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67조(지분포기 등의 경우의 귀속) 공유자가 그 지분을 포기하거나 상속인없이 사망한 때에는 그 지분은 다른 공유자에게 각 지분의 비율로 귀속한다.
우리는 앞서 공유에서는 '지분'의 개념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공부하였고, 공유자는 자신의 지분을 자유롭게 처분할 수 있고, 공유물을 지분의 비율에 따라서 사용, 수익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이처럼 공유지분이라는 것은 마치 소유권과 같은 취급을 받는 것이지만, 단지 하나의 물건 위에 다른 지분도 함께 존재한다는 이유로 몇 가지 제한을 받게 된다고 하겠습니다. 바꿔 말하면 이는 다른 지분이 없어지게 되는 경우 그만큼 ‘제한’이 풀리게 된다는 뜻으로, 이와 같은 성질을 지분의 탄력성이라고도 부릅니다(최준규, 2019).
그런데 만약 여러 명의 공유자 중 1명이 지분을 포기하거나, 혹은 사망하였는데 상속인이 없는 경우에는 어떻게 될까요? 예를 들어 철수, 영희, 민수 3명이서 땅 하나를 공유하고 있다고 해봅시다(각각의 지분은 1/3로 동일). 어느 날 철수가 불의의 사고로 사망하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철수에게는 자식이나 가족도 없어, 그의 재산을 상속할 사람도 없다고 해봅시다.
제267조는 이러한 경우에 (고인이 된) 철수가 갖고 있었던 지분 1/3은 다른 공유자(영희, 민수)에게 그 지분의 비율에 따라서 귀속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이 경우 철수를 제외한 영희와 민수의 지분은 서로 그 비율이 동일하므로, 두 사람은 故 철수의 지분을 절반씩 떼어가면 됩니다. 즉, 다음 그림에서와 같이 철수의 지분(1/3)을 절반씩 가져가게 되므로 영희는 이제 1/3 + 1/6 = 1/2의 지분을 갖게 되고, 민수도 마찬가지가 됩니다.
철수가 사망하지 않고 그냥 지분을 포기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입니다. 철수가 굳이 자기가 가진 지분을 포기하겠다는데, 말릴 이유가 없습니다. 마치 물건의 소유자가 소유권을 스스로 포기할 수 있는 것과 유사합니다. 이 경우 지분의 포기는 일반적으로 상대방 없는 단독행위(법률행위)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법률행위에 관한 내용은 총칙 편을 참조해 주세요).
원래 우리 민법 제일 뒤쪽 정도에 가면, 제1058조에서 사망한 사람의 재산을 물려받을 사람이 없을 때에는 국가에 재산이 귀속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본래는 이것이 원칙인데, 우리의 민법 제267조는 바로 이 조문에 대해 특칙을 정하고 있다고 하겠습니다.
제1058조(상속재산의 국가귀속) ①제1057조의2의 규정에 의하여 분여(分與)되지 아니한 때에는 상속재산은 국가에 귀속한다.
②제1055조제2항의 규정은 제1항의 경우에 준용한다.
그런데 만약 집합건물이라면 조금 얘기가 달라집니다. 집합건물이란, '집합건물의 소유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서 정의되어 있는 것으로 1동의 건물 중 구조상 구분이 된 부분이 있어서, 그 부분이 또다시 독립된 건물로서 사용될 수 있을 때에는 그 부분만을 '구분소유'할 수 있는데, 그러한 구분소유할 수 있는 것의 집합체를 말하는 것입니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큰 아파트 같은 것들이지요.
*다만, 300세대 이상의 공동주택이나 150세대 이상으로서 승강기가 설치된 공동주택 등 일부 대단지 아파트의 경우에는 「공동주택관리법」이 적용될 수 있습니다. 어떤 건물이 집합건물법의 적용을 받는지, 공동주택법의 적용을 받는지는 따져 볼 부분이 많으므로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집합건물과 구분소유에 대해서는 우리가 예전에 이미 공부한 적 있습니다. 기억이 잘 안 나시는 분들은 제215조로 돌아가 복습하고 오셔도 좋겠습니다. 구분소유의 개념은 꼭 알고 있으셔야 합니다.
