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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법 제286조, "지료증감청구권"

by 법과의 만남
제286조(지료증감청구권) 지료가 토지에 관한 조세 기타 부담의 증감이나 지가의 변동으로 인하여 상당하지 아니하게 된 때에는 당사자는 그 증감을 청구할 수 있다.


지료, 소위 말해서 땅세의 경우 지상권에 있어서 필수 불가결한 요소는 아닙니다. 쉽게 생각해 서로 합의만 되면 무상으로도 지상권을 설정할 수 있다는 말입니다. 우리의 판례 역시 “지상권에 있어서 지료의 지급은 그의 요소가 아니어서 지료에 관한 유상 약정이 없는 이상 지료의 지급을 구할 수 없다.”라고 하여(대법원 1999. 9. 3. 선고 99다24874 판결) 같은 입장이고요. 물론, 대다수의 경우에는 유상의 지상권을 설정할 것이라고 예상은 되지만요.


그런데 일단 유상으로 지상권을 설정하고 나면, 한 가지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지상권은 일반적인 계약과 달리 1~2년이면 끝나는 것이 아니라 수십 년 동안 존속하게 됩니다. 처음에는 한 달에 1천만원 정도면 적절하다고 생각해서 땅세를 정했는데, 10년 동안 물가가 폭등하여 그 정도 돈으로는 지상권 설정자가 먹고 살기에도 빠듯해질 수도 있는 것입니다.


제286조는 이처럼 현실적으로 각자의 사정이 달라지는 경우에 지나친 불합리함이 발생하지 않도록 조정하기 위한 규정입니다. 세금 등 부담이 변화하고, 땅값이 변화하는 등 현실적인 사정이 바뀌어 땅세가 ‘상당’하지 아니하게 된 경우 당사자는 땅세의 증감을 청구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습니다(지료증감청구권). 적정한 금액보다 너무 낮은 경우에는 (아마도 지상권 설정자가) ‘증가’를 청구할 수 있을 것이고, 적정한 금액보다 너무 높은 경우에는 (아마도 지상권자가) ‘감액’을 청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의 학설은 제286조의 지료증감청구권을 형성권으로 해석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당사자의 일방적인 의사표시만으로 효력을 발생하게 됩니다.


“그러면 무한대로 땅세를 올려 달라고 해도 바로 효력을 발휘하겠네요? 내가 지상권설정자면 바로 땅세를 10배로 올려 버려야지.” 이렇게 생각하실 수가 있는데, 그렇지는 않습니다.


예를 들어 1월 1일에 철수(지상권 설정자, 땅 주인)가 영희(지상권자)에게 땅세를 1천만원에서 2천만원으로 올려 달라고 했다고 합시다. 물론 현실적으로, 2배를 올려달라는데 바로 줄 사람이 있겠습니까? 영희가 이에 반발하여 소송을 제기하겠지요. 그러면 두 사람은 소송전을 벌이게 됩니다.


소송이 12월 1일에 최종적으로 판결이 났으며 법원은 “2천만원은 과하다. 1,500만원으로 해라.”라고 결정을 해주었다고 합시다. 그러면 이렇게 법원에 의해 결정된 땅세는 12월 1일이 아니라 1월 1일부터 유효했던 것으로 소급 적용하게 됩니다. 또한, 법원의 결정이 나올 때까지(다툼이 깔끔히 정리될 때까지) 지상권자가 기존의 땅세 그대로 납입을 했다고 해도, 지료의 체납이라든지 하는 문제가 발생하지 않습니다(박동진, 2022).


그러니까 형성권이라고 해서 “내가 의사표시를 하는 순간 무슨 의사표시건 간에 상대방이 무조건 복종해야 하는 권리”라고 이해하시면 곤란합니다.


오늘은 지료증감청구권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내일은 지상권의 소멸청구권에 대해 공부하도록 하겠습니다.


*참고문헌

박동진, 「물권법강의(제2판)」, 법문사, 2022, 316면.



2024.1.10. 업데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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