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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법과의 만남 Mar 30. 2020

민법, 제209조, "자력구제"

제209조(자력구제) ①점유자는 그 점유를 부정히 침탈 또는 방해하는 행위에 대하여 자력으로써 이를 방위할 수 있다.
②점유물이 침탈되었을 경우에 부동산일 때에는 점유자는 침탈후 직시 가해자를 배제하여 이를 탈환할 수 있고 동산일 때에는 점유자는 현장에서 또는 추적하여 가해자로부터 이를 탈환할 수 있다.


'자력구제', 어려운 표현이 나옵니다. 자력구제(自力救濟)란, 스스로의 힘으로(자력) 구한다(구제한다)는 뜻입니다. 이를 제209조에서는 2가지로 나누어서 설명하고 있는데요, 하나는 제1항에서 <자력으로써 이를 방위할 수 있다>라고 표현된 자력방위권이고, 나머지 하나는 제2항에서 <탈환할 수 있다>라고 표현된 자력탈환권입니다.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철수는 자신이 아끼는 시계를 차고 길거리를 돌아다니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나깡패가 등장하여 그의 점유물인 시계를 빼앗으려고 합니다. 이 경우 점유자(철수)는 그 점유를 부정히 침탈 또는 방해하려는 나깡패에 대하여 스스로의 힘으로써 이를 방어할 수 있습니다(제1항, 자력방위권).


만약 나깡패가 철수의 시계를 빼앗아 들고 재빨리 도망친다면, 철수는 현장에서 그를 추적하여 나깡패로부터 시계를 탈환할 수 있습니다(제2항, 자력탈환권). 물론, 현실에서 깡패를 만났을 경우에는 시계를 그냥 포기하고 목숨을 부지하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이런 제도가 왜 있을까요? 본래 개인이 스스로의 힘으로 다툼을 해결하려고 하는 것은 원시 사회에서나 광범위하게 허용될 일입니다. 그러기에 우리의 민법은 앞서 공부한 점유보호청구권 같은 제도를 두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보았을 때 누가 달려와서 내 손목에 산 시계를 빼앗아 도망치고 있는데, "이런, 내 시계를 돌려줘! 나는 점유물반환청구권을 행사하겠다!" 이렇게 등 뒤에 외치면 도둑이 "네, 알겠습니다" 하고 돌려줄까요? 그 사람에게 추후 소송을 걸어서 시계를 되찾으면 좋겠지만, 상대방이 누군지도 모르고 저 멀리 도망쳐서 찾을 수조차 없다면요? 그래서 제209조는 그러한 측면을 고려하여 특별한 경우에는 스스로의 힘으로 물건을 지키고 되찾을 수 있도록 한 것입니다.


다만, 여기서의 자력방위권과 자력탈환권은, 어디까지나 물건의 점유를 지키거나 되찾기 위하여 필요한 한도에서만 허용되는 것입니다. 만약 시계를 빼앗으려는 나깡패에게 철수가, "나는 자력방위권이 있다! 뜨거운 맛을 보아라!" 하고 외치며 손에 든 벽돌로 나깡패를 죽도록 패버렸다면, 이것은 시계를 지키기 위한 한도를 넘어선 방위행위라고 할 것이어서 불법행위가 될 수 있습니다. 물론, 현실에서는 어디까지나 '필요한 한도' 안쪽에 있는 것인지 사안에 따라 구체적으로 판단하여야겠지요. 어쨌건 자력구제를 실행한 사람은 자신의 행위가 필요한 한도에서 적절했다는 것에 대해 입증책임을 지기 때문에, 함부로 자력구제를 남발하여서는 안됩니다.


지금까지는 동산(시계)의 예시를 들어서 말씀드렸는데, 제2항의 경우 부동산의 경우에도 점유자가 점유를 침탈당한 후 가해자를 배제함으로써 이를 탈환할 수 있다고 정합니다. 그런데 자력구제 제도의 특성상 침탈당한 후 1년 뒤에 탈환할 수는 없는 것이고, 시간의 한계가 있어야 할 텐데요. 이에 대해서 제2항은 '직시'(直時)라는 표현을 쓰고 있습니다('즉시'가 아닙니다).


