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7조(실종의 선고) ①부재자의 생사가 5년간 분명하지 아니한 때에는 법원은 이해관계인이나 검사의 청구에 의하여 실종선고를 하여야 한다.
②전지에 임한 자, 침몰한 선박 중에 있던 자, 추락한 항공기 중에 있던 자 기타 사망의 원인이 될 위난을 당한 자의 생사가 전쟁종지후 또는 선박의 침몰, 항공기의 추락 기타 위난이 종료한 후 1년간 분명하지 아니한 때에도 제1항과 같다.
철수는 해외여행을 떠났다가 연락이 두절되었습니다. 어디서, 무슨 이유로 연락이 되지 않는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중요한 것은 벌써 10년째 철수가 가족과도 연락이 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처음에는 단순히 철수를 ‘부재자’로 취급하여 그의 재산을 앞서 공부한 제도에 따라 관리하는 것으로도 충분했습니다. 그런데 천년만년 재산관리인을 선임하기도 곤란합니다. 이러다가는 재산관리인 월급만 주다가 철수의 재산이 동나게 생긴 판입니다.
또, 철수에게는 아내도 있는데 철수가 살았는지 죽었는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세월만 흘러가면, 아내는 미망인도 아니고 배우자가 있는 것도 아닌 애매한 상황에서 평생을 살아야 하는 문제가 생깁니다. 적어도 그런 경우에는 새로운 사랑을 찾을 기회를 줄 수도 있을 텐데 말입니다.
그래서 민법 제27조는 철수와 같이 생사가 불분명한 상황이 오랜 시간(법에서는 5년) 지속될 경우 그 사람을 ‘실종자’로 판정하여 그에 따른 법적 효과를 발생시킬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를 ‘실종선고’ 제도라고 하고, 실종선고를 받은 사람을 ‘실종자’라고 합니다.
우리의 판례는, “부재자의 생사불명 상태가 일정기간 계속하고 살아 있을 가능성이 적게 된 때에, 그 사람을 사망한 것으로 간주하여 그를 중심으로 하는 법률관계를 확정⋅종결케 하는 것이 실종선고제도이다”라고 실종선고 제도의 취지를 설명하고 있으니 참고할 만합니다(대법원 2017. 12. 22. 선고 2017다360, 2017다377 판결).
그렇다면 실종선고를 내릴 수 있는 요건은 어떻게 될까요? 지금부터 하나씩 살펴봅시다.
첫 번째 요건입니다. 부재자가 실제로 살았는지 죽었는지 아무도 몰라야 합니다. 죽었다는 게 명백해도 안됩니다. 철수나 갱단을 만나 총을 맞고 죽어서 시체까지 확인되었다면, ‘사망자’로 처리해야지 ‘실종자’로 처리할 이유가 없습니다. 반대로 살아 있다는 게 확실하면 이 역시 당연히 실종자로 처리해선 안 되겠지요.
‘실종기간’이란, 부재자의 생사가 불분명한 상태가 일정 기간 계속될 때의 그 기간을 말합니다. 그리고 우리가 공부하는 민법 제27조제1항에서는 이 실종기간을 기본적으로 ‘5년’으로 잡고 있습니다.
그러면 실종기간은 어떻게 계산하여야 할까요? 한번 철수의 여정을 따라가 봅시다.
1. 철수의 해외 출국 : 2001년 1월 1일
2. 한국에 있는 아내와 마지막으로 통화한 날 : 2002년 1월 1일
그렇다면 철수에게 실종기간 5년이 경과한 날은 2006년 1월 1일일까요? 아닙니다. 2002년 1월 1일에 분명히 철수는 아내와 통화를 했고 이는 철수가 그때까지는 살아 있었음을 증명하는 것이므로, 실종기간은 마지막으로 생존을 증명할 수 있는 소식이 있었던 시점을 기준으로 시작된다고 하겠습니다. 따라서 2002년 1월 1일이 기산점이 되고, 5년이 경과한 2007년 1월 1일 자정(24시)에 실종기간이 만료되는 것으로 해석해야 할 것입니다(김용덕, 2019).
그런데 항상 실종기간이 5년을 꽉 채워야만 하는 것은 아닙니다. 제27조제2항을 볼까요? 분명히 앞서 공부한 제27조제1항에서는 5년의 기간이 지나야 실종선고가 가능한데, 제2항에서는 특별한 케이스인 때에는 1년만 지나도 실종선고를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 겁니다. 이를 ‘특별실종’이라 하며, 제1항의 경우는 ‘보통실종’이라 하여 양자를 구별합니다.
