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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법과의 만남 May 04. 2020

민법 제219조, "주위토지통행권"

제219조(주위토지통행권) ①어느 토지와 공로사이에 그 토지의 용도에 필요한 통로가 없는 경우에 그 토지소유자는 주위의 토지를 통행 또는 통로로 하지 아니하면 공로에 출입할 수 없거나 과다한 비용을 요하는 때에는 그 주위의 토지를 통행할 수 있고 필요한 경우에는 통로를 개설할 수 있다. 그러나 이로 인한 손해가 가장 적은 장소와 방법을 선택하여야 한다.
②전항의 통행권자는 통행지소유자의 손해를 보상하여야 한다.


제1항을 읽어 봅시다. 자, 무슨 말일까요? 어떤 땅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 토지가 도로에 접해 있지 않습니다. 제219조에서는 공로(公路)라고 표현을 쓰고 있는데, 여러 사람이 쓸 수 있는 도로를 말하는 것입니다. 이처럼 도로와 전혀 인접하지 않아서, 다른 토지를 통하지 아니하면 들고 날 수가 없는 땅을 맹지(盲地)라고 합니다. 맹지는 일단 건축허가가 보통 잘 안 나오기 때문에 그 땅에 뭘 짓거나 하기가 애매합니다. 가치가 낮게 평가되는 것이 보통이지요. 맹지의 경우에도 어떻게 투자하는 방법이 있다고는 하는데, 저는 그런 것은 잘 모르겠고 법학과는 상관없는 내용이니까 넘어갑시다.


이제 예를 들어 볼까요? 철수가 바로 맹지의 소유자입니다. 철수의 땅은 아래와 같이 영희의 땅으로 둘러싸여 있고, 도로와 인접해 있지 않습니다(실제 이런 모양으로 땅주인이 갈리는 경우를 상상하기는 거의 어려운데요, 일단 이해를 위해 가정한 것입니다). 철수는 어쩔 수 없이 영희 소유의 땅을 거쳐서 통로를 하나 만드려고 하는데, 평소 철수를 탐탁지 않아하던 영희는 결사반대를 합니다. 철수는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 땅을 버려야 하는 걸까요?

맹지의 모습


이런 철수와 같은 상황을 구제하기 위하여 존재하는 것이 주위토지통행권입니다. 아래의 요건을 충족하게 되면 토지소유자는 자신이 가진 땅 '주위'의 땅에 통행하거나 통로를 만들 수 있는 권리를 획득하게 됩니다(전장헌, 2017). 읽어 보시면 알겠지만 남의 땅 쓸 수 있게 해주는 권리인 만큼 상당히 요건이 까다롭습니다.

첫째, 토지와 공로의 사이에 그 토지의 용도에 필요한 통로가 없는 상태여야 한다.
둘째, 토지의 소유자가 주위의 토지를 통행하거나 통로를 만들지 않으면 공로에 출입할 수 없어야 한다.
셋째, 다른 토지를 통행하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을 써가지고서는 비용이 엄청나게 들어가는 등 어쩔 수 없는 상황이어야 한다.


이미 통로가 있거나, 아니면 약간의 비용만 들이면 다른 방법으로 공로에 드나들 수 있는 상황이라면 괜히 영희의 소유권을 침해해서는 안 되겠지요.


이러한 주위토지통행권은 다른 땅의 소유자(위의 사례에서 영희)의 동의가 없더라도 위 요건만 충족되면 법률의 규정에 따라 발생한다는 점에서 법정통행권의 성격을 띠고 있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만약 영희가 철수의 요청에 동의하여 자신의 땅을 통행에 빌려 주고 소정의 사용료를 받기로 했다면, 그건 약정통행권이라고 부를 수 있겠지요. (사실 영희랑 협상을 잘해서 땅을 빌려 쓰는 게 제일 아름다운 그림이기는 합니다)


제2항에서는 철수가 통행권을 가지게 된다고 하더라도, 통행하게 되는 땅 소유자(위의 사례에서는 영희)에게 손해를 보상하여야 한다고 합니다. 즉, 주위토지통행권은 공짜가 아닙니다. 제2항까지 읽은 철수는 좀 시무룩해졌습니다.


우리의 판례 역시, "주위토지통행권자가 민법 제219조 제1항 본문에 따라 통로를 개설하는 경우 통행지 소유자는 원칙적으로 통행권자의 통행을 수인할 소극적 의무를 부담할 뿐 통로개설 등 적극적인 작위의무를 부담하는 것은 아니고, 다만 통행지 소유자가 주위토지통행권에 기한 통행에 방해가 되는 담장 등 축조물을 설치한 경우에는 주위토지통행권의 본래적 기능발휘를 위하여 통행지 소유자가 그 철거의무를 부담한다. 그리고 주위토지통행권자는 주위토지통행권이 인정되는 때에도 그 통로개설이나 유지비용을 부담하여야 하고, 민법 제219조제 1항 후문 및 제2항에 따라 그 통로개설로 인한 손해가 가장 적은 장소와 방법을 선택하여야 하며, 통행지 소유자의 손해를 보상하여야 한다."라고 하여(대법원 2006. 10. 26., 선고, 2005다30993, 판결), 길을 내어 주는 땅의 소유자가 자기 돈을 들여서 통로를 만들어줄 의무까지 있는 것은 아니며, 주위토지통행권자가 손해를 보상해 주어야 한다고 하여 양측의 이익을 서로 조정하려는 입장에 서 있습니다.


오늘은 주위토지통행권에 대해서 알아보았습니다. 내일은 특별한 경우의 통행권에 대하여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참고문헌

전장헌, <주위토지 통행권의 성립요건과 통로 폭의 인정범위에 대한 고찰>, 한국법학회, 법학연구 제17권제4호, 2017. 12., 24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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