금 그것을 집행하게 했다. 형을 집행하는 친구는 미안하다고 일일이 말하고 사과의 눈빛을 보내며 형을 그렇게 집행해 나갔다. 반은 비명소리로 가득했고 선생은 때로는 고환이 오른쪽이 더 압력이 가해지는지 왼쪽이 압력이 가해지는지를 묻곤 했다. 나 또한 그 형벌을 받아본 사람으로서 고통을 말하자면 우선, 아랫배가 당기며 숨이 쉬어지질 않는다. 단전도 아프고 보행도 불편해진다. 그것이 화학선생이 하던 “빠떼루”라던 형벌이었다.

 

2. 음모 뽑기

 

이것은 체육선생님이 주로 애용하던 방법이었다. 사춘기에 접어들며 2차 성징이 시작되면 몸의 중요 부위에 털이 나기 시작한다. 남학생들 모두에게 생기는 자연스러운 성장의 현상이었고 체육 선생은 그것을 잘 이용했다. 실내화를 신고 운동장에 나가거나 교복을 단정하게 입지 않거나 체육 시간에 준비물을 준비하지 않으면 집행되는 벌이었다. 학생으로 하여금 뒷짐을 지게 하고  옷 밖으로 중요부위의 털을 잡아 뽑았다. 반 아이들 모두 보는 곳에서 말이다. 형을 집행당하는 아이는 허리를 숙이며 역시 상상 이상의 따가움에 비명을 내지른다. 그 모습에 체육선생은 흡족한 듯 키득거렸다. 가학이 누군가에게 웃음이 된다는 것이 참 슬픈 시절이었다.

 

3. 화형

 

이번 방법은 수학선생이 사용하던 방법이었다. 학생이 지각을 하거나 숙제를 하지 않았을 경우 사용되던 형벌이었는데 몽둥이로 찜질하기 전에 그것을 피할 수 있는 기회로 라이터를 꺼내 손에 화력을 가하는 방법이었다. 학생에게 손을 내밀게 한 다음에 10초만 참으면 몽둥이찜질을 피할 기회를 준다면서 시작이 된다. 그렇지만 라이터의 최대 화력에 10초의 시간은 그 누구도 버텨낼 재간이 없었다. 참아보겠다고 이를 악물고 꼼지락 거려보지만 이내 다들 손을 피하고 만다. 그리하여 너나 할 것 없이 전부다 몽둥이찜질을 받아야만 했다.

 


 

4. 과다흡연

 

이번 방법은 사회선생이 사용하던 방법이었다. 주로 흡연자들을 위한 징벌이었는데 그 방법이 아주 잔혹하기가 그지없었다. 흡연을 하거나 담배를 소지하고 있다가 발각이 되면 우선 교무실로 끌려가서 몽둥이찜질을 당한다. 기존에는 이게 다였지만 어느 날 분노를 조절 못한 선생이 슈퍼로 달려가 담배 한 보루를 사 와서 흡연자선생들을 위한 학교 흡연실로 데려가 그 담배를 모조리 피우게 했다. 거절하면 당연히 몽둥이찜질이었다. 그렇게 해서 내 교우 중 한 명은 한 번에 7갑의 담배를 연속으로 피우는 기염을 토하게 되었다.

 

오늘 문득 그 시절을 생각해 보았다. 무지와 무식이 판치던 시대 말이다. 그리고 이어서 오늘날의 선생과 학생들을 생각해 본다. 오늘날이라고 무지와 무식이 없는 것 같지는 않다.  뱀이 자신의 꼬리를 삼키면 결과가 어찌 될지 뻔 하 듯 그 시절의 무지가 오늘날의 무지를 만들어 내고 말았다는 생각이 든다. 시간을 거슬러 그 시간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난 화학선생의 고환을 과감하게 잡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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