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법과의 만남 Feb 17. 2020

민법 제189조, "점유개정"

제189조(점유개정) 동산에 관한 물권을 양도하는 경우에 당사자의 계약으로 양도인이 그 동산의 점유를 계속하는 때에는 양수인이 인도받은 것으로 본다.


와, 오늘은 단어부터 어렵습니다. '점유개정', 이건 무슨 말일까요? 우리는 어제 '인도'의 개념에 대해서 공부하면서, (1)현실의 인도와 (2)간이인도라는 2가지 인도 방식에 대하여 알아보았습니다. 현실의 인도는 비교적 이해하기 쉬울 것이고, 간이인도 역시 크게 어려운 내용은 아니었습니다.


오늘 공부할 점유개정(占有改定)은 바로 세 번째 유형의 인도 방식입니다. 한자어를 먼저 풀어 보면, '점유'는 어제 공부한 내용이니까 아실 것이고, '고칠 개'와 '정할 정'의 한자를 사용합니다. 따라서 한자로만 직역하면 이는 "점유를 고쳐 바꾸어 정한다"라는 뜻이 됩니다. 이 뜻이 과연 맞는지, 예시를 보면서 생각해 보세요.


철수는 자신이 가진 볼펜을 영희에게 팔기로 했습니다. 영희는 철수의 볼펜을 사면서 그에게 돈을 건네주었는데, 그와 동시에 철수가 이렇게 말합니다. "죄송한데요, 제가 급전이 필요해서 지금 볼펜을 팔기는 하는데 사실 볼펜을 좀 더 쓰긴 써야 하는 사정이거든요. 그래서 말인데 볼펜을 제가 넘겨 드리기 전에 한 달만 빌려 주시면 안 될까요?"


영희가 이에 동의하게 되면, 철수(양도인)는 자신이 가지고 있던 볼펜을 일단 집에서 가지고 와서 영희에게 넘겨주어 '인도'의 공시 방법을 성립시키고, 볼펜의 소유권을 영희에게 이전하게 만든 후 다시 영희에게서 볼펜을 가져와서 한 달 동안 볼펜을 빌려 쓰면 되는 걸까요? 굳이 이렇게 불편하게 할 필요가 있을까요?


그래서 우리 민법 제189조는 당사자 간에 계약으로 '양도인'이 그 동산의 점유를 계속하는 것이 허용될 때에도 양수인에 대해 유효한 '인도'가 있었던 것으로 봐주겠다는 조문을 넣고 있는 것입니다. 따라서 철수는 굳이 볼펜을 집에서 가져와서 영희에게 주고 다시 볼펜을 받아가는 등의 복잡한 행동을 할 필요가 없으며, 볼펜은 여전히 철수가 가지고 있지만 영희는 동산(볼펜)의 물권(소유권)을 유효하게 이전받은 것이 됩니다. 이제 왜 '점유개정'이라는 한자어를 사용하고 있는지 대강 이해가 가시지요?

Designed by Freepik from www.flaticon.com


이러한 점유개정은 어제 공부한 간이인도와는 다르니 구별할 필요가 있습니다. 간이인도는 '양수인'이 동산을 이미 점유하고 있는 경우이고, 점유개정은 합의에 의하여 '양도인'이 동산을 계속 점유하기로 하는 경우를 말합니다. 이 두 가지는 확실히 다릅니다.


점유개정에 대하여 교과서에서는, "물건의 양도인이 종래와 같이 점유를 계속하나, 양수인과의 사이에 점유매개관계를 설정함으로써 양수인에게 간접점유를 취득시키는 한편, 스스로는 양수인의 점유매개자가 되는 경우 양수인이 인도를 받은 것으로 보는 것"이라고 정의하는데(곽윤직, 222면), 표현이 어려우니 일단은 읽어만 보시면 되겠습니다. 점유매개관계니 간접점유니 하는 내용은 추후 점유권 파트에서 상세히 둘러볼 것입니다.


오늘은 점유개정에 대해 공부하였고, 내일은 또 다른 인도방법의 하나인 목적물반환청구권의 양도에 대해 공부하겠습니다.


*참고문헌

곽윤직, 민법주해(Ⅳ), 박영사, 1992 

매거진의 이전글 민법 제188조, "동산물권 양도의 효력, 간이인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