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8조(실종선고의 효과) 실종선고를 받은 자는 전조의 기간이 만료한 때에 사망한 것으로 본다.
어제 공부한 제27조에 따라 실종선고가 있게 되면, 어떤 효과가 있을까요? 제28조는 이에 대하여 "사망한 것으로 본다"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본다"라는 것은 법률에서 "간주한다"라는 뜻으로 읽힙니다. 사실 실종된 사람이 죽었는지 살았는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영화 '캐스트 어웨이'에서처럼 무인도에서 살아남았다가 몇 년 뒤 구조될 수도 있는 겁니다. 하지만 제28조는 '그런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실종선고를 받은 자를 마치 사망한 것과 같이 봄으로써 '사망간주'를 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간주'라는 개념에서 조심할 점이 있습니다. '간주'는 '추정'과 다릅니다. 다소 단순하게 설명하자면 간주가 추정보다 더 강한 개념이라고 보면 됩니다. '추정'이란, 반대의 입증이 있을 때까지는 그러한 것으로 인정한다는 의미입니다. 예를 들어 '사망한 것으로 추정한다'라고 한다면, 철수가 살아 있다는 증거(예 : 철수가 미국에서 어제 찍힌 사진)를 제시함으로써 그 추정을 깨뜨릴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간주'는 사진 한 장 만으로 깨뜨릴 수 없습니다. 사망으로 간주된 것을 뒤집으려면, 실종선고 자체를 취소하는 법적 절차를 다시 밟아야 합니다. 실종선고의 취소에 관하여는 뒤에 조문이 또 나오므로 그때 공부하겠지만, 여하튼 정해진 다른 절차를 밟지 않는 한 반대의 증거를 내미는 것만으로는 깨뜨릴 수 없다는 점에서 간주란 '추정'보다 더 강한 개념입니다.
그런데 '전조의 기간이 만료한 때'라는 건 무슨 말일까요? 어제 공부한 철수의 사례를 다시 봅시다.
1. 철수의 해외 출국 : 2001년 1월 1일
2. 한국에 있는 아내와 마지막으로 통화한 날 : 2002년 1월 1일
철수의 아내 영희는 철수가 살아 돌아올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습니다. 그래서 주변의 말은 듣지 않고 꿋꿋이 혼자 아이를 키우며 살아왔습니다. 그러나 철수가 없어진 지 10년이 지나자 영희도 이제는 철수가 돌아오지 않으리라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실의에 빠진 영희는 2012년 1월 1일 마침내 법원에 철수의 실종선고를 청구하게 됩니다. 그리고 2012년 12월 13일, 법원은 영희의 청구를 받아들여 철수의 실종선고를 합니다. 그러면 철수는 2012년 12월 13일부터 '죽은 것'으로 간주되는 것일까요? 아닙니다.
제28조에서는 그 시점을 '전조'(제27조)의 기간이 만료된 때라고 하고 있으므로, 바로 부재자의 생사가 5년간 분명하지 아니한 때가 그 시점이 됩니다. 따라서 실종선고 자체는 2012년 12월 13일이라고 할지라도 그 선고에 의한 철수의 '사망간주' 효과는 2007년 1월 1일부터 소급하여 발생하게 되는 것입니다. 바꾸어 말하면, 2006년 12월 31일까지는 철수는 실제로 어떻게 되었는지와 상관없이(진실과 상관없이) '생존했던' 것으로 간주된다는 말이기도 합니다(판례의 태도).
그러면 이런 궁금증이 들 수 있습니다. 철수가 부재한 동안 법원에 의하여 재산관리인으로 선임된 민수는 철수의 재산을 관리하여 왔습니다. 민수는 2008년 1월 1일, 법원의 허가를 받아 철수가 가지고 있던 A부동산을 매각하였습니다. "나중에서의 일이지만 철수는 2007년 1월 1일부터 죽은 것으로 보게 되었으니까, 2008년에 한 민수의 행위는 무효인 것이 아닐까?"
그렇지 않습니다. 철수가 어느 시점에 죽었건 간에 민수는 적법하게 선임된 재산관리인으로서 권한을 갖고 있는 것이므로, 민수가 A부동산을 팔아치운 행위도 유효합니다. 판례의 표현을 빌리자면 "부재자 재산관리인으로서 (생략) 권한에 의하여 이루어진 행위는 부재자에 대한 실종선고 기간이 만료된 뒤에 이루어졌다고 하더라도 유효하다"라고 합니다(대법원 1981. 7. 28., 선고, 80다2668, 판결).
오늘은 안타까운 영희의 사례를 공부하였습니다. 그런데 법원이 실종선고를 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2012년 12월 31일, 기적같이 철수가 무인도에서 구조되었다는 뉴스가 뜹니다. 장장 12년 만에 한국에 돌아오게 된 철수. 이미 죽은 것으로 간주되어 버린 철수는 이제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내일 공부해 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