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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법과의 만남 Feb 14. 2020

민법 제188조, "동산물권 양도의 효력, 간이인도"

제188조(동산물권양도의 효력, 간이인도) ①동산에 관한 물권의 양도는 그 동산을 인도하여야 효력이 생긴다. ②양수인이 이미 그 동산을 점유한 때에는 당사자의 의사표시만으로 그 효력이 생긴다.


우리는 제186조와 제187조에서 '부동산' 물권 변동과 그 공시에 대해서 공부하였습니다. 부동산에는 <부동산 등기>라는 것이 있어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말씀드렸던 바 있습니다. 오늘 공부할 내용은 '동산'의 물권 변동에 관한 것입니다.


볼펜이라는 '동산'이 있으면 그 소유자는 철수가 되었다가, 철수가 영희에게 파는 등 여러 행위를 통하여 바뀔 수도 있습니다. 즉 동산 역시 부동산과 마찬가지로 물권 변동을 겪게 되는데요, 부동산과 유사하게 동산에서도 '법률행위'에 따른 물권 변동과 '법률의 규정'에 따른 물권 변동으로 나누어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오늘 우리가 공부할 제188조는 바로 법률행위에 따른 동산의 물권 변동에 관한 규정입니다.


제188조에는 법률행위라는 말이 없는데 무슨 소리냐고요? 법률행위라는 말은 없지만, 제188조제1항에서는 '물권의 양도'라고 표현하고 있습니다. 양도(讓渡)란 법률행위를 통하여 다른 사람에게 권리를 넘겨주는 것을 뜻합니다. 흔히 어떤 분들은 '양도'의 '양'을 '사양할 양'으로 해석하여, 아무런 대가도 받지 않고 무언가를 공짜로 주는 것으로 오해하시는 분들도 있는데, 법학에서는 양도를 '공짜'라는 의미를 당연히 포함하고 있는 것으로는 해석하지 않습니다. 일단 '양'의 글자는 '사양하다'라는 의미도 있지만 '넘겨주다'라는 의미도 있고요, 공짜로 넘겨주는 것은 '증여'라고 해서 다른 표현을 씁니다. 어쨌건 양도의 의미를 이해하면, 제188조가 왜 법률행위에 따른 물권 변동을 의미하고 있는지 알 수 있습니다.


본격적으로 제188조를 공부하기 전에, 앞서 알아보았던 '공시의 원칙'과 '공신의 원칙'을 다시 한번 떠올려 봅시다. 기억이 잘 안 나시는 분들은 제186조를 복습하고 오셔도 좋겠습니다. 그때 말하기를, <부동산>의 경우에는 '공시의 원칙'은 인정하되 '공신의 원칙'은 인정하지 않고 있는 것이 우리 법제의 태도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오늘부터 알아볼 <동산>의 경우에는 부동산과 달리 우리 법제가 '공시의 원칙'과 '공신의 원칙'을 모두 인정하고 있습니다. 일단 '공신'의 원칙이 어떻게 인정되고 있는지는 추후에 나올 예정이므로 오늘은 생략하기로 하고, '공시'의 원칙이 어떻게 인정되고 있는지를 봅시다.


제188조제1항에 따르면, 동산에 관한 물권의 양도에서 우리 민법은 '인도'를 공시방법으로 천명함으로써 공시의 원칙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인도(引渡)란, '끌 인'에 '건널 도'의 글자를 씁니다. 끌어다 넘겨준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철수는 영희에게 자신이 가진 볼펜을 1만 원에 팔기로 계약을 합니다. 두 사람 간의 계약은 유효하게 체결되었지만, 제188조제1항에 따르면 아직 영희는 볼펜의 소유권을 완전히 취득한 것이 아닙니다. 왜냐하면 철수가 아직 영희에게 볼펜을 '인도'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영희는 철수에게서 볼펜을 직접 넘겨 받음으로써 완전히 볼펜의 소유권을 유효하게 취득할 수 있게 됩니다.


