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9조(실종선고의 취소) ①실종자의 생존한 사실 또는 전조의 규정과 상이한 때에 사망한 사실의 증명이 있으면 법원은 본인, 이해관계인 또는 검사의 청구에 의하여 실종선고를 취소하여야 한다. 그러나 실종선고후 그 취소전에 선의로 한 행위의 효력에 영향을 미치지 아니한다.
②실종선고의 취소가 있을 때에 실종의 선고를 직접원인으로 하여 재산을 취득한 자가 선의인 경우에는 그 받은 이익이 현존하는 한도에서 반환할 의무가 있고 악의인 경우에는 그 받은 이익에 이자를 붙여서 반환하고 손해가 있으면 이를 배상하여야 한다.
행방불명되어 죽은 줄만 알았던 철수가 돌아왔습니다. 철수의 아내 영희조차 깜짝 놀랐습니다. 기쁜 마음으로 돌아온 철수는 자신이 법적으로 '죽은 사람'이 되어 있다는 사실을 발견합니다. 앞서 공부했듯이, 실종에 따른 사망의 '간주'는 '추정'과 다른 것이므로 단순히 철수가 살아 있다는 사실(반증)만으로는 뒤집히지 않습니다. 법원이 실종선고의 취소를 하여야 합니다.
따라서 철수는 제29조제1항에 따라 직접 실종선고의 취소를 청구할 수 있습니다. 물론 제29조제1항은 철수와 같이 살아서 돌아온 경우에만 써먹을 수 있는 것은 아니고, "전조의 규정과 상이한 때에 사망한 사실의 증명"이 있는 경우에도 써먹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철수는 법원의 실종선고 효과에 따라 2007년 1월 1일 사망한 것으로 간주되었지만, 어떤 탐험가가 오지에 들어갔다가 철수의 무덤을 발견하였고, 감식 결과 2008년 1월 1일 사망했던 것으로 확인된다면 제29조제1항에 따라 취소를 청구할 수 있는 것입니다. 사망일이 바뀌는 것은 법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갖기 때문입니다.
제1항에 따르면 본인이나 이해관계인, 검사가 청구를 할 수 있는데, 여기서의 이해관계인은 제27조에서 말하는 이해관계인보다는 좀 더 넓게 해석할 필요가 있습니다. 실종선고 자체는 굉장히 까다롭게 보아야 하는 것이 맞지만, 틀린 실종선고를 고치는 것(잘못된 실종선고를 취소하는 것)은 요건을 까다롭게 할 필요가 없으므로 실종선고를 처음 할 수 있는 이해관계인보다는 더 관대하게 보아도 괜찮다고 하겠습니다.
그런데 제29조제1항 단서는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요? "실종선고 후 그 취소 전"이란 무엇일까요? 우리는 무효와 취소의 법리에 대해서 잠깐 공부한 적이 있습니다. 기억이 가물가물하시다면 "제5조"에 관한 부분을 찾아서 다시 한번 읽어 보세요.
복습 차원에서 다시 한번 말씀드리면, 무효란 처음부터 법률행위의 효력이 발생하지 않는 것을 말합니다. 일상생활에서 흔히 "이건 무효야!"라고 많이 하지 않습니까. 그 말대로입니다. 처음부터 효과가 없다는 겁니다. 이에 비하여 '취소'는 무효와는 다른 개념입니다. 취소란 "일단 유효하게 성립한 법률행위를 취소권자의 취소의 의사표시에 의하여 소급하여 무효로 하는 행위"라고 했습니다. 기억해두시길 바랍니다.
철수는 자신의 청구에 따라 결국 2013년 1월 31일, 법원으로부터 "철수의 실종선고를 취소한다"라는 통지를 받았습니다. 결국 이처럼 실종선고의 취소가 있게 되면, '소급'하여 마치 처음부터 실종선고가 없었던 것과 같은 효과(무효)가 발생하게 됩니다. 따라서 남편이 사망하여 미망인이 되었던 영희는 이제 법적으로 문제없는 어엿한 유부녀가 되고, 철수의 아들에 대한 상속은 처음부터 개시되지 않은 것이 됩니다(철수는 애초에 죽은 적이 없기 때문이지요).
여기서 잠깐 우리 불쌍한 철수의 여정을 다시 한번 정리합시다.
1. 철수의 해외 출국 : 2001년 1월 1일
2. 한국에 있는 아내와 마지막으로 통화한 날 : 2002년 1월 1일
3. 아내의 실종선고 청구 : 2012년 1월 1일
4. 법원의 실종선고 : 2012년 12월 13일
5. 철수의 기적 같은 귀환 : 2012년 12월 31일
6. 철수에 대한 실종선고의 취소 : 2013년 1월 31일
자, 그러면 "실종선고 후 그 취소 전"이란, 2012년 12월 13일 이후부터 2013년 1월 31일 이전까지의 기간이 되겠지요. 즉 철수가 살아 있기는 했지만 아직 법적인 절차가 완결되지 못하여 민법상으로는 사망으로 간주되고 있던, 바로 그 시기입니다.