제215조(건물의 구분소유) ①수인이 한 채의 건물을 구분하여 각각 그 일부분을 소유한 때에는 건물과 그 부속물중 공용하는 부분은 그의 공유로 추정한다.
②공용부분의 보존에 관한 비용 기타의 부담은 각자의 소유부분의 가액에 비례하여 분담한다.
그런데 집합건물에는 항상 대지사용권이라는 개념이 딸려 옵니다. 대지사용권이란, 구분소유자가 전유부분을 소유하기 위하여 건물의 대지에 대하여 가지는 권리입니다('전유부분의 개념은 제215조 파트를 참조 바랍니다). 이렇게 말하면 이해가 안 가니까, 쉽게 생각해 봅시다. 어떤 아파트가 있고, 이건 집합건물입니다. 그리고 이 아파트 7층에 있는 701호에는 나부자가 소유자로 살고 있고요, 701호는 나부자가 '구분소유'하고 있다고 할 수 있겠지요.
그런데 나부자가 비록 지면으로부터 수십 미터 떨어진 7층에 살고 있지만, 생각해보면 나부자는 분명히 그 건물이 서 있는 '대지'를 사용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우리가 공부하기를 분명히 땅과 건물은 서로 다른 부동산이라고 했는데, 그 건물도 땅 위에 있고, 땅 주인은 건물이 서 있는 바람에 그 땅을 다른 용도로 쓰지 못하지 않습니까.
예를 들어 100평의 땅에 아파트 1채가 들어서 있고 여기에 100세대가 살고 있다면, (실무상 꼭 1/n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단순하게 생각하면) 1세대당 1평씩을 사용하고 있는 셈인 겁니다. 따라서 나부자가 자신이 구분소유한 701호를 적법하게 사용하기 위해서는 그 건물이 위치한 땅을 사용할 수 있는 권리가 있어야 하는데, 이것이 대지사용권입니다.
*참고로 대지사용권은 '소유권'과는 다른 개념입니다. 왜 '사용권'이라는 표현이 붙었는지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말 그대로 '사용'할 수 있는 권리입니다. 물론, 대지사용권은 대체로 소유권의 형태로 존재하는 것이 통상이기는 합니다. 하지만 지상권이나 전세권 같은 형태로도 가능합니다.
"어머, 저는 지금 아파트 사는데 그런 거 없이 잘 살고 있는데요? 그런 권리 사들인 적이 없는데."
아뇨, 아마 있으실 겁니다. 대지사용권 없으면 문제가 있는 겁니다. 보통 대지사용권에 대해 깊이 생각하지 않는 이유는, 아파트 같은 집합건물을 사고팔 때 대지사용권은 함께 딸려 오기 때문입니다. 이는 '집합건물의 소유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하에서는 '집합건물법'으로 줄여서 말하겠습니다) 제20조에 규정되어 있습니다. 구분소유자가 전유부분을 사고파는 경우 대지사용권도 함께 딸려 가고, 원칙적으로 전유부분을 팔고 대지사용권은 안 파는 식으로 해서는 안된다고 되어 있습니다. 그러니까 아주 특수한 예외가 아닌 이상, 아마 높은 확률로 여러분이 아파트를 샀다면 대지사용권도 함께 들어왔을 겁니다. 등기부 떼어 보시면 나와 있을 거예요. 이런 규정을 두고 있지 않으면, 아파트만 구입하고 깜빡 대지사용권을 사지 않아 법적 분쟁이 발생하는 일이 흔하게 일어나겠지요.
집합건물의 소유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20조(전유부분과 대지사용권의 일체성) ① 구분소유자의 대지사용권은 그가 가지는 전유부분의 처분에 따른다.
