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76조(총유물의 관리, 처분과 사용, 수익) ①총유물의 관리 및 처분은 사원총회의 결의에 의한다.
②각 사원은 정관 기타의 규약에 좇아 총유물을 사용, 수익할 수 있다.
어제 우리는 비법인사단(법인 아닌 사단)이 물건을 소유하는 관계를 '총유'라고 해서 알아보았습니다. 오늘은 총유물의 관리 및 처분에 대해서 알아볼 것인데요, 총유물 역시 물건이니만큼 처분할 때도 있고, 관리가 필요하기도 합니다. 전에 제265조를 공부할 때, '관리'란 [처분 및 변경]의 정도까지는 이르지 않는 것으로서, 물건을 이용·개량하는 행위라고 했던 적이 있습니다. 기억이 잘 안 나시면 복습하고 오셔도 좋습니다.
제276조제1항은 총유물의 처분행위나 관리행위에 대해서는 사원총회의 결의에 의한다고 정합니다. 그런데 어제 우리가 공부한 제275조제2항에서는 총유에 관하여 사단의 정관 또는 그 밖의 규약에 먼저 따른다고 되어 있었기 때문에 제275조제2항과 제276조제1항을 함께 고려하면, 정관이나 규약에 정해진 바에 따라서 총유물의 관리와 처분을 하되, 그런 사항이 (정관이나 규약에) 정해지지 않았을 때에는 사원총회에서 결정하는 대로 한다고 해석하여야 할 것입니다.
제275조(물건의 총유) ①법인이 아닌 사단의 사원이 집합체로서 물건을 소유할 때에는 총유로 한다.
②총유에 관하여는 사단의 정관 기타 계약에 의하는 외에 다음 2조의 규정에 의한다.
따라서 우리가 공유와 합유에서 공부했던 것과 같은 '지분'의 개념이 총유에는 없습니다. "나는 김 씨 문중의 일원 300명 중 한 명으로서 문중 재산의 300분의 1에 해당하는 지분을 갖고 있지." 이런 말은 틀린 말입니다.
예를 들어 서울 김 씨 대왕파 종중에서 A 토지를 총유하고 있다고 합시다. 등기도 되어 있습니다. 대왕파의 대표는 김철수(73세)이고, 대왕파 종중에는 종중원으로 총 300명이 등록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철수는 A 토지의 가치가 향후 매우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종중의 미래를 위하여 그 땅을 처분하려고 합니다.
이 경우 철수는 자신이 종중 대표자라고 해서 마음대로 땅을 팔아서는 안 되고, 정관이나 규약에 따라 처분을 하여야 합니다. 정해진 바가 없으면 철수는 300명의 종중원을 대상으로 총회를 열어야 합니다. 만약 정관에 종중원 과반수 참석에 과반 찬성이 요건으로 되어 있다면, 철수는 최소 151명의 종중원이 참석한 총회에서 76명 이상의 찬성표를 받아야 할 것입니다. 이러한 정당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대표자가 마음대로 총유물을 처분하는 경우 그 처분행위는 무효가 됩니다.
우리의 판례 역시 "종중 소유의 재산은 종중원의 총유에 속하는 것이므로 그 관리 및 처분에 관하여 먼저 종중 규약에 정하는 바가 있으면 이에 따라야 하고, 그 점에 관한 종중 규약이 없으면 종중 총회의 결의에 의하여야 하므로 비록 종중 대표자에 의한 종중 재산의 처분이라고 하더라도 그러한 절차를 거치지 아니한 채 한 행위는 무효이다."라고 하여 같은 입장입니다(대법원 2000. 10. 27., 선고, 2000다22881, 판결).
*다만, 학설 중에는 '무효'임을 주장하는 판례의 근거를 비판하면서 종중 대표자가 총회 결의 없이 종중재산인 부동산을 처분하는 경우 무권대리로서 무효가 되고, 단지 표현대리의 요건이 갖추어진 경우에만 유효라고 보아야 한다고 보는 견해도 있습니다(김학동, 2011). 관심이 있으신 분들은 참고문헌을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제276조제2항에서는 각 사원이 정관이나 규약에 정한 대로 총유물을 사용하고 수익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크게 어렵지 않은 내용입니다.
참고로 하나 더 알아둘 것이 있습니다. 공유나 합유의 경우, 민법에 보존행위에 대한 규정이 있습니다. 우리가 이미 살펴본 내용들입니다. 공유물의 경우 보존행위는 공유자 각자가 할 수 있고(제265조 단서), 합유물도 합유자 각자가 할 수 있는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제272조 단서). 그런데 특이하게도 총유물의 보존행위에 대해서는 민법에서 별다른 규정이 없습니다. 그럼 총유물의 보존행위는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요?
이에 대해서 대법원은, “공유나 합유의 경우처럼 보존행위는 그 구성원 각자가 할 수 있다는 민법 제265조 단서 또는 제272조 단서와 같은 규정을 두고 있지 아니한바, 이는 법인 아닌 사단의 소유형태인 총유가 공유나 합유에 비하여 단체성이 강하고 구성원 개인들의 총유재산에 대한 지분권이 인정되지 아니하는 데에서 나온 당연한 귀결이라고 할 것이므로 총유재산에 관한 소송은 법인 아닌 사단이 그 명의로 사원총회의 결의를 거쳐 하거나 또는 그 구성원 전원이 당사자가 되어 필수적 공동소송의 형태로 할 수 있을 뿐 그 사단의 구성원은 설령 그가 사단의 대표자라거나 사원총회의 결의를 거쳤다 하더라도 그 소송의 당사자가 될 수 없고, 이러한 법리는 총유재산의 보존행위로서 소를 제기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라 할 것이다.”라고 합니다(대법원 2005. 9. 15. 선고 2004다44971 전원합의체 판결).
판결문에 나오는 필수적 공동소송 같은 개념은 아직 공부하지 않은 것이므로 지금은 넘어가셔도 좋습니다. 일단은 학설과 판례가 총유물의 보존행위는 공유물이나 합유물과는 달리 그 특성상 구성원 각자가 단독으로 할 수는 없고, 사원총회의 결의를 거쳐야 한다고 본다는 점(박동진, 2022), 그 정도만 대략 이해하고 지나가시면 되겠습니다.
오늘은 총유물의 처분 및 관리 등에 대하여 알아보았습니다. 내일은 총유물에 대한 사원의 권리의무에 관하여 공부하도록 하겠습니다.
*참고문헌
김학동, <총유물의 처분행위>, 서울시립대학교 법학연구소, 서울법학19(2), 2011. 11., 233-234면.
박동진, 「물권법강의(제2판)」, 법문사, 2022, 268-269면.
2024.1.9. 업데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