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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법과의 만남 Mar 10. 2020

민법 제201조, "점유자와 과실"

제201조(점유자와 과실) ①선의의 점유자는 점유물의 과실을 취득한다.
②악의의 점유자는 수취한 과실을 반환하여야 하며 소비하였거나 과실로 인하여 훼손 또는 수취하지 못한 경우에는 그 과실의 대가를 보상하여야 한다.
③전항의 규정은 폭력 또는 은비에 의한 점유자에 준용한다.


제201조는 '과실'에 대하여 이야기합니다. 우리는 전에 민법 총칙에서 과실에 대해 공부한 적이 있었습니다. 과실(果實)이란 원물에서 얻어지는 이익입니다. 또한 과실의 종류에는 제101조에 따라 천연과실과 법정과실이 있다고 했습니다. 기억이 잘 안 나시는 분들은 해당 부분을 복습하고 오셔도 좋습니다.

제101조(천연과실, 법정과실) ①물건의 용법에 의하여 수취하는 산출물은 천연과실이다.
②물건의 사용대가로 받는 금전 기타의 물건은 법정과실로 한다.

제102조(과실의 취득) ①천연과실은 그 원물로부터 분리하는 때에 이를 수취할 권리자에게 속한다.
②법정과실은 수취할 권리의 존속기간일수의 비율로 취득한다.


제201조제1항은, 선의의 점유자는 그 점유물의 과실을 취득한다고 규정합니다. 원칙적으로는 점유할 권리가 없는데도 남의 물건을 점유한 사람은 그 물건에서 발생하는 과실을 취득하여서는 안됩니다. 예를 들어 명백한 자신의 건물에 남이 몰래 들어와 점유하고, 그 건물에서 발생하는 과실까지 챙겨간다면 괜찮겠습니까?


다만, '선의'의 점유자의 경우는 조금 사정을 봐줄 수 있는 여지가 있습니다. 선의의 점유자는 자신에게 본권이 없더라도 본권이 있는 것으로 잘못 알고 있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우리의 민법 제201조제1항은 선의로 점유한 사람은 점유물에 대한 과실수취권을 갖는다고 보는 것입니다.


물론 여기서 말하는 '선의의 점유자'는 조금 엄격하게 해석하여야 할 겁니다. 원래 안 되는 것을 되게 해주는 것이니까요. 우리의 판례는 "민법 제201조 제1항에 의하여 과실취득권이 있는 선의의 점유자란 과실취득권을 포함하는 권원(소유권, 지상권, 임차권 등)이 있다고 오신한 점유자를 말하고, 그와 같은 오신을 함에는 오신할 만한 근거가 있어야 한다"라고 하고 있습니다(대법원 1981. 8. 20. 선고 80다2587 판결). 그러니까 그냥 몰랐다, 이게 아니라 좀 더 나아가 과실을 정당하게 수취할 수 있는 권원이 있다고 착각하여야 한다는 겁니다. 그리고 착각에도 근거가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이러면 좀 더 요건이 까다로워집니다. 판례의 문장을 천천히 읽어 보시기 바랍니다.


*다만, 우리가 공부한 제197조에 의하면 점유자는 '선의'가 추정이 되므로, 판례의 문장을 따라간다면 점유자는 자신이 착각하였다는 것에 대해서 정당한 근거가 있다는 것 정도를 입증하면 될 것입니다. 제197조와 연계하여 제201조를 다시 한번 읽어 보세요.

제197조(점유의 태양) ①점유자는 소유의 의사로 선의, 평온 및 공연하게 점유한 것으로 추정한다.
②선의의 점유자라도 본권에 관한 소에 패소한 때에는 그 소가 제기된 때로부터 악의의 점유자로 본다.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철수는 자기 소유의 건물이 하나 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사기꾼이 하나 등장해서, 부동산 등기 같은 서류를 위조해서 철수의 건물을 자기 것인 양 영희에게 팔아 버렸습니다. 영희는 아무 사정을 모르고, 단지 적법하게 자신이 건물을 매입한 것으로만 알고 있습니다. 그렇게 영희는 건물을 점유하고, 아는 친구에게 그 건물을 임대해 주어 임대료를 받아 챙겼습니다.