그런데 이 시기에 철수가 살아 돌아왔음을 잘 모르고 법률행위를 한 사람도 있지 않을까요? 특히, 실종선고가 있었던 2012년 12월 13일부터 철수가 귀환하기까지의 2012년 12월 31일까지의 기간에는, 누구라도 철수는 죽었다고 생각했을 것이고 그에 따라 법률행위를 하였을 것입니다. 바로 이 시기에 다음과 같은 사건들이 있었다고 해봅시다.
1. 철수의 아내 영희는 혼자서 아들을 키우기가 벅찼고 외롭기도 했습니다. 그러던 도중 따뜻하게 대해 주는 착한 남자를 만났고, 철수의 실종선고가 있은 후 2012년 12월 15일에 착한 남자와 혼인하였습니다.
2. 실종선고에 따라 철수가 죽은 것으로 간주되면서 철수의 재산을 상속받은 영희는 2012년 12월 16일 철수 소유였던 A부동산을 강남부자에게 팔아 버렸습니다.
자, 이제 불쌍한 철수의 인생이 다시 꼬이기 시작합니다. 철수가 살아 돌아왔고 소급하여 철수의 사망은 처음부터 없었던 것이 되므로, 영희는 이중 결혼을 한 것이 되어 착한 남자와의 재혼은 무효가 되는 것일까요? 제29조제1항 단서에 의하면 '선의'인 때에는 그렇지 않다고 합니다. "제8조"를 공부할 때 법학에서 말하는 선의가 무엇인지 공부했었습니다. 선의란 착한지 아닌지가 아니라 "알았으냐, 몰랐느냐"로 판단한다고 했습니다.
여기서 선의가 누구의 선의인지가 논란이기는 한데, 보통 학설은 '영희'와 '착한 남자' 모두가 선의여야 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영희는 당연히 선의였다고 합시다(철수가 살아 있는 줄은 꿈에도 모르는 상태인 겁니다).
그런데 예를 들어 착한 남자가 실은 철수가 살아 있다는 걸 ‘알고 있으면서도’ 나쁜 마음을 먹고 영희와 결혼한 거라면 어떨까요? 영희는 몰랐는데, 착한 남자(사실은 나쁜 남자)는 알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 경우 철수의 실종선고 취소에 따라 철수-영희의 혼인관계는 부활하고 영희의 재혼은 중혼에 해당되게 됩니다. 좀 복잡하기는 합니다만, 우리의 학설은 이를 철수와 영희 간의 혼인관계에서는 이혼원인이 발생하고 영희와 착한남자 간의 혼인에서는 혼인취소가 가능하다고 설명합니다(김준호, 2017). 어차피 지금 혼인 관계 법률을 공부하는 것은 아니니, 그렇게만 알아 두시면 됩니다.
그러나 다시 원래대로 돌아가서 착한 남자가 정말 착한 사람이었고, 철수가 살아 있는 줄 모르고 영희와 결혼하였다면, 철수에게는 안된 일이지만 철수와 영희는 이제 부부 사이로는 살 수 없게 됩니다. 철수에게 너무 가혹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우리 민법은 제29조제1항 단서를 통하여 죄 없는 ‘착한 남자’의 입장을 보호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럼 2번 사례는 어떨까요? 2번 사례는 1번과는 조금 다릅니다. 1번 사례는 혼인과 같은 ‘신분행위’에 관한 것이라면, 2번 사례는 돈이 오고 가는 ‘재산행위’에 관한 것입니다.
학계의 다수설에서는 우리가 앞서 공부했던 ‘단독행위’와 ‘계약’을 나누어, 단독행위의 경우 행위자의 의사표시만으로 법률행위가 성립하므로, 단독행위를 저지른(?) 사람만 선의이면 그 행위는 유효하다고 봅니다.
한편 계약의 경우에는 좀 더 생각해볼 만한 것이 있습니다. 먼저 2번 사례의 경우, 영희와 강남부자 모두가 선의인 때에는 제29조제1항 단서에 따라 A부동산의 매매계약은 유효하다고 하면 될 것입니다. 여기까지는 간단합니다. 철수는 A부동산을 되찾고 싶었지만 강남부자가 이미 유효하게 취득한 A부동산을 다시 가질 수는 없겠지요.