'직시'란 거의 사건이 발생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시간대를 말하기는 하는데, 판례는 "민법 제209조 제1항에 규정된 점유자의 자력방위권은 점유의 침탈 또는방해의 위험이 있는 때에 인정되는 것인 한편, 제2항에 규정된 점유자의 자력탈환권은 점유가 침탈되었을 때 시간적으로 좁게 제한된 범위 내에서 자력으로 점유를 회복할 수 있다는 것으로서, 위 규정에서 말하는 "직시"란 “객관적으로 가능한 한 신속히” 또는 “사회관념상 가해자를 배제하여 점유를 회복하는 데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범위 안에서 되도록 속히”라는 뜻으로 해석할 것이므로 점유자가 침탈사실을 알고 모르고와는 관계없이 침탈을 당한 후 상당한 시간이 흘렀다면 자력탈환권을 행사할 수 없다."라고 하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대법원 1993. 3. 26., 선고, 91다14116, 판결).




지금까지 자력구제권(자력방위권, 자력탈환권)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한 가지 신경 써야 할 것은 간접점유와 점유보조자의 문제입니다. 사실 직접점유자(위의 사례에서 시계를 소지한 철수)야 당연히 자력구제권이 인정되는 데 문제가 없습니다만, 점유보조자와 간접점유자에게까지 이를 허용할 것인가는 논란의 여지가 있을 수 있습니다.


일단 통설은 점유보조자의 경우에도 자력구제권이 인정된다고 보고 있습니다(경수근, 2009). "점유보조자는 점유를 인정 안 해준다더니 이게 무슨 소리야?"라고 생각하실 수 있습니다만, 현실적으로 점유보조자의 점유권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하여 자력구제권까지 인정해주지 않으면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옷가게에 사장은 없고 점원만 있는데 누가 갑자기 옷을 가지고 달아나려고 할 경우, 점원은 "음, 나는 점유보조자에 불과하고, 자력구제권은 없으니 옷을 가져가는 것을 막을 방법이 없군." 하고 가만히 있어야 하는 걸까요? 점유보조자가 굉장히 많이 쓰이는 현실에서 이들에게 자력구제권을 인정해 주는 것은 어찌 보면 의미 있는 일이 될 겁니다.


반면 오히려 간접점유자에 대해서는 자력구제권을 인정해 줄 것인지, 말 것인지 학설의 대립이 있습니다(경수근, 2009). 간접점유라는 것은 사실 직접점유에 비해서 현실에서 와 닿지 않는 측면이 있는데, 자력구제권이라는 것은 아주 예외적으로 인정되는 것이어서 이를 넓게 인정해서는 안된다는 견해가 있기도 하고, 어쨌거나 학설의 논란이 있다는 정도로만 알고 넘어가시면 될 듯합니다.




추가로 한 가지 논의만 더 말씀드릴게요. 길어져서 죄송합니다. 바로 소위 오상(誤想)의 자력방위와 자력탈환의 문제인데요, 법학에서나 쓰고 잘 안 쓰는 단어이긴 한데 ‘오상’이란 잘못 생각한다, 착각한다는 의미입니다.


간단히 생각하며 이런 겁니다. 자력방위나 자력탈환의 요건이 구비되지 않았는데도 스스로 “아, 자력구제가 가능한 상황이구나!”라고 착각하여, 상대방에게 물리력을 행사해 다치게 하거나 손해를 입혀 버렸다면 어떨까요? 상대방의 입장에서는 오히려 억울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이런 경우에 우리의 통설은 설령 그런 착각을 하게 된 데에 과실이 없다고 하더라도, 손해배상책임을 지게 된다고 보고 있습니다(무과실의 손해배상책임)(송덕수, 2019). 손해배상책임에 대해서는 아직 구체적으로 공부하지 않았으므로, 참고로만 알아 두시기 바랍니다.


오늘은 자력구제권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내일은 준점유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참고문헌

경수근·신영한·이기욱, 민법주석대전(1), 법률미디어, 2009, 1007면.

송덕수, 물권법, 박영사, 제4판, 2019, 26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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