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89조의2(구분지상권) ①지하 또는 지상의 공간은 상하의 범위를 정하여 건물 기타 공작물을 소유하기 위한 지상권의 목적으로 할 수 있다. 이 경우 설정행위로써 지상권의 행사를 위하여 토지의 사용을 제한할 수 있다.
②제1항의 규정에 의한 구분지상권은 제3자가 토지를 사용ㆍ수익할 권리를 가진 때에도 그 권리자 및 그 권리를 목적으로 하는 권리를 가진 자 전원의 승낙이 있으면 이를 설정할 수 있다. 이 경우 토지를 사용ㆍ수익할 권리를 가진 제3자는 그 지상권의 행사를 방해하여서는 아니된다.
오늘은 독특한 개념을 하나 공부하도록 하겠습니다. 바로 구분지상권이라는 개념인데요, 일단 지상권이라고 붙어 있으니까, 무슨 지상권의 일종이라는 것은 눈치챌 수 있습니다. 이건 무슨 지상권일까요?
자, 원칙적으로 지상권이 미치는 범위는 땅 표면의 위-아래 전부입니다(이름이 '지상'권이라고 땅 위에만 효력이 미치는 것은 아닙니다). 지상권을 가진 사람은 그 땅의 아주 높은 부분까지 사용할 수 있는 권리가 있는 겁니다. 또는 아주 깊은 부분까지요. 그런데 민법이 제정되고 나서 우리나라가 발전하면서 이처럼 '무제한'의 지상권이 오히려 비효율적인 사례가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예를 들어 철수가 땅 주인인데, 민수가 찾아와 이렇게 말합니다. "철수 씨, 당신의 땅 위에 고압 송전선을 지나가게 하고 싶습니다. 제게 지상권을 준다면, 땅세를 섭섭하지 않게 쳐주겠습니다." 철수는 귀가 솔깃합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영희가 찾아와 이렇게 말합니다. "철수 씨, 그러지 말고 제게 지상권을 설정해 주세요. 저는 지하철을 만들 생각인데, 땅세를 많이 쳐주겠습니다."
철수는 매우 고민이 됩니다. 그런데 이런 경우에 만약 지상과 지하를 나누어(구분하여) 지상권을 따로 설정할 수 있다면, 철수의 고민은 해결될뿐더러 한정된 땅을 더 효율적으로 쓸 수 있는 길이 될 것입니다. 민수에게는 땅 위의 이용권을, 영희에게는 땅 아래의 이용권을 주는 겁니다. 그러면 땅은 같은데, 민수와 영희 모두 그 땅을 쓸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이처럼 토지의 이용을 효율적으로 하기 위하여 1984년 민법 개정을 통해 조문이 탄생하였는데, 그것이 바로 구분지상권입니다. 구분지상권이란, 건물이나 공작물 등을 소유하기 위하여 남의 땅을 쓸 때, 그 땅의 지상 또는 지하에 일정한 상하의 범위를 정해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권리를 말합니다(제289조의2제1항 전단). 대체로 터널이나 지하철, 송전선 같은 경우에 구분지상권이 자주 사용됩니다. 다만, 수목의 경우에는 땅에 박혀 있는 것이어서 사실상 수목의 소유를 목적으로 구분지상권을 설정하기는 어렵다고 보아야 할 것입니다.
일반적인 지상권과 비교하자면, 차이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먼저일반 지상권은 건물, 기타 공작물, 수목의 소유를 위해 설정되지만, 구분지상권은 제289조의2에 따르면 건물과 기타 공작물의 소유를 위해서만 설정 가능합니다. 수목은 안 됩니다. 그리고 일반지상권은 토지의 상하 모든 층을 객체로 인정되는 것이지만, 구분지상권은 토지의 특정한 어떤 층에만 효력이 미치는 것입니다(박동진, 2022).
구분지상권의 예를 들자면, 아래와 같이 등기를 하면 될 것입니다.