그런데 여기서 더 나아가서 생각해 봅시다. 강남부자는 영희로부터 A부동산을 사자마자 이를 ‘부자2’라는 사람에 팔았습니다. 그리고 ‘이부자’는 또 그 부동산을 ‘부자3’에게 팔았습니다. 그리고 ‘삼부자’는 그 부동산을 또 ‘부자4’에게 팔았습니다. 팔고, 또 그 사람은 다른 사람에게 팔고... 이런 식으로 부동산이 여러 사람을 거쳐 소유권이 바뀌었다고 해보는 겁니다. 이렇게 얽힌 사람(부동산을 거쳐간 주인)이 10명이라고 가정할 때, 그 중 1명, ‘부자5’가 우연찮게 철수가 살아 있었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다고 해봅시다.
그러면 10명 중에 1명이라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이 모든 계약은 다 무효가 되어야 하는 걸까요? 철수 입장에서는 그 계약을 모두 무효로 하고 자기 부동산을 되찾아 오고 싶을 것입니다. 그러나 반대로 생각하면, 10명 중 철수의 생존 사실에 대해 전혀 몰랐던 ‘선의’의 9명은 억울하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이 문제에 대하여, 학계에서는 ①계약 당사자 모두(위의 사례에서는 10명 모두) 선의여야 하고, 단 1명이라도 악의였다면 실종자에게 재산을 돌려주어야 한다는 견해, ②최초의 계약자인 ‘영희’와 ‘강남부자’가 둘 다 선의였다면, 이후의 계약자인 ‘부자2’, ‘부자3’ 같은 사람들은 설령 악의였다고 해도 재산을 반환할 필요까지는 없다는 견해, ③철수는 악의의 계약 당사자였던 ‘부자5’에 대해서만 부동산의 가액에 해당하는 이익을 되돌려줄 것을 청구할 수 있다고 보는 견해, ④최초의 계약 상대방이었던 ‘강남부자’가 선의라면, 그 뒤부터는 소유권을 유효하게 취득한 것으로 보자는 견해 등 다양한 의견이 제시되고 있습니다(김용덕, 2019). 어떤 견해가 타당할지, ‘실종자’의 이익과 ‘계약을 한 사람들’의 입장을 비교해 보면서 스스로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이제 제2항을 봅시다. 제2항은 실종신고 취소의 효과를 말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르면 실종선고 당시 직접원인으로 하여 철수의 재산을 취득한 사람은 철수에게 돈을 돌려주어야 합니다(왜냐하면 실종신고가 처음부터 없었던 것으로 되므로, 실종선고를 원인으로 재산을 취득한 것도 근거가 없어지기 때문). 다만, 돌려주는 액수는 ‘선의’냐, ‘악의’냐에 따라 달라집니다.
여기서 ‘직접원인’이라는 말은 실종선고를 1차적인 원인으로 하여 철수의 재산을 취득했다는 말입니다. 참고로, 위 사례2에서 언급한 강남부자는 ‘실종선고’가 아니라 ‘매매계약’이 직접적인 원인이 되어 A부동산을 얻은 것이니까 여기 해당되지 않습니다(강남부자는 제2항이 아니라 제1항 단서에 해당되는 사람입니다. 주의하세요). 여기 해당되는 사람은 바로 철수의 재산을 상속하거나 철수의 생명보험금을 수령한 사람 등입니다. 바로 영희죠.
만약 재산을 취득한 사람이 철수가 살아 있다는 것을 몰랐다면(선의), 받은 돈이 현존하는 한도에서 돌려주면 됩니다. 영희는 철수가 살아 있는 것을 몰랐고 10억 원의 재산을 물려받아 그중 6억 원을 써 버렸다면, 철수에게는 4억 원을 돌려주면 됩니다.
하지만 살아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 재산을 날름 하였다면 그건 괘씸한 일입니다. 따라서 제2항은 이처럼 악의인 자에 대하여는 받은 이익(‘현존하는 이익’이라고 표현하지 않고 있습니다. 10억을 받았으면 6억을 썼더라도 10억을 다 뱉어 내라는 거지요) 외에도 ‘손해배상’까지 추가로 할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결국 철수는 무인도에서 기적적으로 살아남아 돌아왔지만, 아내는 다른 남자와 결혼하여 버렸고 아끼던 A부동산은 다른 사람의 소유물이 되었으며, (선의의) 영희가 상속받은 10억 원 중 6억 원은 소비되어 버려 4억 원 만을 돌려받게 되었습니다. 법이 너무 가혹하다고 생각하실 수 있는데, 실제로 법학자 중에서도 이러한 민법 제29조의 규정이 지나치게 실종자의 이익을 외면하고 있다고 비판하는 사람도 있으니 판단은 여러분의 몫이 되겠습니다.
내일은 실종 파트의 마지막 조문, 제30조에 대하여 공부하겠습니다.
*참고문헌
김준호, 민법강의, 법문사, 제23판, 2017, 114면.
김용덕, 주석민법[총칙(1)], 한국사법행정학회, 2019, 516-518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