그런데 이러한 '인도'를 <현실에서 직접 물건을 물리적으로 건네어 주는 행위>로만 너무 깐깐하게 해석하면 좀 불편한 상황이 많이 생길 수 있습니다. 생각해 봅시다. 철수는 영희에게 1달 동안 볼펜을 빌려 주고 있었고, 1달 동안의 볼펜 사용료로 2만 원을 받고 있었습니다(상당히 고급진 볼펜인가 봅니다).


한편, 영희가 볼펜을 쓰다 보니까 너무 마음에 드는 겁니다. 그래서 철수에게 전화를 걸어, "네 볼펜이 너무 마음에 드는 걸. 내가 계좌이체 해줄 테니까 이 볼펜을 나한테 팔지 않을래?" 이렇게 얘기합니다. 철수도 새 볼펜이 사고 싶어 졌던 터라, 영희의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입니다.


문제는 이겁니다. 민법 제188조제1항에 따르면 '인도'라는 공시방법을 갖추어야 동산 물권의 양도는 효력이 생깁니다. 그러면 영희는 일단 볼펜을 책상에서 꺼내서, 차로 2시간 거리에 있는 철수네 집에 찾아가 철수에게 볼펜을 돌려주고, 철수가 다시 그 볼펜을 그 자리에서 영희에게 '인도'하여 주어야 하는 번거로움이 발생합니다. 정말 볼펜 하나 가지고 이렇게까지 해야 할까요?


그래서 우리 민법은 이러한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하여 제188조제2항을 두고 있습니다. 이에 따르면, 양수인이 이미 그 동산을 점유하고 있는 때에는 당사자의 의사표시만으로도 효력이 생긴다고 합니다. 바로 위와 같은 경우에 양수인(영희)은 이미 동산(볼펜)을 점유하고 있기 때문에 당사자의 의사표시(철수와 영희 간의 볼펜 매매 계약 성립)만으로도 영희는 볼펜의 정당한 소유자가 될 수 있는 것입니다. 이와 같이 양수인이 이미 동산을 점유하고 있을 때 당사자의 의사표시만으로도 인도의 효력을 인정해 주는 것을 간이인도라고 합니다.


여기서 잠깐, '점유'라는 단어를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왜냐하면 이 단어가 민법에서 처음 등장하는 부분이 바로 제188조거든요. 향후 [점유권] 파트에서 상세히 다루겠지만, 오늘 간단하게만 보고 지나가도록 합시다.


점유란, 물건을 사실상 지배하고 있는 상태 말합니다. 그리고 '점유권'이란 그러한 점유에 따라 부여되는 권리를 말합니다. 철수가 영희에게 볼펜을 빌려준 상태여서 영희가 볼펜을 사실상 지배하고 있는 상태라면, 볼펜의 '소유권'은 철수에게 있겠지만, 볼펜의 '점유권'은 실제로 볼펜을 지니고 사용하는 영희에게 있다고 볼 수 있는 것입니다.


우리의 판례는 "물건에 대한 점유란 사회관념상 어떤 사람의 사실적 지배에 있다고 보이는 객관적 관계를 말하는 것으로서, 사실상의 지배가 있다고 하기 위하여는 반드시 물건을 물리적·현실적으로 지배하는 것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고, 물건과 사람과의 시간적·공간적 관계와 본권관계, 타인 지배의 가능성 등을 고려하여 사회관념에 따라 합목적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대법원 1997. 8. 22. 선고 97다2665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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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8조에서 말하는 '의사표시'에는 본권이전의 합의 외에도 점유권까지 양도하겠다는 합의가 있어야 한다는 견해도 있고, 단지 소유권이전의 물권적 합의만 있어도 된다는 견해도 있습니다. 다만 이러한 논의는 지나치게 어려운 측면이 있고, 아직 본권이나 점유권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공부하지 않았으므로 여기서는 언급만 하고 넘어가는 것으로 하겠습니다.


오늘은 동산의 물권 양도에 따른 공시방법으로서 '인도'와 '간이인도'에 대하여 공부하였습니다. 내일은 점유개정에 대하여 알아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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