② 구분소유자는 그가 가지는 전유부분과 분리하여 대지사용권을 처분할 수 없다. 다만, 규약으로써 달리 정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③ 제2항 본문의 분리처분금지는 그 취지를 등기하지 아니하면 선의(善意)로 물권을 취득한 제3자에게 대항하지 못한다.
④ 제2항 단서의 경우에는 제3조제3항을 준용한다.
자, 그러면 왜 굳이 이 이야기를 민법 제267조에서 하느냐, 그건 저 법률에 이런 규정이 들어와 있기 때문입니다. 중요한 예외입니다.
집합건물의 소유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22조(「민법」 제267조의 적용 배제) 제20조제2항 본문의 경우 대지사용권에 대하여는 「민법」 제267조(같은 법 제278조에서 준용하는 경우를 포함한다)를 적용하지 아니한다.
왜 이런 규정을 두고 있느냐, 그건 제22조가 없으면 다음과 같은 문제점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먼저 위의 나부자의 사례를 생각해 봅시다. 일단 나부자는 701호를 단독으로 소유하고 있으니까, '공유'의 문제와는 전혀 상관이 없을 것 같지만(제267조가 적용될 여지가 없을 것 같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구분소유권 말고 대지사용권의 경우에는 다른 층의 사람들과 '공유'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101호부터 꼭대기 층까지의 구분소유자들이 같은 대지를 쓰고 있으니까요.
*일반적으로는 대지사용권을 여러 구분소유자들이 공유하는 것이 통상이지만, 아주 예외적으로 분유(分有) 같은 사례도 발생할 수는 있습니다. 여기서는 그런 경우는 제외하고 말씀드리겠습니다.
그럼 이런 상황에서 (제22조가 없다고 가정한 상황에서) 만약 나부자가 자신의 구분소유권과 대지사용권을 함께 포기하거나(위에서 말한 집합건물법 제20조 때문에 한쪽만 포기하는 것은 안 됩니다), 상속인 없이 사망하는 경우를 생각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우리가 전에 공부했던 제252조를 생각하면서, 각각의 논리적 전개에 따라 천천히 따라가 볼게요.
제252조(무주물의 귀속) ①무주의 동산을 소유의 의사로 점유한 자는 그 소유권을 취득한다.
②무주의 부동산은 국유로 한다.
③야생하는 동물은 무주물로 하고 사양하는 야생동물도 다시 야생상태로 돌아가면 무주물로 한다.
1. 나부자가 (단독으로 소유한 701호의) 구분소유권과 대지사용권을 포기하는 경우
· 구분소유권의 경우 → 애초에 공유하던 물건이 아니라 나부자 혼자 소유자인 상태임 → 민법 제267조 적용 안됨 → 민법 제252조제2항은 적용됨 → 701호 전유부분은 국가 소유가 됨
· 대지사용권의 경우 → 애초에 각 층 모든 사람들하고 공유하던 권리 → 민법 제267조 적용됨(*여기서는 사실 제278조도 함께 봐야 하는데, 나중에 해당 파트에서 따로 말씀드리겠습니다) → 대지사용권의 공유지분은 그 비율에 따라 다른 공유자들에게 귀속
· 결론 : 전유부분은 국가 소유, 대지사용권은 공유자들이 나눠 갖게 됨 → 전유부분과 대지사용권이 따로 놀게 되는 문제점 발생
2. 나부자가 (단독으로 소유한 701호를 놔두고) 상속인 없이 사망하는 경우
· 구분소유권의 경우 → 애초에 공유하던 물건이 아니라 나부자 혼자 소유자인 상태임 → 민법 제267조 적용 안됨 → 민법 제1058조는 적용됨(사망한 사람의 상속재산에 대해 따로 정하고 있음) → 701호 전유부분은 국가 소유가 됨
· 대지사용권의 경우 → 애초에 각 층 사람들하고 공유하던 권리 → 민법 제267조 적용됨(제278조 참조) → 대지사용권의 공유지분은 그 비율에 따라 다른 공유자들에게 귀속
· 결론 : 전유부분은 국가 소유, 대지사용권은 공유자들이 나눠 갖게 됨 → 위에서와 똑같은 결론, 같은 문제점 발생
대강 이해가 가시나요? 결론은 둘 다 똑같은데, 아주 약간 논리 전개상의 차이가 있긴 합니다. 어쨌건 이렇게 되어 버리면, 애초에 '전유부분'과 '대지사용권'이 분리되어서 따로따로 놀지 않게 하려던 '집합건물법' 제20조의 취지가 무너지게 되는 것입니다. 국가는 대지사용권도 없는 전유부분에 관한 권리만 딸랑 갖게 되는 건데, 이건 집합건물법이 원하는 상황이 아닙니다. 그래서 여기서 집합건물법 제22조를 만들어낸 겁니다. 자, 그러면 집합건물법 제22조가 있다고 하면 어떻게 논리가 전개되는지 한번 봅시다.
