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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법과의 만남 Mar 13. 2020

민법 제203조, "점유자의 상환청구권"

제203조(점유자의 상환청구권) ①점유자가 점유물을 반환할 때에는 회복자에 대하여 점유물을 보존하기 위하여 지출한 금액 기타 필요비의 상환을 청구할 수 있다. 그러나 점유자가 과실을 취득한 경우에는 통상의 필요비는 청구하지 못한다.
②점유자가 점유물을 개량하기 위하여 지출한 금액 기타 유익비에 관하여는 그 가액의 증가가 현존한 경우에 한하여 회복자의 선택에 좇아 그 지출금액이나 증가액의 상환을 청구할 수 있다.
③전항의 경우에 법원은 회복자의 청구에 의하여 상당한 상환기간을 허여할 수 있다.


우리는 제201조를 공부하면서 점유자가 '과실'은 어떻게 가져갈 수 있는지에 대해 공부했고, 어제 제202조를 공부하면서는 만약 물건에 멸실이나 훼손이 생기면 그때에는 어떤 책임이 발생할 수 있는지를 공부하였습니다.


오늘 공부할 내용은, 점유자가 '비용을 지출한 경우'에는 어떻게 해야 하느냐를 다루고 있습니다. 물건을 점유하다가 보면 비용을 지출할 경우가 분명히 있습니다. 사실 볼펜 같은 작은 물건을 점유하면 크게 돈 쓸 일이 없겠지만, 예를 들어 오피스텔 같은 건물을 점유한다고 생각해 보세요. 보일러가 고장 나서 수리를 해야 할 수도 있고, 천장에서 물이 새어서 보수를 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그게 다 돈입니다. 점유자가 돈을 쓰기는 썼는데, 그 후에 진정한 소유자에게 물건을 되돌려 주어야 할 때. 그때 그 돈을 과연 소유자에게서 받아낼 수 있는 것이냐? 이것이 바로 제203조를 통해 해결할 수 있는 질문입니다.


그런데 점유자가 물건을 점유하는 동안 지출할 수 있는 비용의 종류에는 크게 2가지가 있다고 합니다. 그것이 바로 필요비와 유익비입니다. 먼저 필요비란, 물건의 상태를 유지하고 그 물건에 대한 권리를 보존하기 위하여 당연히 지출해야 하는 비용을 말합니다(경수근 외, 2009). 예를 들어 물건에 대한 수선비나 수리비, 동물을 사육하는데 필요한 사료값 등이 이에 해당할 것입니다. 우리의 판례는 "기계의 점유자가 그 기계장치를 계속 사용함에 따라 마모되거나 손상된 부품을 교체하거나 수리하는 데에 소요된 비용은 통상의 필요비에 해당"한다고 본 바 있습니다(대법원 1996. 7. 12. 선고 95다41161,41178 판결).


반면 유익비란, 점유자가 점유물을 개량하기 위하여 지출한 금액 등을 포함한 비용으로, 물건의 효용을 증진시켜 그 재산적 가치를 증가시킨 비용을 뜻합니다(김형석, 2019). 예를 들어 건물을 개조하여 그 객관적 가치를 온전히 증가시켰다면 그에 사용된 비용은 유익비로 인정받을 수도 있습니다.


다만, 판례는 카페 영업을 하기 위한 공사를 하고, 또 카페의 규모를 확장하면서 내부시설공사를 하고, 또는 창고 지붕의 보수공사를 하고 공사비를 지출한 사례에서, 창고 지붕의 보수공사는 통상의 관리비에 불과하고, 점포의 내부시설공사는 카페를 운영하기 위한 필요에 의하여 행하여진 것일 뿐 그로 인하여 이 사건 점포의 객관적 가치가 증가한 것은 아니라고 보아 유익비로 인정을 하지 않은 적도 있기에(대법원 1991. 10. 8. 선고 91다8029 판결), 실제 어떠한 지출이 유익비로 인정되는지 아닐지는 칼같이 잘라서 정하기는 어렵습니다. 사안에 따라 구체적으로 살펴보아야 할 것입니다.


어쨌건 필요비와 유익비는 구별되는 개념이고, 제203조는 이에 기초하여 논리를 전개하고 있습니다. 먼저 제1항에 따르면, 점유자가 소유자로부터 “내 물건을 돌려줘!”라는 요구를 받고 점유물을 돌려줄 때, 회복자(소유권자)에 대하여 필요비 쓴 것을 되돌려달라고 청구할 수 있습니다. 다만, 제1항 단서에 따르면 점유자가 과실을 가져간 경우에는 ‘통상의 필요비’는 청구하지 못한다고 합니다.


‘통상의 필요비’는 또 뭘까요? 필요비는 또다시 2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통상의 필요비’가 있고, 그렇지 않은 필요비가 있습니다. 이를 임시비 또는 특별필요비라고 부르는 경우도 있습니다. ‘통상(通常)’이라는 단어는 ‘보통 그러하다’라는 의미를 담고 있지요. 통상의 필요비란, 평상적인 보존 또는 관리에 필요한 비용이며, 그 외의 필요비란 특별한 사정에 의하여 발생한 보수 및 관리비용을 의미합니다(박동진, 2022). 


