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법과의 만남 Apr 27. 2020

민법 제217조, "매연 등에 의한 인지에 대한 방해"

제217조(매연 등에 의한 인지에 대한 방해금지) ①토지소유자는 매연, 열기체, 액체, 음향, 진동 기타 이에 유사한 것으로 이웃 토지의 사용을 방해하거나 이웃 거주자의 생활에 고통을 주지 아니하도록 적당한 조처를 할 의무가 있다.
②이웃 거주자는 전항의 사태가 이웃 토지의 통상의 용도에 적당한 것인 때에는 이를 인용할 의무가 있다.


제목이 또 길어서 다 쓰지 못했습니다. 

제217조를 봅시다. 독특한 규정인데요, 제1항에 따르면 토지소유자는 매연, 음향, 진동과 같은 것들로 이웃 땅의 사용을 방해하거나 이웃에 사는 사람의 생활에 고통을 주지 않도록 조치를 취하여야 합니다. 이처럼 토지 사용을 방해하거나 이웃 거주자의 생활에 고통을 주는 것을 일컬어 생활방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문장을 천천히 읽어 보시면 알겠지만, '고통을 주어서는 아니 된다'라고 적어 두지 않았습니다. '고통을 주지 않도록 조처를 하여야 한다'라고 되어 있거든요. 원래는 매연이나 소음을 만들어서는 안 되는 것이지만, 불가피한 경우에는 그렇게 할 수도 있다, 다만 하려면 적어도 고통을 주지 않을 조치는 취하여야 한다는 겁니다. 법률에서의 표현은 아 다르고 어 다르니 꼼꼼히 읽으셔야 합니다.


심지어 제2항에 따르면 이웃에 사는 사람은 이러한 매연이나 소음 등이 그 땅의 통상의 용도에 비추어 '적당'한 것인 때에는 이를 인용하여야(참아야) 할 의무까지 있습니다. 우와, 이건 민법이 너무하는 거 아니냐고 생각하실 수 있겠는데 사실 '적당'이라는 표현 자체가 굉장히 어려운 표현이기는 합니다. 도대체 어디까지가 '적당'한 수준인 걸까요.


문장이 길지만 이해를 돕기 위해 우리의 판례를 그대로 가져와 보았습니다. "도로에서 발생하는 소음으로 말미암아 생활에 고통을 받는 경우에 이웃 거주자에게 인용의무가 있는지 여부는 일반적으로 사회통념에 비추어 도로소음이 참아내야 할 정도(이하 ‘참을 한도’라고 한다)를 넘는지 여부에 따라 결정하여야 한다. 이는 구체적으로 소음으로 인한 피해의 성질과 정도, 피해이익의 공공성, 가해행위의 종류와 태양, 가해행위의 공공성, 가해자의 방지조치 또는 손해 회피의 가능성, 공법상 규제기준의 위반 여부, 지역성, 토지이용의 선후관계 등 모든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그리고 도로가 현대 생활에서 필수 불가결한 시설로서 지역 간 교통, 균형개발과 국가의 산업경제활동에 큰 편익을 제공하는 것이고, 도시개발사업도 주변의 정비된 도로망 건설을 필수적인 요소로 하여 이루어지고 있는 점, 자동차 교통이 교통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고, 도시화·산업화에 따라 주거의 과밀화가 진행되고 있는 현실에서 일정한 정도의 도로소음의 발생과 증가는 사회발전에 따라 피할 수 없는 변화에 속하는 점 등도 충분히 고려되어야 한다."라고 합니다(대법원 2016. 11. 25., 선고, 2014다57846, 판결). 판례가 여러 가지 측면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는 점에 중점을 두어 천천히 읽어 보시기 바랍니다.


혹시 제217조를 읽으면서 제214조가 떠오른 분들도 있으실 텐데요, "소음이나 매연으로 소유권의 방해를 받았으니까 제214조를 이용할 수도 있지 않을까? 제217조와는 무슨 관계일까?" 이렇게 생각하실 수도 있습니다. 

제214조(소유물방해제거, 방해예방청구권) 소유자는 소유권을 방해하는 자에 대하여 방해의 제거를 청구할 수 있고 소유권을 방해할 염려있는 행위를 하는 자에 대하여 그 예방이나 손해배상의 담보를 청구할 수 있다.


이에 대해서는 여러 견해가 있는데, '적당한 수준'을 넘어선 방해가 있다면 제214조를 근거로 해서 방해제거 또는 예방을 청구할 수 있으므로 제217조의 독자적인 존재 의의는 사실상 없다고 보는 견해도 있습니다(김준호, 2017). 다만 우리의 통설은 만약 제217조제2항에서 말하는 '적당한 수준'을 넘지 않는다면 제214조에 따른 방해배제 등의 청구를 할 수는 없다고 보고 있으므로, 두 조문 간의 관계를 이해하는 데에 참고하시기 바랍니다(고상현, 2016; 이종덕, 2018).




제217조를 읽으면서 많은 분들이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층간소음의 문제에 대해 생각하셨을 겁니다. 우리나라에는 이미 '소음·진동 관리법'이라는 법률이 있어, 소음에 대해서 정의하고 있습니다. 이 법에서는 층간소음에 대해서도 일부 규율하고 있으니 관심이 있는 분들은 한번 찾아 읽어 보셔도 괜찮을 듯합니다. 

소음ㆍ진동관리법
제2조(정의) 이 법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뜻은 다음과 같다.
1. "소음(騷音)"이란 기계ㆍ기구ㆍ시설, 그 밖의 물체의 사용 또는 공동주택(「주택법」 제2조제3호에 따른 공동주택을 말한다. 이하 같다) 등 환경부령으로 정하는 장소에서 사람의 활동으로 인하여 발생하는 강한 소리를 말한다.

제21조의2(층간소음기준 등) ① 환경부장관과 국토교통부장관은 공동으로 공동주택에서 발생되는 층간소음(인접한 세대 간 소음을 포함한다. 이하 같다)으로 인한 입주자 및 사용자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발생된 피해에 관한 분쟁을 해결하기 위하여 층간소음기준을 정하여 야 한다.
② 제1항에 따른 층간소음의 피해 예방 및 분쟁 해결을 위하여 필요한 경우 환경부장관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전문기관으로 하여금 층간소음의 측정, 피해사례의 조사ㆍ상담 및 피해조정지원을 실시하도록 할 수 있다.
③ 제1항에 따른 층간소음의 범위와 기준은 환경부와 국토교통부의 공동부령으로 정한다.


오늘은 생활방해에 대하여 알아보았습니다. 이웃과 평화롭게 사는 것이 참 중요한 문제네요. 내일은 수도 등의 시설권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참고문헌

고상현, <공동주택에서 간접흡연의 피해에 대한 사법적 구제>, 민사법의 이론과 실무학회, 민사법의 이론과 실무 Vol 19. No. 2, 2016, 130면.

김준호, 민법강의, 법문사, 제23판, 2017, 601면.

이종덕, <층간소음에 대한 민사법적 검토-민법 제217조 생활방해를 중심으로->, 법조협회, 법조67권4호, 2018. 8., 98면.


매거진의 이전글 민법 제216조, "인지사용청구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