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4조(관리인의 직무) ①법원이 선임한 재산관리인은 관리할 재산목록을 작성하여야 한다.
②법원은 그 선임한 재산관리인에 대하여 부재자의 재산을 보존하기 위하여 필요한 처분을 명할 수 있다.
③부재자의 생사가 분명하지 아니한 경우에 이해관계인이나 검사의 청구가 있는 때에는 법원은 부재자가 정한 재산관리인에게 전2항의 처분을 명할 수 있다.
④전3항의 경우에 그 비용은 부재자의 재산으로써 지급한다.
부재자의 재산관리인은 구체적으로 무슨 일을 할까요? 제24조는 재산관리인의 직무에 관하여 특별히 정하고 있습니다. 첫째, 재산관리인은 관리할 재산목록을 작성합니다. 예를 들면 자신이 관리할 재산은 동산(연필 3개, 지우개 1개, TV 1개, 옷장 1개)과 부동산(단독주택 1개)이 있다고 적어서 내는 식입니다.
또한 법원은 자신이 선임한 재산관리인에 대하여 재산 보존을 위한 처분을 명령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부재자의 재산 중에 훼손될 수 있는 재산으로서 생선이 100마리 있다고 해봅시다. 농담 같지만 실제로 그런 일이 없으리란 법은 없습니다. 이 경우 생선은 금방 부패해 버릴 수 있으므로, 신선도가 유지될 때 빨리 팔아 버리도록 법원이 명령할 수 있습니다. 고급 참치라면 돈이 좀 더 되겠지요.
그 외에도 재산의 공탁이나 변제, 보존등기 등도 제2항에서 말하는 처분에 해당합니다. 이 말들이 지금은 이해가 잘 안 가겠지만 추후에 공부할 것이니 지금은 일단 넘어가도록 합시다.
법원이 아니라 부재자가 미리 정해 두고 떠난 재산관리인이 있는데, 부재자의 생사가 불분명해지는 상황이 발생했다고 합시다. 어제 제23조를 공부할 때 이러한 상황에 대해서 같이 생각해 보았었지요? 부재자가 재산관리인을 정해 두고 떠났더라도 자신의 생사 불분명까지 고려하고 떠난 건 아니기 때문에 이런 경우에는 재산관리에 애로사항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러한 경우 법원은 이해관계인이나 검사의 청구에 의하여 제1항 또는 제2항에 따른 처분을 명령할 수 있게 됩니다.
물론 재산관리인의 입장에서는, 이미 재산관리 업무를 잘 수행하고 있는데 추가로 법원이 지시하는 사항까지 수행하느라 자기 돈이 들어간다면 상당히 억울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좀 억울함을 덜으시라고 제4항에서는 그러한 처분 등에 들어가는 비용을 부재자의 재산에서 깔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의 논의를 살펴보면, 한 가지 특이한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그건 (1)부재자 본인이 관리인을 정한 경우와 (2)법원이 관리인을 정하여 준 경우를 나누어서 보고 있다는 점인데요, 실제로 학계에서는 (1)의 경우의 관리인을 위임 계약에 따른 수임인이자 임의대리인에 해당한다고 해석하고 있습니다. 한편, (2)의 관리인은 (부재자가 직접 고른 사람은 아니고 법원이 정해 준 사람이므로) 부재자와 위임 계약을 맺은 것은 아니지만 직무의 성질상 위임에 관한 규정이 준용되며, 법정대리인에 해당한다고 해석하고 있습니다. 도대체 임의대리인은 뭐고 법정대리인은 뭘까요?
아직 대리의 법리에 대해서 공부한 것은 아니니 이 의미를 구체적으로 이해하기는 어렵지만, 간단하게 맛만 보는 정도로 말씀드려 보겠습니다(어차피 나중에 다시 공부할 내용입니다). 우리 민법은 '본인이 해야 할 일'을 다른 사람에게 맡기는 제도에 대해서 규율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철수가 A라는 땅의 소유자인데 그 땅을 팔려고 부동산 업체에 내놓았다고 해봅시다. 영희는 그 땅을 사려고 찾아갔는데, 이상하게 계약을 하러 나온 건 철수가 아니라 철수의 동생인 민수였습니다. 철수는 바빠서 못 오고 동생인 자신이 대신 계약을 하러 나왔다고 합니다. 영희는 그래도 땅 소유자인 철수와 계약을 해야 할 거 같기도 하고, 그래도 동생인데 설마 괜찮겠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헷갈리기 시작합니다.
이처럼 동생인 '민수'가 자기 자신이 아니라 형인 '철수'를 위하여 의사표시("A라는 땅을 영희에게 팔겠다"는 의사)를 하고 그 법률효과는 철수에게 귀속시키는(A라는 땅을 팔아 치운 대금은 동생 민수가 아니라 토지 소유자인 철수에게 귀속되는 것), 이러한 법률행위를 대리라고 합니다. 어려운 말로는 대리인이 자기 자신이 아니라 '다른 사람'을 위하여 법률행위를 하는 것임을 표시하고, 그 법률효과 역시 '다른 사람' 본인에게 귀속하도록 만드는 제도라고 합니다.
임의대리인은 '대리행위의 법률효과를 받게 되는 사람'(위의 사례에서는 철수)이 직접 고른 대리인입니다. 즉, 우리가 살펴본 부재자 제도에서는 대리행위를 부탁하는 부재자가 직접 고른 사람이겠지요. 이때의 재산관리인은 부재자의 재산을 관리해 주는 행위를 하고, 그 법률 효과는 부재자에게 귀속되게 됩니다.
법정대리인은 '대리행위의 법률효과를 받게 되는 사람'이 자의로 고르지 않았는데도 법률의 규정에 따라 정해진 대리인입니다. 우리가 살펴본 부재자 제도에서는 바로 법원이 부재자의 의사와 상관없이 정해 버린 재산 관리인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대략 대리인 제도가 어떤 제도인지 감이 오시지요? 내일은 재산관리인의 권한에 대하여 공부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