이 경우 영희는 실제로는 소유권이 없지만, 소유권이 있다고 착각한 선의의 점유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제201조제1항에 따라 영희가 친구로부터 받은 임대료(과실)은 굳이 철수에게 반환할 필요는 없습니다. 아, 건물 자체는 당연히 철수에게 반환해야 합니다. 애초에 건물 소유자는 철수가 맞으니까요. 과실을 반환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지 원물을 반환하지 않아도 된다고는 안 했습니다.


제201조제2항을 봅시다. 제2항에서는 악의의 점유자에 대해 말하고 있습니다. 악의의 점유자는 수취한 과실을 반환하여야 할뿐더러, 과실을 이미 소비해 버렸거나 과실로 인하여(여기서 주의하여야 합니다. 제2항에서는 '과실'이라는 단어가 3번 나오는데 두 번째 나오는 '과실'이라는 단어는 過失을 말합니다. 고의가 아니고 부주의나 실수로 한 것이라는 의미이니 헷갈리지 마세요) 이를 훼손 또는 수취하지 못하게 된 경우에는 그 대가를 보상하여야 합니다. 즉 선의의 점유자와 달리 악의의 점유자는 과실수취권이 인정되지 않는 것입니다. 선의도 아니고 악의의 점유자이니까, 이러한 내용을 규정한 것이 심정적으로 이해가 쉽게 갈 것입니다.


심지어 제2항에서 말하는 '과실의 반환'이라고 하는 것은 이자까지 포함한 개념입니다. 우리의 판례는 "타인 소유물을 권원 없이 점유함으로써 얻은 사용이익을 반환하는 경우 민법은 선의 점유자를 보호하기 위하여 제201조 제1항을 두어 선의 점유자에게 과실수취권을 인정함에 대하여, 이러한 보호의 필요성이 없는 악의 점유자에 관하여는 민법 제201조 제2항을 두어 과실수취권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취지를 규정하는 것으로 해석되는바, 따라서 악의 수익자가 반환하여야 할 범위는 민법 제748조 제2항에 따라 정하여지는 결과 그는 받은 이익에 이자를 붙여 반환하여야 하며, 위 이자의 이행지체로 인한 지연손해금도 지급하여야 한다"라고 합니다(대법원 2003. 11. 14. 선고 2001다61869 판결). 이행지체나 지연손해금의 개념까지 여기서 공부하기는 어렵지만, 일단 악의의 점유자에게는 우리 법원이 상당히 엄격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는 정도로 이해하시고 넘어가면 되겠습니다.


*다만, 판례는 과실 중에서도 '농작물'(벼나 고추 같은 것들)에 대해서는 "적법한 경작권이 없이 타인의 토지를 경작하였더라도 그 경작한 입도가 성숙하여 독립한 물건으로서 존재를 갖추었으면 입도의 소유권은 경작자에게 귀속한다는 것이 당원의 확립된 견해이므로 이와 같은 취지에서 위 입도의 소유권이 경작자인 원고에게 있다고 한 원심 판결은 정당하다고 할 것이다"라고 하여(대법원 1979. 8. 28. 선고, 79다784 판결) 상당한 강경한 태도로 경작자를 보호하고 있으므로, 농작물의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악의의 점유자인 경작자라고 하더라도 과실을 반환하지 않아도 될 것입니다. 이는 특수한 예외이므로, 관심이 있으신 분들은 따로 판례를 검색해 읽어 보시기 바랍니다.