특별실종은 정말 특별한 경우를 다룹니다. 즉, 사망의 개연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예상되는 실종을 말합니다. 선박이 침몰하거나 비행기가 추락하거나, 전쟁에 나갔다가 실종되거나(제2항에서는 ‘전지에 임한 자’라는 표현을 쓰고 있습니다). 또한 ‘기타 사망의 원인이 될 위난’이란 끔찍한 재해 같은 것을 의미할 것입니다. 지진이나 화산 폭발 등이 예시가 되겠지요.
만약 철수가 해외에 머물던 지역에서 화산 폭발이 있었고, 화산폭발이 2021년 1월 1일에 끝났으며 그 뒤 철수의 연락이 1년간 두절되었다고 합시다. 그러면 2022년 1월 1일 자정이 지나면 제27조제2항에 해당되어 (5년이 경과하지 않아도) 실종선고가 가능할 것입니다.
위의 2가지 요건을 충족하면, 이해관계인 또는 검사가 실종선고를 해주십사 하고 법원에 청구할 수 있게 됩니다. 그런데 ‘이해관계인’이란 표현, 익숙하십니까? 부재자가 재산관리인을 정하지 않고 떠났을 때에도 ‘이해관계인’이 재산관리인을 선임해 줄 것을 청구할 수 있다고 공부했었습니다.
그런데 조심할 것은 재산관리인 제도에서의 ‘이해관계인’과 여기서의 ‘이해관계인’은 좀 의미가 다르다는 것입니다. 법학에서는 같은 표현이더라도 조문에 따라 그 의미나 범위가 다른 경우가 있으므로 특히 조심하여야 합니다.
우리의 판례는 실종선고에 관한 ‘이해관계인’의 범위를 상당히 좁게(제한적으로) 보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실종선고라는 것이 굉장히 무겁고 중요한 사건이기 때문이지요. 단순히 자리를 비운 사람의 재산을 관리해 줄 사람을 청구하는 것과는 다릅니다.
우리의 판례는, “민법 제27조의 실종선고를 청구할 수 있는 이해관계인이라 함은 부재자의 법률상 사망으로 인하여 직접적으로 신분상 또는 경제상의 권리를 취득하거나 의무를 면하게 되는 사람만을 뜻한다”고 하면서, “부재자의 자매로서 제2순위 상속인에 불과한 자는 부재자에 대한 실종선고의 여부에 따라 상속지분에 차이가 생긴다고 하더라도 이는 부재자의 사망 간주시기에 따른 간접적인 영향에 불과하고 부재자의 실종선고 자체를 원인으로 한 직접적인 결과는 아니므로 부재자에 대한 실종선고를 청구할 이해관계인이 될 수 없다.”고 하여, 심지어 부재자의 자매조차 경우에 따라서는 이해관계인이 될 수 없다고 하여 엄격하게 요건을 따지고 있습니다(대법원 1986. 10. 10., 자, 86스20, 결정).
예를 들어, 철수에게 돈을 빌려준 ‘민수’는 철수의 채권자로서 ‘부재자 재산관리인의 선임’을 청구하는 데에는 문제가 없습니다. 그러나 민수는 철수의 실종선고를 청구할 수는 없습니다. 왜냐하면 민수가 철수에게 빌려준 돈은 철수의 재산관리인으로부터 받아 내면 끝나는 것이기 때문이지요. 민수는 돈만 받으면 되므로 철수의 실종선고를 받아낼 실익이 없습니다.
반면 철수의 아들(철수로부터 유산을 물려받을 수 있는 사람, 1순위 법정상속인)이나 철수의 아내 등은 이에 비하여 당연히 이해관계인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지금까지 공부한 요건을 모두 충족하게 되면, 가정법원에서는 실종선고사건을 받아들여 실제로 정말 철수가 ‘생사불명’인지, 실종기간이 경과한 것은 맞는지, 청구한 사람이 이해관계자에 해당하는 것이 맞는지 등을 하나씩 따져서 실종선고를 내릴 것인지 결정하게 됩니다.
그렇다면 실종선고가 있게 되면 어떤 법적인 효과가 발생할까요? 내일 공부하도록 하겠습니다.
*참고문헌
김용덕, 주석민법[총칙(1)], 한국사법행정학회, 2019, 474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