예를 들어 자동차와 같은 정밀한 기계는 정기적인 점검을 필요로 하고, 제대로 관리되지 않으면 금방 망가질 것입니다. 정기 점검에 드는 비용은 통상의 필요비라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자동차를 운행하던 도중 갑작스러운 초대형 우박(?)이 떨어져서 자동차 네트가 박살난 경우, 이를 수리하는 비용 자체는 필요비라고 할 수 있겠지만 '통상'의 필요비라고 보기는 어렵겠지요.


그런데 제203조제1항 단서는 점유자가 만약 과실을 가져간 경우라면, 필요비 전부가 아니라 필요비 중에서도 통상의 필요비를 제외한 부분만 회복자에게 청구할 수 있도록 제한하고 있습니다.


왜 이런 규정을 두고 있느냐? 왜냐하면 물건을 점유하면서 그로부터 과실을 가져간 것이니까요. 그렇다면 그 물건을 보존 및 관리하는 데에 들어가는 ‘통상적인’ 비용 정도는 점유자가 부담하여도 된다고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한 가지 소개하자면, 우리 대법원은 “위 규정을 체계적으로 해석하면 민법 제203조 제1항 단서에서 말하는 ‘점유자가 과실을 취득한 경우’란 점유자가 선의의 점유자로서 민법 제201조 제1항에 따라 과실수취권을 보유하고 있는 경우를 뜻한다고 보아야 한다. 선의의 점유자는 과실을 수취하므로 물건의 용익과 밀접한 관련을 가지는 비용인 통상의 필요비를 스스로 부담하는 것이 타당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과실수취권이 없는 악의의 점유자에 대해서는 위 단서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라고 합니다(대법원 2021. 4. 29. 선고 2018다261889 판결). 


즉, 대법원은 선의점유자는 과실수취권이 있는 대신 통상의 필요비는 청구하지 못하니까, 반대로 악의점유자는 과실수취권이 없는 대신 통상의 필요비도 청구할 수 있다고 보는 것입니다(박동진, 2022). 악의점유자에게 그런 것을 인정해줄 필요가 있으냐고 생각하실 수도 있는데, 통상의 필요비는 원래대로라면 소유권자가 지출하여야 할 당연한 비용이라고 할 수 있으므로 그렇게 타당한 결론이라고 보입니다. 


제2항을 봅시다. 제2항은 유익비에 관한 내용입니다. 점유자가 지출한 유익비는 그 가액의 증가가 현존한 경우에 한하여서 청구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유익비는 필요비와 달리 물건의 객관적인 가치를 증가시킨 것이라는 특성이 있어, 청구의 방법은 2가지로 나뉠 수 있습니다.


첫 번째는 실제로 지출한 비용 자체를 청구하는 방법입니다. 예를 들어 건물을 증축하여 건물의 재산적 가치를 증가시킨 경우에, 증축에 들어간 비용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또 다른 방법은 증축으로 인하여 늘어난 재산적 가치의 가액을 청구하는 것입니다. 건물의 증축으로 인해서 건물의 가치가 2천만 원만큼 증가하였다면, 그만큼을 청구하는 것이지요.


제2항에 따르면 이 2가지 방법 중 무엇을 고를 것인지는 점유자가 아니라 회복자에게 달려 있습니다. 따라서 회복자의 입장에서는 2가지 중에 무엇이 더 싸게 먹히는지(?) 잘 계산해서 골라야 할 겁니다.


다만 가액의 증가가 현존하였는지를 판단하는 시점에 대해서는 학설의 다툼이 있습니다. 왜냐하면 재산이라는 게 가치가 항상 일정한 것은 아니잖아요. 건물이 오늘은 2억 원짜리였지만, 내일은 1억 원이 될 수도 있는 겁니다. 그러니까 어느 시점에 가치를 평가하느냐에 따라 큰 차이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판례는 이러한 시점의 문제에 대하여 "점유자는 회복자로부터 점유물의 반환을 청구받거나 회복자에게 점유물을 반환한 때에 비로소 회복자에 대하여 민법 제203조 제2항 소정의 유익비상환청구권이 발생한다고 볼 것"이라고 하여 회복자가 점유물의 반환을 요구하거나, 점유자가 점유물을 반환하는 시점에 상환청구권이 발생한다고 보고 있습니다(대법원 1993. 12. 28. 선고 93다30471,93다30488 판결). 상세한 학설의 다툼을 알고 싶으신 분들은 물권법 교과서를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제3항에서는, (제2항에 따라) 회복자가 유익비를 점유자에게 돌려주어야 하는 경우 법원이 회복자의 청구에 따라 상환기간을 허여할 수 있다고 합니다. 또 이상한 단어가 나왔습니다. '허여(許與)'란 '허락할 허'에 '줄 여'의 한자를 쓰며, '허락해 준다' 정도의 뜻입니다. 일상에서는 거의 안 쓰는 단어여서, 2019년 정부가 제출한 민법 개정안(의안번호 2021928)에서는 "상환 기간을 정해 줄 수 있다" 정도로 바꾸자는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개정안 일부를 아래에 첨부하였으니 재미로 참고하여 보시면 될 듯합니다.


