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5조(관리인의 권한) 법원이 선임한 재산관리인이 제118조에 규정한 권한을 넘는 행위를 함에는 법원의 허가를 얻어야 한다. 부재자의 생사가 분명하지 아니한 경우에 부재자가 정한 재산관리인이 권한을 넘는 행위를 할 때에도 같다.
오늘은 관리인의 권한에 대하여 알아봅시다. 부재자가 떠나기 전에 직접 관리인을 선임하고 떠났으면 둘 사이에 권한에 대하여 상세한 약정이 되었을 것이므로 별로 문제가 안됩니다. 하지만 법원이 선임한 관리인이라면 어느 정도 법률에서 그 권한의 범위를 설정해 주어야겠지요. 안 그러면 재산관리인이 무슨 짓을 할지 모릅니다. 예를 들어 부재자가 어느 날 고향에 돌아왔는데 관리인이 부재자의 재산으로 주식 투자를 해서 남은 재산이 한 푼도 없다고 해 봅시다. 큰 재앙입니다.
그런데 제25조에서는 제118조를 언급하고 있네요. 나중에 배우기는 하겠지만 일단 제118조를 보고 지나갑시다.
제118조(대리권의 범위) 권한을 정하지 아니한 대리인은 다음 각호의 행위만을 할 수 있다.
1. 보존행위
2. 대리의 목적인 물건이나 권리의 성질을 변하지 아니하는 범위에서 그 이용 또는 개량하는 행위
추후에 대리권에 대하여 상세히 배우겠지만 우리는 대리권에 대해서 제24조를 공부할 때 간단하게 배운 바 있습니다. 그것을 복습하는 느낌으로 빠르게 읽어 봅시다.
철수가 A토지를 사고 싶어 하는데, 철수는 머리가 나빠서 법이니 뭐니 아무것도 잘 모른다고 합시다. 그런데 철수의 친구 민수는 명문대도 나왔고 철수와 친합니다. 철수는 민수에게 A토지를 매입하는 일을 맡기려고 합니다. 이때 민수는 '철수'의 이름으로 A토지를 매입하게 되지만, 그 매입의 효과(소유권이전)은 바로 철수에게 귀속되게 됩니다. 민수 명의로 토지가 가는 게 아니죠.
이처럼 대리인(민수)이 본인(철수)의 이름으로 의사표시를 하거나 제3자의 의사표시를 수령함으로써 직접 본인(철수)에게 그 효과를 귀속시킬 수 있는 자격을 '대리권'이라고 합니다. 여기까지는 어제 배운 내용과 같습니다.
그런데 보통은 대리를 맡기는 사람(철수)이 상세하게 "너는 a부터 c까지의 행위만 나를 대리할 수 있어. 그 이상은 안 되는 거야."라고 정해 주어야 맞는 것이지만 그렇게 명확하게 정해지지 않는 경우가 꽤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대리인은 자신이 a부터 c까지 할 수 있는 것인지, a부터 f까지 할 수 있는 것인지 헷갈립니다.
이처럼 대리인이 있기는 한데 그 권한이 모호한 때에, 우리 민법은 제118조를 두어 대리인이 이러이러한 행위까지만 할 수 있다고 제한을 걸어 둔 것입니다.
법원이 선임한 재산관리인 역시 일종의 법정대리인이고, 제25조는 제118조를 언급하고 있으므로 법원이 선임한 재산관리인은 제118조에서 정하는 '보존행위'와 '물건 또는 권리의 성질이 변하지 않는 범위에서 이용하거나 개량하는 행위'를 할 수 있습니다. 이를 넘어서는 행위는 하면 절대 절대 안 되는 것은 아니지만 법원의 허가를 받아야 할 수 있습니다. 제118조와는 구조가 좀 다르다는 점에 주목하세요. 제118조는 이러이러한 행위'만'을 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고, 제25조는 이러이러한 행위 '외'의 행위를 하려면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그럼 제118조 각 호의 행위가 뭐냐? 간단히 한번 봅시다. 보존행위란 말 그대로 재산가치를 현상 유지하는 행위로, 부서진 것을 수리하거나 고장이 안 나도록 청소를 해두거나 하는 행위입니다.
이용하거나 개량하는 행위는 예를 들어 방을 남에게 빌려 주고 월세를 받는 행위를 말합니다. "와, 임대도 해줄 수 있나요?" 네, 가능합니다.
그럼 안 되는 행위는 무엇인가요? 바로 처분행위입니다. 처분행위는 재산에 사실적인 변동을 가하거나 재산권을 변동시켜 버리는 행위입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로 재산의 매각이지요. 부재자가 선임한 것도 아니고 (사실상 남남인) 법원이 정해 준 재산관리인이 내 재산을 마음대로 팔아 넘기기까지 한다? 부재자 입장에서는 참을 수 없는 일일 것입니다. 그러니 제한을 두기는 두어야 하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특수한 경우에는 팔기는 팔아 버려야 할 때가 또 없는 것은 아니지요(예를 들어 빨리 팔아 버리지 않으면 상하는 생선이 잔뜩 있는 경우). 그래서 우리 민법은 법원의 허가를 받아서 처분행위를 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는 것입니다. 허가신청이 있으면 법원은 재산관리인이 하려는 처분행위가 과연 부재자의 이익을 위한 것인지 판단하여, 그것이 옳다고 생각하면 허가를 해주게 됩니다.
그러면 재산관리인이 허가를 받지 않고 마음대로 처분행위를 해버리면 어떻게 될까요? 이 경우를 우리 민법은 무권대리의 법리에 의하여 해결하고 있습니다. 이 내용은 길 뿐더러 어렵기까지 하므로, 나중에 '대리' 부분에서 따로 공부하겠습니다. 지금은 우선 처분행위는 법원이 허가를 해주어야 한다! 정도만 이해해 두시면 되겠습니다.
물론 여기서 말하는 보존행위나 이용행위, 개량행위의 개념도 아주 명확하고 상세한 것은 아니긴 합니다. 따라서 가끔씩은 도대체 어디까지가 보존행위인지, 어디까지가 이용행위인지 논란이 있기도 하고 그 때문에 소송전이 벌어지기도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각각의 사례에 관련된 판례를 읽으면서 "대법원이 어디까지를 보존행위로 해석하고 있는 걸까?"와 같은 내용을 공부할 필요가 있는 거겠지요. 모든 상세한 내용을 법률로 정하는 것은 가능하지도 않고 꼭 바람직한 것도 아닙니다.
제25조 두 번째 문장에서는 법원이 선임한 재산관리인뿐 아니라 부재자가 생사불명인 경우에 재산관리인이 권한을 넘는 행위를 한 경우에도 제25조를 적용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여러 번 말씀드렸지만 부재자가 갑자기 생사불명이 된 때에는 부재자가 재산관리인을 관리 감독하기 어려운 상황이 되어 버리기 때문에 이러한 조항을 둔 것이라고 하겠습니다.
내일은 관리인의 담보와 보수에 대해서 공부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