제201조제3항을 봅시다. 제3항에서는 '폭력' 또는 '은비'의 점유자에 대해 말하고 있습니다. 앞서 공부한 개념입니다. 점유를 취득하거나 지속하는 과정에 폭력을 행사하는 것이 폭력 점유가 될 것이고, 남몰래 타인이 인식하지 못하도록 은밀하게 점유하는 것이 은비 점유가 될 것입니다. 이러한 폭력 점유 또는 은비 점유의 경우, 전항의 규정(제2항)을 준용하도록 하고 있으므로, 이들은 (악의의 점유자와 마찬가지로) 과실을 되돌려 주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지금까지 점유자의 과실수취권에 대해서 알아보았는데요, 이러한 제도를 둔 것에 대해서 비판하는 견해도 있습니다. '선의의 점유자'라는 요건을 엄격하게 해석한다고 하더라도 분명 소유자의 입장에서는 짜증 나는 일이 될 것인데요, 이에 대하여 우리 민법이 외국의 입법에 비하여 선의의 점유자이기만 하면 과실을 꿀꺽할 수 있도록 해주는 "유례 없는 특혜"를 베풀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고 합니다(김용담, 2011).


마지막으로 한 가지 조심할 부분이 있습니다. 오늘 공부한 선의의 점유자의 과실수취권은 만능열쇠가 아닙니다. 남의 물건에 대하여 점유를 취득하여 놓고 단지 '선의점유'라는 이유만으로 모든 것이 용서되지는 않는다는 점을 주의하여야 합니다. 설령 제201조제1항에 따라 과실을 반환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하더라도, 본권에 관한 소송에서 패배하는 경우에는 그때부터 과실수취권이 없게 됩니다(제197조제2항 참조).


또한, 점유자와 소유자 사이에 계약 관계가 있었던 이유로 점유자가 원물을 점유하였던 특수한 경우라면 제201조를 단순히 적용할 수 없고 해당 계약 관계가 처음부터 무효였는지, 아니면 추후에 해제된 것인지 등 개별 사례를 따져서 그 계약 관계에 따라 해결하여야 할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내용은 아직 부당이득의 법리 등을 배운 것이 아니어서 상세히 이해하고 넘어가실 필요는 없지만, 어쨌건 제201조는 선의점유이기만 하면 막 가져다가 쓸 수 있는 사안은 아니라는 것을 아는 것이 중요합니다. 법률에는 다양한 법리가 있어서, A라는 법리를 쓸 수 있어 보인다고 해서 그것만 신경 써서는 안 됩니다. B라는 또 다른 법리도 적용할 수 있다면 이를 함께 고려하여야 하는 것입니다.




[심화학습]

아래에 적힌 내용은 혹시 “심화학습을 원하시는 분”들을 위해 기재된 것이니, 심화학습을 원치 않으시는 분들은 그냥 넘어가도 무방합니다. 이 부분은 부당이득, 불법행위 등의 개념을 어느 정도는 알고 있다는 전제 하에 기재된 것이라는 점을 염두에 두시면 될 듯합니다. 그리고 제201조부터 제203조까지도 이해하신 후에 읽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우리 민법에는 부당이득의 법리가 있어서, 법률상 원인 없이 타인의 재산, 노무로 이익을 얻어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경우에는 그 이익을 되돌려주도록 정하고 있습니다(제741조). 그리고 수익을 얻은 사람이 선의인지, 악의인지에 따라 그 반환의 범위를 따로 정하고 있지요(제748조).

제741조(부당이득의 내용) 법률상 원인없이 타인의 재산 또는 노무로 인하여 이익을 얻고 이로 인하여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자는 그 이익을 반환하여야 한다.

제748조(수익자의 반환범위) ①선의의 수익자는 그 받은 이익이 현존한 한도에서 전조의 책임이 있다.
②악의의 수익자는 그 받은 이익에 이자를 붙여 반환하고 손해가 있으면 이를 배상하여야 한다.


