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민법 제229조, "수류의 변경"

by 법과의 만남
제229조(수류의 변경) ①구거 기타 수류지의 소유자는 대안의 토지가 타인의 소유인 때에는 그 수로나 수류의 폭을 변경하지 못한다.
②양안의 토지가 수류지소유자의 소유인 때에는 소유자는 수로와 수류의 폭을 변경할 수 있다. 그러나 하류는 자연의 수로와 일치하도록 하여야 한다.
③전2항의 규정은 다른 관습이 있으면 그 관습에 의한다.


제229조는 제1항부터 기괴한 단어가 나옵니다. '구거', '대안'... 솔직히 좀 문제가 있는 단어들입니다. 왜냐하면, 일상생활에서 아무도 이런 말을 안 쓰거든요. 보다 쉬운 단어로 개정이 필요한데, 아직까지(2020년 3월 기준) 개정이 안 되고 있습니다.


제229조와 관련된 에피소드도 있습니다. 故 노회찬 의원은 2005년 국정감사에서 '구거', '수류지' 같은 단어를 예시로 들며 퀴즈를 내고, 알기 쉬운 법률 용어 정비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었지요(노컷뉴스, 2005).


'구거'(溝渠)는 '붓도랑 구'에 '도랑 거'의 한자로, 도랑이라는 의미입니다. '수류지'(水流地)의 경우 아래 기사 출처에서도 나오는 말이지만, 국어사전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단어인데요. '물이 흐르는 땅' 정도로 해석하면 될 듯합니다. '대안'(對岸)이란 '대할 대'에 '언덕 안'의 한자로, 바다나 강 따위의 건너편에 있는 기슭 정도로 이해하시면 되겠습니다. 제2항에서의 '양안'(兩岸)은 양쪽 기슭 정도의 뜻이 됩니다.


따라서 제229조제1항을 풀어쓰면, 도랑이나 그밖에 물이 흐르는 땅의 소유자는, 그 건너편의 기슭 땅이 남의 것일 때에는 그 물길의 폭을 함부로 바꾸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왜 이런 규정을 두고 있을까요? 일단 아래 그림을 봅시다.

픽토그램.jpg


이 그림에서 개천이 흐르고 있고, A토지는 철수가 소유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철수의 땅 건너편에 있는 땅은 철수가 아닌 영희가 소유하고 있습니다(B토지). 만약 이러한 경우에 철수가 마음대로 개천의 폭을 바꾸거나 하게 되면, 수심에 변동이 일어나서 영희의 땅 쪽으로 흐르는 물줄기가 줄어들 수도 있고 토지 이용에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습니다(김준호, 2017). 그래서 이를 제한하는 것입니다.


반면, 흐르는 물 양쪽의 토지 모두가 철수의 것이라고 해봅시다. 그러면 딱히 철수가 개천의 폭을 공사해서 바꾸더라도 다른 누군가의 물 이용 권리를 침해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래서 제2항에서는 (제1항에서와 달리) 그런 경우에는 폭을 바꿀 수 있다고 정하고 있는 겁니다. 이해가 되시나요? 물론, 제2항에 따라 수로의 폭을 바꾸거나 하더라도 하류(下流)에서는 자연의 수로와 일치하도록 하여야 합니다. 자연적인 수로를 아예 망쳐버려서는 안 되니까요.


마지막으로 제3항에서는, 제1항과 제2항에도 불구하고 만약 이와 다른 내용의 관습이 있다면 그에 따를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관습의 중요성과 의미에 대해서는 앞서 설명드린 바가 있으므로, 넘어가도록 하겠습니다.


한 가지 주의할 것은, 우리의 판례는 "민법 제229조제2항이 ‘양안(兩岸)의 토지가 수류지(水流地) 소유자의 소유인 때에는 소유자는 수로와 수류의 폭을 변경할 수 있다’고 규정한 것은 대안(對岸)의 수류지 소유자 관계에서 수류이용권(水流利用權)을 규정한 것으로서, 이는 위와 같은 경우 수류지 소유자는 수로와 수류의 폭을 변경하여 물을 가용 또는 농·공업용 등에 이용할 권리가 있다는 것을 의미함에 그치고, 더 나아가 수로와 수류의 폭을 임의로 변경하여 범람을 일으킴으로써 인지(隣地) 소유자에게 손해를 발생시킨 경우에도 면책된다는 취지를 규정한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라고 하여(대법원 2012. 4. 13., 선고, 2010다9320, 판결), 설령 수로의 폭을 변경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그로 인해서 범람 등을 일으켜 이웃 땅 소유자에게 피해를 발생시켰다면 그 책임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라고 판시했다는 점입니다. 수로의 폭을 변경할 수 있다는 말과 수로의 폭을 변경하여 남에게 손해를 입혀도 좋다는 말은 다르니까요.


정부에서 국회에 제출한 민법 일부개정법률안(의안번호 2021928)에서는 제229조의 표현을 순화하고 있는데, 첨부하였으니 참고하시면 좋을 듯합니다. 내일은 둑의 설치와 이용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image001.jpg


*참고문헌

김준호, 민법강의, 법문사, 2017, 제23판, 606면.

노컷뉴스, <노회찬 의원의 "법전 용어 퀴즈">, 2005. 10. 10., https://www.nocutnews.co.kr/news/93422, 2020. 3. 4. 확인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민법 제228조, "여수급여청구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