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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법과의 만남 Mar 11. 2020

민법 제202조, "점유자의 회복자에 대한 책임"

제202조(점유자의 회복자에 대한 책임) 점유물이 점유자의 책임있는 사유로 인하여 멸실 또는 훼손한 때에는 악의의 점유자는 그 손해의 전부를 배상하여야 하며 선의의 점유자는 이익이 현존하는 한도에서 배상하여야 한다. 소유의 의사가 없는 점유자는 선의인 경우에도 손해의 전부를 배상하여야 한다.


제202조에서는 '회복자'라는 표현이 나옵니다. 점유자는 알겠는데, 회복자는 도대체 무슨 의미일까요? 회복자는 본권, 특히 소유권에 따라 점유물을 되찾으려는 사람을 말합니다. 통설은 어제 공부한 제201조와 제202조, 제203조를 묶어 소유자가 소유물반환청구권을 행사함으로써 점유가 회복되는 사안에 적용되는 규정이라고 말하기도 합니다(김용담, 2011; 김준호, 2017). 아직 소유물반환청구권을 상세히 배운 것은 아니니, 여기서는 그냥 소유자가 물건을 되찾으려고 할 때 적용된다는 정도로 이해하고 넘어가면 되겠습니다.


제202조를 읽어 봅시다. 무슨 의미일까요? 일단 점유물이 점유자의 책임 있는 사유로 인하여 멸실 또는 훼손된 때에 적용되는 조문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훼손이라는 건 일부를 망가뜨리는 등 가치를 훼손하는 것이고, 멸실은 물건이 아예 없어지고 소멸해 버리는 것을 말합니다(물론, 학설에 의하면 이때의 '멸실'에는 물건을 되돌려주기 어려운 상황 등 반환이 불가능한 경우를 포함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또한 제202조에서는 명백히 '점유자에게 책임 있는 사유로 인하여'라고 하고 있기 때문에, 점유자에게 아무런 책임이 없는 경우(예를 들어 점유자가 정말 성실히 물건을 관리하였는데도 갑자기 벼락이 떨어져 물건이 멸실된 경우)에는 제202조에 따른 책임을 질 필요가 없습니다.


그런데 제202조의 표현이 좀 복잡합니다. 점유물이 망가지거나 하는 경우에 적용하는 건 알겠는데, '선의'의 점유자와 '악의'의 점유자를 나누어 설명하고 있고요, 또 선의인 경우에도 '소유의 의사'가 있고 없고에 따라 나누고 있습니다. 이를 간단히 정리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점유자의 책임으로 인하여 점유물이 멸실 또는 훼손되면 어떻게 하는가? '회복자'에 대해서 어느 정도까지 책임을 지면 되는가?


1. (소유의 의사가 있는) 자주점유이면서 선의점유인 경우: 이익이 현존하는 한도에서 배상하면 된다.

2. (소유의 의사가 없는) 타주점유이면서 선의점유인 경우: 손해의 전부를 배상하면 된다.

3. 악의점유인 경우: 손해의 전부를 배상하면 된다.


"이익이 현존하는 한도라는 게 무슨 말인가요?"

표현이 조금 어렵기는 한데, 이익이 실제로 존재하는 범위 내에서 갚으면 된다는 말입니다. 물건의 점유로 인하여 얻게 된 모든 이익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물건의 멸실이나 훼손을 통하여 얻게 된 이익을 말합니다.


어려우니까 예를 들어 봅시다. 철수가 남의 건물을 소유의 의사로 선의점유하고 있다고 해봅시다. 철수는 그 건물이 자기 건물이라고 착각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건물 한 귀퉁이에 있는 테라스에서 철수가 담배를 피우다가 그만 실수로 화재를 내고 말았습니다. 그 결과 건물의 테라스 부분이 홀랑 타 없어져 버렸습니다.


이후 진정한 소유자가 나타나 철수에게 건물을 되돌려 달라고 할 경우 철수는 그냥 테라스가 없는 상태로 돌려주면 됩니다. 철수가 화재로 '이익'을 얻은 건 없으니까요. 현존하는 이익이 없는 겁니다. 건물의 진짜 소유자 입장에서는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하실 수 있겠지만 적어도 제202조에 따르면 그렇습니다(김용담, 2011). 다만 철수가 테라스를 철거하여 그 자재를 팔아 치우는 등 재산상 이득을 본 경우라면 제202조에 따라 그 가액을 반환하여야 합니다.


결국 제202조는 선의의 점유자라고 하더라도 '타주점유'인 경우에는 사실상 악의의 점유자와 같게 취급하고, 자주점유자는 그 책임의 한도를 제한하는 '특급 대우'를 해준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면 왜 하필 이렇게 '소유의 의사'가 있는 사람을 좀 더 우대해 주는 것일까요?


그건 선의의 자주점유자의 경우 정말로 그 물건을 자신의 것이라고 착각하고 소유하려고 하는 것이어서 상대적으로 물건을 막 다룰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내 물건이라고 생각하면 마음대로 훼손해 버리는 것도 어려운 일이 아니고, 물건을 없애 버릴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선의의 자주점유자의 경우는 좀 더 여유롭게 봐주도록 한 것입니다.


반대로 악의의 점유자나 타주점유자는 자기 물건이 아니라는 사실을 뻔히 아는 사람일 것이고, 그런 만큼 물건을 더 소중히 다뤄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쉽게 생각하면 봐줄 여지가 별로 없는 사람들이라는 것이지요. 애초에 선의이면서 자주점유를 한다는 요건 자체가 현실적으로 상당히 충족하기 어려운 요건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런 정도의 차별을 두는 것은 타당할지도 모릅니다.




오늘은 책임 있는 사유로 물건을 멸실 또는 훼손한 경우에 점유자가 회복자에게 어떤 책임을 져야 하는가, 그 범위에 대해서 공부하였습니다. 내일은 점유자의 상환청구권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참고문헌

김용담, 주석민법[물권(1)], 한국사법행정학회, 2011, 354면.

위의 책, 380면.

김준호, 민법강의, 제23판, 법문사, 2017, 65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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