그런데 부당이득이 문제되는 사안이라고 하더라도, 원물을 반환하여야 하는 특수한 상황에서는 제201조~제203조의 문제(점유자-회복자 간의 관계에 관한 규정)를 함께 고려하여야 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습니다(회복자의 개념 등에 관하여서는 제202조 파트를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간단히 말씀드리자면, 제201조부터 제203조까지의 규정은 점유자의 선의와 악의(점유할 권리가 없다는 것을 알았는지, 몰랐는지)를 기준으로 하여, 소유자가 (점유할 권리가 없는) 점유자에 대하여 소유물반환청구를 했을 때 적용되는 조문들입니다. 즉, 그런 상황에서 소유자가 아닌 다른 사람이 물건을 점유하고 있는 기간 동안의 과실은 누가 가져가야 하는가(제201조), 물건이 멸실되거나 훼손되었다면 손해는 얼마나 배상하여야 하는가(제202조), 비용은 누가 부담해야 하는가(제203조)를 정하고 있는 조문인 겁니다.

*독일 민법은 점유자-회복자 관계에 관한 규정을 소유권 파트의 소유물반환청구에 이어 규정하고 있어 소유물반환청구를 전제로 하는 규정임을 명확히 하고 있습니다(김준호, 2017). 우리의 통설은 이러한 체계에 기반하여 제201조~제203조를 해석하고 있는 것입니다. 즉, 제201조부터 제203조의 조문이 적용되는 사안은 회복자가 소유권자이며, 그러한 소유권자가 자기 물건을 돌려달라고 점유자에게 청구하는 경우에 적용되는 것이고, 점유자가 별도로 점유할 권리를 갖고 있는 경우에는 적용되지 않는 것으로 보아야 합니다.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철수는 자신의 부동산을 영희에게 팔기로 하는 부동산 매매계약을 체결하였습니다. 그런데 철수는 추후에 자신이 중대한 착오로 계약을 체결하였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그래서 착오를 이유로 매매계약을 취소합니다.


매매계약이 취소되게 되면, 영희가 철수로부터 넘겨받은 부동산은 부당이득이 됩니다. 그러나 한편으로 영희는 부동산(원물)에 대한 선의의 점유자라고 할 수 있으므로, 민법 제201조제1항이 적용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면 제748조를 적용하여야 할까요, 아니면 제201조를 적용하여야 할까요? 이것이 문제입니다.

*다만, 판례는 계약해제의 경우에는 민법 제548조의 존재를 근거로 이를 부당이득에 관한 특별규정의 성격을 가졌다고 보아, 제201조제1항의 적용을 부정하고 있습니다(지원림, 2011)(대법원 1998. 12. 23. 선고 98다43175 판결).


어느 것을 적용하는지는 매우 중요합니다. 왜냐하면 돌려주는 범위가 달라지니까요. 제748조제1항에 따르면 제아무리 선의의 점유자라고 할지라도 이익이 현존하는 한도에서 돌려주어야 하지만, 제201조제1항을 따르게 되면 선의의 점유자의 경우 현존하는 이익도 반환할 필요가 없게 됩니다(선의점유자의 과실수취권 인정).

대신에 제201조제1항에 따라 선의의 점유자로서 과실을 취득하게 되면 점유물 보존에 들인 필요비 중 ‘통상의 필요비’는 청구할 수 없게 되긴 합니다(제203조제1항 단서). 


또한, 악의의 점유자라고 해도 차이는 있습니다. 물건이 훼손된 경우, 제748조제2항이 적용되면 과실 여부를 따지지 않고 배상을 하여야 하는데, 제201조제2항이 적용된다면 과실이 있는 경우에 책임을 지게 되므로 어느 조문을 적용할 것인지는 중요한 문제가 됩니다. 


반환을 받는 사람(이것을 손실자 또는 회복자라고도 부릅니다) 입장에서는 아무래도 반환의 범위가 넓은 제748조가 적용되는 것이 유리하게 느껴질 것입니다. 반대로 점유자(부당이득자)의 입장에서는 제201조~제203조에 따른 물권적 청구권에 기하여 반환하는 경우가 더 유리하게 느껴지겠지요.