1. 나부자가 (단독으로 소유한 701호의) 구분소유권과 대지사용권을 포기하는 경우
· 구분소유권의 경우 → 애초에 공유하던 물건이 아니라 나부자 혼자 소유자인 상태임 → 민법 제267조 적용 안됨 → 민법 제252조제2항은 적용됨 → 701호 전유부분은 국가 소유가 됨
· 대지사용권의 경우 → 애초에 각 층 모든 사람들하고 공유하던 권리 → 민법 제267조가 적용될 뻔 했으나 집합건물법 제22조에 따라 적용 배제됨 → 집합건물법 제20조제2항에 따라 대지사용권은 전유부분의 처분에 따라가므로 대지사용권도 국가에 귀속됨
· 결론 : 전유부분과 대지사용권 모두 국가가 갖게 됨
2. 나부자가 (단독으로 소유한 701호를 놔두고) 상속인 없이 사망하는 경우
· 구분소유권의 경우 → 애초에 공유하던 물건이 아니라 나부자 혼자 소유자인 상태임 → 민법 제267조 적용 안됨 → 민법 제1058조는 적용됨 → 701호 전유부분은 국가 소유가 됨
· 대지사용권의 경우 → 애초에 각 층 모든 사람들하고 공유하던 권리 → 민법 제267조가 적용될 뻔 했으나 집합건물법 제22조에 따라 적용 배제됨 → 집합건물법 제20조제2항에 따라 대지사용권은 전유부분의 처분에 따라가므로 대지사용권도 국가에 귀속됨
· 결론 : 전유부분과 대지사용권 모두 국가가 갖게 됨
이렇게 문제가 해결됩니다. 그러면 국가는 구분소유권과 대지사용권을 모두 갖게 되어, 따로따로 놀지 않게 하려는 집합건물법의 목적이 달성되는 겁니다(이원, 2019). 집합건물법 제22조를 둔 취지가 달성되는 것이지요.
오늘은 공유지분의 포기와 상속인 없이 사망한 경우, 그리고 민법 제267조의 예외를 규정한 집합건물법에 대하여 알아보았습니다. 집합건물 부분이 좀 어려울 수도 있겠는데요, 내용이 복잡하다고 생각되시는 분들은 그냥 제267조 부분만 이해하시고, 집합건물에 대해서는 무슨 예외가 있다더라 하는 정도로만 생각하고 넘어가셔도 무방합니다. 내일은 공유물의 분할청구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참고문헌
김용덕 편집대표, 「주석민법 물권2(제5판)」, 한국사법행정학회, 2019, 269-270면(이원).
김용덕 편집대표, 「주석민법 물권2(제5판)」, 한국사법행정학회, 2019, 54면(최준규).
2024.1.5. 업데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