등기예규에 의하면, 구분지상권이란 건물 또는 공작물 등을 소유하기 위하여 타인 소유 토지의 일정범위의 지하 또는 공간을 사용하는 권리로서의 지상권을 뜻하고, 이러한 구분지상권은 그 권리가 미치는 지하 또는 공간의 상하의 범위를 정하여 등기할 수 있다고 합니다. 또한 지하 또는 공간의 상하의 범위는 평균 해면 또는 지상권을 설정하는 토지의 특정지점을 포함한 수평면을 기준으로 하여 이를 명백히 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범위, 평균 해면위 100미터로부터 150미터 사이" 또는 "범위, 토지의 동남쪽 끝 지점을 포함한 수평면을 기준으로 하여 지하 20미터로부터 50미터 사이" 등으로 기재하는 것입니다(아래 참고문헌 등기예규 발췌). 대충 여기서 저기까지라는 식으로 적을 수는 없다는 것이지요.
그런데 제289조의2제2항은 무슨 말일까요? 우선 대충 읽어보니, 구분지상권은 제3자가 토지를 사용ㆍ수익할 권리를 가진 때에도 어떻게 어떻게 뭔가 요건이 맞으면 설정할 수 있다는 것 같습니다. 제3자가 토지를 사용하거나 수익할 권리라는 것은 예를 들어 임차권이나 지상권 같은 것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위의 사례를 다시 한번 생각해 봅시다. 위의 사례에서 철수의 땅에는 이미 그 땅을 빌려 쓰고 있는 임차인, 나임차라는 사람이 있다고 해봅시다. 이 경우 나임차는 제289조의2제2항에서 말하는 '토지를 사용·수익할 권리를 가진 제3자'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바로 그런 상황에서 철수는 민수에게 자신의 땅 위를 지나는 고압 송전선을 설치할 수 있는 권리, 구분지상권을 주고 싶어 한다고 가정합시다.
*대항력이 없는 임차권자의 승낙도 필요한 것인지는 학설의 대립이 있기에 여기서는 편의상 등기된 임차권이라고 가정합니다.
나임차의 입장에서는 굉장히 열 받는 일이 될 수 있습니다. 자기가 이미 철수의 땅을 빌려서 정당하게 돈을 내고 쓰고 있는데, 민수가 갑자기 그 위에 고압 송전선을 설치하게 된다면 왠지 건강에도 안 좋을 것 같고, 농사도 잘 안될 것 같거든요. 그래서 이러한 경우에 제289조의2제2항은 구분지상권을 설정하기 위해서는 나임차에게 동의를 받아야 하도록 정하고 있는 것입니다.
제2항에 따르면 '전원'의 승낙이 필요하므로, 임차인이나 지상권자, 그리고 그 지상권 등을 목적으로 설정된 저당권자('그 권리를 목적으로 하는 권리를 가진 자')가 여러 명 존재하는 경우 그 모두에게 승낙을 받아야 합니다. 1명이라도 반대하는 사람이 있으면, 구분지상권은 설정할 수 없습니다. 철수에게는 조금 짜증나는 얘기가 될 수 있겠네요.
한편, 제2항 후단에 따르면 나임차 같은 사람의 경우에도 일단 승낙을 해줘서 구분지상권이 설정된 후에는, 그 구분지상권의 행사를 방해해서는 안됩니다. 당연한 것이겠죠. 나임차가 보상금을 받고 민수에게 고압 송전선을 설치해도 된다고 했다가, 막상 송전선이 들어오니까 설치행위를 방해한다거나 해서는 안 되는 것입니다.
오늘은 구분지상권의 개념과 설정 방법 등에 대하여 살펴보았습니다. 새로운 개념이어서 약간 내용이 많았지만, 지금까지 공부한 내용을 바탕으로 천천히 읽어 보시면 충분히 이해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내일은 준용규정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참고문헌
구분지상권에 관한 등기처리요령 개정 2001. 11. 19. [등기예규 제1040호, 시행 ] , 종합법률정보 규칙.
박동진, 「물권법강의(제2판)」, 법문사, 2019, 320면.
2024.1.10. 업데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