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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법 제285조, "수거의무, 매수청구권"

by 법과의 만남
제285조(수거의무, 매수청구권) ①지상권이 소멸한 때에는 지상권자는 건물 기타 공작물이나 수목을 수거하여 토지를 원상에 회복하여야 한다.
②전항의 경우에 지상권설정자가 상당한 가액을 제공하여 그 공작물이나 수목의 매수를 청구한 때에는 지상권자는 정당한 이유없이 이를 거절하지 못한다.


지상권 역시 영원불멸의 권리는 아니기 때문에 이유가 있으면 소멸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계약서상의 중요한 내용을 위반한다든가 하는 사유로도 소멸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지상권이 소멸한 경우에는 어떻게 될까요? 지상권자는 더 이상 남의 땅을 자신의 건물 등 소유를 위하여 사용할 수 없게 됩니다. 사용할 수 없으므로, 이제는 땅 소유자가 자기 땅을 마음대로 쓸 수 있도록 땅 위에 있는 물건들을 치워 주어야 합니다. 그것이 바로 제285조제1항에서 말하는 수거의무 및 원상회복의무입니다. 땅 주인 입장에서는 당연한 내용이지요.


그런데 때로는 땅 위에 있는 건물, 공작물 같은 것을 수거하는 것이 오히려 더 서로에게 안 좋은 결과일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땅 주인은 자기 땅 위에 어차피 건물 두고 세 받을 생각이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땅 주인 입장에서는 이미 있는 건물을 애써 때려 부수고 다시 건물을 올리는 것보다, 건물 주인(종전의 지상권자)에게 건물을 매입하는 것이 훨씬 경제적일 수 있습니다.


이러한 사회경제적 비용을 고려하여, 제285조제2항에서는 지상권설정자(땅 주인)가 상당한 가액을 제시하여 건물, 공작물이나 수목을 팔라고 제시하면, 지상권자는 정당한 이유 없이는 이를 거절하지 못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땅 주인은 자기 땅 위에 있는 건물을 부수고 다시 지을 것 없이 건물을 적정한 가격에 사들여서 자신이 운영하면 됩니다. 이를 매수청구권이라 합니다.


똑같이 매수청구권이라는 이름이 붙어서 헷갈리지만, 우리가 제283조제2항에서 공부했던 매수청구권과는 차이가 있으니 구별하셔야 합니다. 제283조제2항에서의 매수청구권은 ‘지상권자’가 행사할 수 있는 권리였고요, 제285조제2항에서의 매수청구권은 ‘지상권설정자’가 행사할 수 있는 권리입니다.


둘 다 형성권이라는 공통점은 있지만, 차이도 있습니다. 제283조는 (앞서 공부했던 대로) 존속기간의 경과로 지상권이 소멸하는 경우에만 적용되는 한정적인 조문입니다(그래서 제283조제2항의 매수청구권도 존속기간의 경과로 지상권이 소멸하는 경우에 적용됩니다). 반면, 제285조제2항의 매수청구권은 지상권이 시효로 소멸하거나 계약사항 위반 등으로 소멸하는 등 지상권이 소멸하는 모든 경우에 적용된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모처럼(?) 토지소유자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규정이니 잘 기억하시면 좋겠습니다.

제283조(지상권자의 갱신청구권, 매수청구권) ①지상권이 소멸한 경우에 건물 기타 공작물이나 수목이 현존한 때에는 지상권자는 계약의 갱신을 청구할 수 있다.
②지상권설정자가 계약의 갱신을 원하지 아니하는 때에는 지상권자는 상당한 가액으로 전항의 공작물이나 수목의 매수를 청구할 수 있다.


또한, 제285조제2항의 매수청구권은 형성권이기는 하지만 단순히 의사표시만으로는 부족하고, ‘상당한 가액의 제공’이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박동진, 2022). 이는 제285조제2항에서 명시하고 있는 조건입니다.


왜 상당한 가액의 제공이 있어야 할까요? 우선, 지상권설정자의 매수청구권 행사가 항상 100% 먹힌다고 해석할 수는 없습니다. 예를 들어 건물이 20억원 정도 하는 것인데, 지상권설정자가 2억원에 사겠다고 했으면 그런 제안은 상식적으로 지상권자 입장에서도 거절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제285조제2항에서 ‘상당한 가액’의 의미는 제283조에서와 유사하므로 그 부분을 참조하시면 되겠습니다.


추가로, 제285조제2항은 지상권자가 ‘정당한 이유’가 있으면 이를 지상권설정자의 매수청구를 거절할 수도 있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정당한 이유’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예를 들어 지상권자가 지상권 계약 기간이 끝날 즈음 땅 주인이 아닌 다른 사람에게 건물을 비싸게 팔기로 계약했다고 한다면, 굳이 그 계약을 깨면서까지 지상권설정자에게 건물을 팔도록 지상권자에게 강요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학계의 다수 견해는 앞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지상권설정자의 매수청구권을 형성권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에 대해서는 소수설의 반박도 있습니다. 다수 견해에서는 형성권으로서 매수청구권을 행사하면 매매계약이 성립하고, 다만 정당한 이유 등에 기하여 지상권자가 매수청구를 거절하는 경우에는 매매의 효력이 소급적으로 소멸하게 된다고 해석합니다. 소수설에서는 이러한 해석에 반대하면서, 여기서의 매수청구권은 형성권이 아닌 청구권으로 보고, 단지 제285조제2항의 규정에 따라 ‘정당한 이유 없이 거절할 수 없는’ 청구권이라고 해석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지원림, 2013). 어떤 견해가 타당한 것인지는 스스로 한번 생각해 보시길 바랍니다.


그럼 이런 경우는 어떨까요? 지상권설정계약에 따른 기간이 만료되어, 지상권자가 제283조제1항에 따라 지상권설정자에게 계약갱신을 청구했다고 해봅시다.


이런 경우 지상권설정자는 바로 제285조제2항으로 넘어가서 바로 “갱신은 안돼. 하지만 내가 너의 건물을 돈 주고 사겠다.” 이렇게 할 수도 있습니다. 즉, 지상권자의 계약갱신 요구를 거절하고 바로 지상물의 매수를 청구할 수 있다고 보는 것입니다(박동진, 2022).


오늘은 지상권자의 수거의무와 지상권설정자의 매수청구권에 대하여 알아보았습니다. 내일은 지료증감청구권에 대해 공부하도록 하겠습니다.


*참고문헌

박동진, 「물권법강의(제2판)」, 법문사, 2022, 319면.

지원림, 「민법강의(제11판)」, 홍문사, 2013, 680면.



2024.1.10. 업데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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