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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법과의 만남 May 27. 2019

민법 제22조, "부재자의 재산의 관리"

제22조(부재자의 재산의 관리) ①종래의 주소나 거소를 떠난 자가 재산관리인을 정하지 아니한 때에는 법원은 이해관계인이나 검사의 청구에 의하여 재산관리에 관하여 필요한 처분을 명하여야 한다. 본인의 부재 중 재산관리인의 권한이 소멸한 때에도 같다.
②본인이 그 후에 재산관리인을 정한 때에는 법원은 본인, 재산관리인, 이해관계인 또는 검사의 청구에 의하여 전항의 명령을 취소하여야 한다.


살다 보면 원래 살던 주거지를 떠나 다른 곳에 머무를 일이 많이 생깁니다. 앞서 생활의 근거가 되는 곳으로 '주소'의 개념을 배웠는데, 사람이 늘 주소에만 머무를 수는 없는 일이지요. 부재자란 주소(주소가 없는 경우 거소)를 떠나 그 복귀가 불분명한 사람을 뜻합니다. 이를 제22조에서는 "종래의 주소나 거소를 떠난 자"라고 표현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부재자의 개념은 그냥 하루 이틀 정도 집을 비우는 사람을 뜻하는 게 아닙니다. 그러면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은 여행 떠날 때마다 부재자가 돼버리니까요. 부재자란, 생사가 명확하지만 그래도 당분간 돌아올 가능성이 없는 사람이거나 생사가 불명이어서 돌아올 가능성이 거의 희박한 사람을 의미합니다. 다만 생사불명인 사람의 경우에는 추후에 배울 실종선고라는 것을 받게 되는데, 그 선고가 있게 되면 이제 부재자가 아니라 실종자가 됩니다.


민법에서 왜 부재자에 대한 규정을 따로 마련하고 있는 걸까요? 왜 중요한 걸까요? 예를 들어 봅시다. 하루나 이틀 정도 집을 비우는 것이면 상관없지만, 몇 년 동안 집을 비우게 되면 부재자의 재산이 줄어들거나 감가상각 되어 가치가 현저히 줄어들 가능성이 있습니다. 부재자가 오랫동안 집을 비우는 동안 그의 재산을 아무도 관리하지 않고 내버려 둔다면, 장롱에는 먼지가 쌓이고 보유한 주식은 가치가 떨어질 수도 있습니다.


'남의 재산 줄어들건 말건 내가 상관할 일인가? 남의 재산 줄어드는 것까지 법에서 보호해 줘야 하나?'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당신이 만약 부재자의 유산을 물려받을 사람의 입장이라면 어떨까요? 당신은 부재자의 재산이 쭉쭉 줄어드는 것을 보고 애간장이 다 탈 것입니다. 재산이 없어지게 되면 자기가 물려받을 돈이 없게 되니까요.


결국 부재자 제도의 취지는 단순히 사람이 주소를 떠났다는 사실에 초점을 맞춘 것이 아니라, 사람의 부재로 인하여 재산이 감소하고 그로 인하여 이해관계인이 불측의 손해를 입지 않도록 법률에 따라 그 재산을 관리하는 데에 초점을 맞춘 것입니다. 따라서 그 본질은 '재산관리'인 것입니다.


부재자의 재산관리는 다음의 세 가지 경우를 상정할 수 있습니다.

1. 부재자의 재산을 관리해 줄 만한 사람이 아무도 없는 경우
2. 부재자에게 법정대리인이 있는 경우
3. 부재자가 특정한 사람에게 자신의 재산을 관리해줄 것을 부탁하고 떠난 경우


2번과 3번의 경우라면 별로 걱정할 게 없습니다. 법정대리인 또는 재산관리를 맡게 된 사람이 재산을 관리해 주면 되니까요. 하지만 1번의 경우라면 위에서 말한 것처럼 국가가 개입할 만한 여지가 생깁니다. 이에 제22조는 1번의 경우에 '법원'이 이해관계인이나 검사의 청구에 의하여 재산관리에 개입할 수 있도록 근거를 두고 있습니다.


여기서 이해관계인이란, 부재자의 재산이 방치될 경우 법률상 이해관계에 따라 손익을 볼 수 있는 사람을 뜻합니다. 예를 들어 별다른 일이 없이 현재와 같은 상태에서 상속이 개시된다고 가정하는 경우 즉시 상속인이 될 사람을 추정상속인이라고 하는데, 추정상속인이 바로 이러한 이해관계인에 포함되겠지요. 부재자의 배우자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부재자에게 돈을 빌려준 사람(채권자)도 부재자의 재산이 줄어들면 돈을 못 받을 수도 있으니까 걱정이 많이 되겠죠? 역시 이해관계인입니다. 또한 함께 채무를 지기로 약속한 사람(공동채무자)이나 보증인도 이해관계인에 포함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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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중요한 것은 여기서의 이해관계란 '법률상' 이해관계이므로, '일상적인 의미'의 이해관계인은 포함되지 않는다는 겁니다. 예를 들어 부재자에게는 세상에 둘도 없는 베스트 프렌드라고 하더라도(따라서 감정적으로는 친구의 재산이 줄어드는 것에 이해관계가 매우 깊겠지만) 법률상 이해관계가 없는 겁니다.


이해관계인들이나 검사가 "부재자의 재산이 줄어들면 안 된다! 관리해 달라!"라고 청구하게 되면, 법원은 재산관리에 필요한 처분을 하게 됩니다. 보통 그 처분은 재산관리인을 선임해 주거나 부재자의 재산을 매각하는 것이지요. 대개 재산관리인을 선임하게 됩니다. 


이렇게 법원에 따라 선임된 재산관리인은 부재자의 일종의 법정대리인이 되며, 부재자의 재산을 관리하게 됩니다. 그런데 만약에 부재자가 그 사실을 알고 재산관리인을 자기가 정하고 싶어 한다면, 굳이 법원이 정한 재산관리인을 계속 둘 필요는 없겠지요? 제22조제2항은 이러한 때에 재산관리인의 선임을 취소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을 두고 있습니다.


내일은 재산관리인의 교체에 대하여 공부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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