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87조(지상권소멸청구권) 지상권자가 2년 이상의 지료를 지급하지 아니한 때에는 지상권설정자는 지상권의 소멸을 청구할 수 있다.
지상권도 영원불멸의 권리는 아닐진대 그럴 만한 이유가 있으면 소멸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 엄청난 대지진으로 땅 자체가 소멸되어 버린다면 지상권도 소멸하겠지요. 물론 그건 매우 극단적인 상황입니다만... 아니면 보다 일반적인 사유로 지상권의 존속기간이 끝나고 연장(갱신) 같은 다른 사유가 발생하지 않는다면 지상권은 소멸할 것입니다. 그 외에도 우리는 ‘혼동’으로 인한 물권의 소멸에 대해서도 공부한 적이 있었는데, 기억이 가물가물하다면 한번 복습해 보시기 바랍니다(민법 제191조 부분 참고).
그런데 우리가 공부할 제287조의 경우 독특한 지상권의 소멸 사유를 하나 제시하고 있습니다. 바로 지상권자가 땅세를 2년 이상 내지 않았을 경우에 지상권설정자가 지상권의 소멸을 청구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지상권소멸청구권). 내기로 한 돈을 안 내고 버티는 사람을 그냥 내버려 둘 수는 없으니까, 상당히 합리적인 것으로 보이는 조문입니다.
학계의 다수설은 이 지상권소멸청구권을 형성권(계약해지의 성질을 갖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어서 지상권설정자의 (지상권자에 대한) 일방적인 의사표시에 의해서 행사된다고 봅니다. 반면, 채권적 청구권으로 보아서 당연히 등기를 쳐야 지상권이 소멸한다고 보는 반대 입장도 있지요.
그런데 형성권으로 보는 입장(다수설)이라고 해도 막상 지상권의 소멸에 대해서 말소등기까지 해야 지상권이 소멸하는 것인지, 말소등기가 없어도 지상권이 소멸하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학자들의 의견이 갈립니다(김준호, 2017). 판례의 입장도 명확하지는 않고요. 사실 이 부분은 민법 제186조에 해당하느냐, 제187조에 해당하느냐의 문제인데요. 자세한 내용을 모두 설명드리기는 어렵고 관심 있는 분들은 따로 참고문헌을 읽어 보시길 추천드립니다.
그럼 다시 제287조로 돌아가 볼까요? 여기서 잠깐, 제287조에서 말하는 ‘2년 이상의 지료’라는 말이 해석이 좀 애매합니다.
예를 들어 이건 어떨까요? 지상권자가 땅세를 1년간(12개월째) 안 냈습니다. 화가 난 지상권설정자가 뭐라고 하니까, 지상권자가 13개월째에는 갑자기 땅세를 한 달치 냅니다. 그러고 나서 또 1년간을 연체해 버립니다. 그런 다음 지상권자가 이렇게 말하는 겁니다.
“민법 제287조에는 2년 이상의 지료를 내지 않았을 때라고 되어 있는데, 나는 2년을 연체한 것이 아니라 1년씩 2번을 연체하였다. 따라서 제287조에 해당하지 않고, 당신은 소멸청구권을 행사할 수 없다.” 이렇게 해도 될까요?
법조문을 악용하려는 나쁜 의도가 보이는데 당연히 이렇게 해석하면 안 됩니다. 여기서 ‘2년 이상의 지료’라는 것은 연속적으로 2년 동안 지료를 연체하는 경우는 당연히 포함하고, 체납된 지료가 합쳐서 통산 2년분의 지료가 되는 경우에도 해당된다고 해석됩니다(김수일, 2019).
따라서 1개월 땅세가 100만원인데 2,400만원(2년분)의 땅세를 연체해 버렸다면 설령 2년을 연속으로 연체한 것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제287조에 해당되게 되어 지상권설정자는 지상권소멸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다만 여기서 하나 살펴볼 것이 있습니다. 만약 중간에 땅 주인이바뀌면 어떻게 될까요?
우리의 판례는 “민법 제287조가 토지소유자에게 지상권소멸청구권을 부여하고 있는 이유는 지상권은 성질상 그 존속기간 동안은 당연히 존속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는 것이나, 지상권자가 2년 이상의 지료를 연체하는 때에는 토지소유자로 하여금 지상권의 소멸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토지소유자의 이익을 보호하려는 취지에서 나온 것이라고 할 것이므로, 지상권자가 그 권리의 목적이 된 토지의 특정한 소유자에 대하여 2년분 이상의 지료를 지불하지 아니한 경우에 그 특정의 소유자는 선택에 따라 지상권의 소멸을 청구할 수 있으나, 지상권자의 지료 지급 연체가 토지소유권의 양도 전후에 걸쳐 이루어진 경우 토지양수인에 대한 연체기간이 2년이 되지 않는다면 양수인은 지상권소멸청구를 할 수 없다”라고 합니다(대법원 2001. 3. 13. 선고 99다17142 판결). 즉, 대법원은 연체 도중에 땅의 소유권이 바뀌는 경우에는 바뀐 새 주인을 기준으로 다시 2년의 연체가 있어야 한다는 입장이므로 주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물론, 땅 주인이 바뀌거나 하는 사정이 없다면 별 걱정 없이 제287조를 적용하면 됩니다.
반대로 그럼 지상권자가 바뀌는 경우는 어떨까요? 예전 지상권자가 연체했던 것을 이유로 지금의 지상권자에게 (지상권설정자가) 지상권소멸청구를 할 수 있는 걸까요? 학설은 지료에 관한 내용이 등기되었다면 가능하다는 견해와 바뀐 지상권자에게까지 그걸 요구하는 것은 무리라는 견해 등으로 갈리고 있습니다(박동진, 2022).
오늘은 지상권의 특별한 소멸사유와 지상권소멸청구권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내일은 저당권자에 대한 통지를 공부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참고문헌
김용덕 편집대표, 「주석민법 물권3(제5판)」, 한국사법행정학회, 2019, 86면(김수일).
김준호, 민법강의, 법문사, 2017, 733면.
박동진, 「물권법강의(제2판)」, 법문사, 2022, 316면.
2024.1.10. 업데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