민법 개정안(정부제출, 2019)에서 발췌


사실 제3항은 유익비에 기한 유치권(제320조제1항 관련)을 인정하지 못하게 하는 효과가 있어 그 부분과 함께 공부하면 좋습니다만, 우선 유치권에 대해서는 추후에 상세하게 다룰 예정이므로 여기서는 법원이 기간을 정해 줄 수 있다는 정도로만 알고 넘어가도록 하겠습니다.




지금까지 제201조부터 제203조까지 3개의 조문을 공부하였는데요, 우리의 통설은 어제 공부한 제201조와 제202조, 제203조의 3개 조문은 기본적으로 소유물반환청구권에 기하여 (점유자에게) 물건을 되돌려달라고 하는 상황에 적용되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즉, 당사자 간에 임대차 등 별도의 법률관계가 이미 존재하고 있었던 경우라면, 제201조~제203조의 규정을 적용하여서는 안 되고 임대차에 대한 민법이나 특별법의 조문을 적용하여야 할 것입니다(김형석, 2019: 467-469면).

*아직 소유물반환청구권을 상세히 배운 것은 아니니, 여기서는 그냥 소유자가 물건을 되찾으려고 할 때 적용된다는 정도로 이해하면 되겠습니다.


그런데 사실 소유권에 관련된 규정이면 이 3개 조문은 ‘점유권’의 장(물권편 제2장)이 아니라 ‘소유권’의 장(물권편 제3장)에 있어야 맞을 것 같긴 합니다. 일단 우리 민법은 이 3개의 조문을 점유권의 효력의 일부로 보아 점유권에 관한 장에서 다루고 있는 듯합니다. 


그러나 이런 위치에도 불구하고, 이 조문들은 소유물반환관계를 전제로 해서 그에 뒤따르는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조문으로 이해하여야 하며, 따라서 점유자가 권원 없이 물건을 점유하고 있는 경우에만 적용하여야 한다는 것이 학계의 해석입니다(송덕수, 2019).

*예를 들어 점유자에게 본권이 있는 경우라면 제203조가 적용될 여지는 없습니다. 점유자에게 전세권이 있다면 민법 제310조에 따른 상환청구권이 인정될 거고요, 임차권이 있다면 제626조에 따른 상환청구권이 인정되고, 유치권이 있다면 제325조에 따라 상환청구권이 인정될 겁니다. 각각 본권이 무엇이냐에 따라 다른 법률 조문에서 규율하고 있기 때문이지요.


정리하자면 어떤 사람이, 남의 물건을 소유권 등 본권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점유하고 있는 경우, 본권을 가진 사람이 그 점유자에게 “물건을 되돌려달라”라고 하면서 시작되는 문제점들을 규율하기 위한 것이 바로 제201조, 제202조, 제203조라는 것이지요. 


“점유할 때 나온 천연과실, 법정과실 같은 것은 내가 꿀꺽 해도 돼?” → 점유자의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제201조,

“지금 돌려달라는 그 물건, 내가 갖고 있다가 그만 태워 먹었는데 얼마를 배상해 주면 돼?” → 점유자의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제202조,

“네 물건이니까 돌려주긴 하겠는데... 이 물건 보관하느라 내가 돈 좀 많이 썼는데 당신도 좀 비용을 보전해 줘야 하지 않아?”  → 점유자의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제203조를 보면 해결할 수 있는 것입니다.


이와 같이 조문 자체를 공부하는 것도 좋지만, 해당 조문들이 실제 어떤 사례에 적용되는 것인지,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인지 이해하는 것도 중요하므로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다만, 앞서 제201조 파트에서도 잠깐 말씀드렸지만 이러한 규정들은 다소 불합리한 부분도 담고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면 적용되는 범위를 좁혀서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고, 만약 점유자에게 계약상의 반환의무나 원상회복의무 같은 것이 존재하는 때에는 제201조부터 제203조까지는 적용되지 않는 것으로 엄격하게 보아야 한다는 견해도 유력합니다(송덕수, 2019).


오늘은 필요비와 유익의 개념, 그리고 점유자가 행사할 수 있는 비용상환청구권이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 살펴보았습니다. 내일은 점유의 회수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참고문헌

경수근·신영한·이기욱, 「민법주석대전(1)」, 법률미디어, 2009, 988면.

김용덕 편집대표, 「주석민법 물권1(제5판)」, 한국사법행정학회, 2019, 502면(김형석).

김준호, 「민법강의(제23판)」, 법문사, 2017, 657면.

박동진, 「물권법강의(제2판)」, 법문사, 2022, 162-163면.

송덕수, 「물권법(제4판)」, 박영사, 2019, 253-254면.

지원림, 「민법강의(제11판)」, 홍문사, 2013, 554면.




2023.12.29. 업데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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