이러한 문제를 점유자-회복자 관계와 부당이득의 문제라고 하는데, 여기에 대해서는 학설이 난무(?)하고 있고, 판례 역시 논리가 복잡하여 이해하기 까다로운 측면이 있습니다.점유자-회복자 관계 자체가 영미법계나 프랑스 민법에는 존재하지 않는 제도이며, 독일 민법에는 상세히 규정되어 있으나 이는 우리 민법과 구성, 내용이 매우 다른 데다가 우리 민법에서는 부당이득, 불법행위 등과의 관계에 대해서 명확히 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라고 하겠습니다(이준현, 2011).


1. 제201조제1항 : 선의의 점유자인 경우


위의 사례(철수와 영희)와 같이 계약이 무효 또는 취소되는 경우, 부동산을 점유하고 있다가 돌려주어야 하는 입장인 영희는 과연 부동산의 사용이익도 같이 돌려줘야 하는 걸까요? 예를 들어 영희가 부동산을 사용한 기간이 3개월인데, 그 부동산이 보통 1개월에 50만원 정도 월세가 나오는 건물이라고 하면, 영희는 철수에게 부동산과 함께 150만원을 같이 반환해야 하냐는 것이지요.


학설의 논의가 있긴 한데, 통설과 판례에 따르면 대답은 NO 입니다. 즉, 영희는 150만원 값어치에 해당하는 사용이익을 그냥 가질 수 있습니다(선의 점유자라는 가정 하에). 우리의 통설과 판례는 제201조제1항을 제748조제1항의 특칙으로 해석하고 있기 때문입니다(박동진, 2022).

*참고로, 계약이 무효이거나 취소된 것이 아니라 해제가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추후 공부할 계약해제권에 대한 채권법 파트 참조).  이런 경우에는 위의 사례에서처럼 제201조와 제748조 간의 관계가 아니라, 제201조와 제548조 간의 관계가 문제가 됩니다. 사안이 아예 다른 것이니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판례는 이런 경우에는 오히려 제201조제1항의 적용을 배제하고 제548조에 따라 원상회복의무를 지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박동진, 2022). 즉, 계약해제의 사유에 기한 것이라면 위의 사례에서 영희는 150만원을 돌려줘야 한다는 것이죠. 


다만, 통설에 대해서는 별다른 근거 없이 제201조~제203조의 규정을 특칙으로 인정하고 있다는 비판이 있으며, 그 외에도 다양한 형태의 반대 의견도 유력하게 제기되고 있다는 점은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한편, 우리 대법원은 토지매매가 착오로 취소된 사건에서, 제201조를 적용하되 “쌍무계약이 취소된 경우 선의의 매수인에게 민법 제201조가 적용되어 과실취득권이 인정되는 이상 선의의 매도인에게도 민법 제587조의 유추적용에 의하여 대금의 운용이익 내지 법정이자의 반환을 부정함이 형평에 맞는 것”이라고 하고 있는데요(대법원 1993. 5. 14. 선고 92다45025 판결).


판례가 생각한 논리는 이렇습니다. 제201조가 적용된다고 하면,과실수취권이 있는 선의의 (토지)매수인은 이익을 돌려주지 않아도 됩니다. 그러면 토지의 매도인은? 매도인은 제201조의 적용을 받지 않지요. 따라서 원래대로 부당이득의 법리가 적용될 겁니다. 그러면 매도인은 매매대금의 운용이익이나 이자까지 매수인에게 되돌려주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하지만 이렇게 칼같이 해석해 버리면, 매수인에게만 너무 유리하고 매도인의 입장에서는 억울한 결론이 될 수 있겠지요. 그래서 대법원은 제587조를 유추적용하여 매도인도 대금의 운용이익 등은 돌려주지 않다도 된다고 결론을 내고 있는 것입니다.

