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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법 제233조, "용수권의 승계'

by 법과의 만남
제233조(용수권의 승계) 농, 공업의 경영에 이용하는 수로 기타 공작물의 소유자나 몽리자의 특별승계인은 그 용수에 관한 전소유자나 몽리자의 권리의무를 승계한다.


이상한 표현이 나옵니다. '수로', '용수권' 정도의 단어는 그래도 그간 한 번씩 맛보았기 때문에 알겠는데, '몽리자'라는 단어는 매우 낯설게 느껴집니다. '몽리자'(蒙利者)란 시설을 이용하는 사람, 즉 이용자라는 뜻입니다. '몽'은 '입을 몽'이고 '리'는 '이익 리'의 글자인데요, 결국 이익을 보는 사람을 뜻하는 말인데 지금은 그 누구도 쓰지 않는 단어여서, 역시나 민법 개정 시에 필히 바뀌어야 할 표현 중 하나로 꼽히고 있습니다. 주변에서 몽리자라는 말 쓰는 사람 있나 한번 보세요.


어쨌거나 제233조의 의미는 이러합니다. 농업·공업의 경영에 이용하는 수로나 그 밖의 공작물을 소유한 사람 또는 그것을 이용하는 사람으로부터 땅을 '특별승계'한 사람의 경우 그 용수에 관한 권리의무도 승계한다는 것입니다. '특별승계'의 의미에 대해서는 [민법총칙] 편에서 다루었는데요, 기억이 잘 안 나는 분들은 복습하고 오셔도 좋겠습니다(민법총칙의 제169조 파트에서 공부한 적 있었습니다). 특정승계란 특정한 원인에 의하여 권리의무를 이어받는 것이고, 대표적인 원인으로 매매가 있다고 공부했었지요.


이해가 잘 안 갈 수 있으니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여기 철수가 땅을 가지고 있고, 근처에 물이 흐르고 있어서 거기로부터 물을 좀 끌어다 밭농사에 쓰고 있었다고 합시다. 정당한 용수권에 기해서요. 철수는 물을 끌어다 쓰기 위해 수로를 설치하고 몇 가지 시설을 만들어 썼습니다.


세월이 흘러 철수가 이제 나이도 들고 기력이 없어져서, 더는 밭농사를 지을 수가 없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철수는 농사짓던 땅을 영희에게 팔았습니다. 이제 영희는 그 땅의 새로운 소유자입니다. 영희는 철수가 농사짓던 밭을 더 멋지게 키워서 차세대 청년 유망 농업인이 되려는 야심을 품고 있습니다.


그런데 만약 제233조 같은 규정이 없고 승계가 되지 않는다고 해석해 버린다면, 영희는 철수의 용수권, 철수가 설치한 수로와 각종 시설을 이어받지 못하게 되어 버립니다. 그러면 영희는 청년 유망 농업인이 되는 데 큰 지장이 생깁니다. 그래서 제233조는 그런 영희를 보호하고 있는 거지요.


한편, 우리의 판례는 "본조의 규정은 공유하천의 용수권에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하여, 민법 제233조의 규정은 공유하천용수권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계약에 따라서 인정되는 용수권에 대해서도 적용되는 것이라고 한 바 있습니다(대법원 1968. 3. 26., 선고, 67다2866, 제3부 판결). 즉 위의 사례에서 철수가 행사한 권리가 공유하천용수권이 아니라, 다른 토지 소유자와의 계약으로 따낸 용수권이더라도 제233조가 적용될 수 있다는 겁니다.




여담으로 하나 말씀드리겠습니다. 어제 공유하천용수권이 과연 별도로 독립하여 민법에 의해 규정된 물권인지 아닌지에 대해서 논란이 있다고 했었는데요. 공유하천용수권이 독립된 물권이기는 한데, 단지 토지소유권에 따라가는 '종된' 권리에 불과하다고 보는 견해(이 견해에서는 공유하천용수권을 법정지역권으로 보고 있습니다. 지역권에 대해서는 추후 공부할 것이므로, 여기 내용은 그냥 읽고 넘어가셔도 됩니다)에 따르면 위의 사례에서처럼 토지소유권이 철수에게서 영희로 넘어가는 경우에는 당연히 종된 권리도 따라서 넘어가게 되는 것이 되므로, 제233조는 당연한 것을 규정한 것에 불과한 조문이 됩니다(전경운·강태수, 2018). 이게 과연 맞는 견해인지는 스스로 찾아 생각하여 보시기 바랍니다.


오늘은 용수권의 승계에 대하여 알아보았습니다. 내일은 용수권과 관습에 대하여 공부하겠습니다.


*참고문헌

전경운·강태수, <민법상 공유하천용수권에 관한 약간의 고찰>, 한국환경법학회, 환경법연구 제40권제2호, 2018. 8., 325-327, 341-34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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