제587조(과실의 귀속, 대금의 이자) 매매계약있은 후에도 인도하지 아니한 목적물로부터 생긴 과실은 매도인에게 속한다. 매수인은 목적물의 인도를 받은 날로부터 대금의 이자를 지급하여야 한다. 그러나 대금의 지급에 대하여 기한이 있는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2. 제201조제2항 : 악의의 점유자인 경우


제201조제2항은 악의의 점유자에 대한 내용인데요, 우리의 판례는 제1항에서와는 달리 “악의 점유자는 과실을 반환하여야 한다고만 규정한 민법 제201조 제2항이, 민법 제748조 제2항에 의한 악의 수익자의 이자지급의무까지 배제하는 취지는 아니기 때문에, 악의 수익자의 부당이득금 반환범위에 있어서 민법 제201조 제2항이 민법 제748조 제2항의 특칙이라거나 우선적으로 적용되는 관계를 이루는 것은 아니다.”라고 판시하고 있습니다(대법원 2003. 11. 14. 선고 2001다61869 판결). 

제201조(점유자와 과실) ②악의의 점유자는 수취한 과실을 반환하여야 하며 소비하였거나 과실로 인하여 훼손 또는 수취하지   못한 경우에는 그 과실의 대가를 보상하여야 한다.

제748조(수익자의 반환범위) ②악의의 수익자는 그 받은 이익에 이자를 붙여 반환하고 손해가 있으면 이를 배상하여야 한다.


대법원은 왜 이런 결론을 냈을까요? 언제는 제201조제1항은 제748조제1항의 특칙이라더니. 제2항에서는 뭔가 말을 바꾼 것처럼 보여서 짜증이 나기도 합니다. 


이러한 대법원의 태도에 대해서는, 과실의 반환 여부(과실수취권)에 대해서는 제201조에 따르도록 하고, 과실을 반환하게 되는 경우(제201조제2항의 악의점유자인 경우)에는 그 반환의 범위는 제748조에 따르도록 한 것이라는 평가가 있습니다(박동진, 2022: 159면). 


한편, 현재 통설은 원물반환의 경우 제201조~제203조를, 가액반환의 경우 항상 부당이득의 법리를 따라야 한다고 보고 있음에도 판례는 이와 다른 태도를 취하고 있다고 평가하기도 합니다. 나아가 제201조 이하의 조문을 제748조와 부합하게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기도 합니다(백태승, 2015).


이 판결에서 대법원의 입장이 타당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학자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갈립니다. 각각의 입장을 여기서 모두 소개하기는 어려우므로, 참고문헌을 읽어 보시길 추천드립니다(아래 김용덕 편집대표, 2019; 476-477면[김형석 작성 부분] 참조).


어쨌거나 대법원의 입장에 따른다면, 위의 영희와 철수의 사례에서 영희가 악의의 점유자였던 경우, 영희는 150만원에 이자를 붙여서 철수에게 돌려주어야 할 것입니다. 선의였을 때와는 아주 큰 차이가 나죠. 




긴 내용을 보시느라 고생이 많으셨습니다. 그래도 우리가 앞서 공부하였던 개념을 가지고서 다른 개념을 공부하고, 때로는 개념을 확장하기도 하는 등 점차 지식의 폭이 넓어진다는 느낌을 받으실 수 있을 것입니다. 내일은 점유자의 회복자에 대한 책임을 공부하도록 하겠습니다.


*참고문헌

양창수, 「민법주해Ⅳ 물권(1)」, 박영사, 1992; 김용덕 편집대표, 「주석민법 물권1(제5판)」, 한국사법행정학회, 2019, 482면(김형석)에서 재인용.

김준호, 「민법강의(제23판)」, 2017, 656면.

박동진, 「물권법강의(제2판)」, 법문사, 2022, 156-157면.

백태승, “민법 제 조 제 조 점유자 201 ~ 203 ․ 회복자 관계와 부당이득반환청구권과의 관계”, 연세대학교 법학연구원, 법학연구 제25권제1호, 2015, 55-58면.

이준현, “점유자-회복자 관계에 관한 민법개정 제안”, 한국민사법학회, 민사법학 제53권, 2011. 3., 154면.

지원림, 「민법강의(제11판)」, 홍문사, 2013, 550면.




2023.12.28. 수정

2024.1.23. 업데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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