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90조(준용규정) ①제213조, 제214조, 제216조 내지 제244조의 규정은 지상권자간 또는 지상권자와 인지소유자간에 이를 준용한다.
②제280조 내지 제289조 및 제1항의 규정은 제289조의2의 규정에 의한 구분지상권에 관하여 이를 준용한다.
우리는 준용의 개념에 대해서 [민법 총칙]에서 공부하였던 바 있습니다. 알고 계시다는 전제 하에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제290조는 준용규정에 대해서 정리하고 있는 조문입니다. 먼저 제1항을 보면, 제213조, 제214조, 제214조와 제216조부터 제244조까지의 조문들을 지상권자 간 또는 지상권자-인지소유자 사이에 이를 준용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조문이 너무 많으니까 여기 다 실을 수는 없고, 몇 개만 보여드리고 대략적으로 어떤 내용들인지 살펴보겠습니다. 제213조와 제214조는 각각 소유물반환청구권 및 소유물방해제거청구권, 방해예방청구권에 관한 조문입니다.
제213조(소유물반환청구권) 소유자는 그 소유에 속한 물건을 점유한 자에 대하여 반환을 청구할 수 있다. 그러나 점유자가 그 물건을 점유할 권리가 있는 때에는 반환을 거부할 수 있다.
제214조(소유물방해제거, 방해예방청구권) 소유자는 소유권을 방해하는 자에 대하여 방해의 제거를 청구할 수 있고 소유권을 방해할 염려있는 행위를 하는 자에 대하여 그 예방이나 손해배상의 담보를 청구할 수 있다.
제216조부터 제244조까지의 규정은 우리가 오랫동안 공부했던 상린관계에 관한 규정으로, 이웃한 땅의 사용청구권(인지사용청구권)(제216조), 수도나 가스관 등의 시설권(제218조), 주위토지통행권(제219조), 여수소통권(제226조) 등에 관한 내용들입니다. 기억이 나시나요?
제1항은 이러한 규정들이 지상권자와 지상권자 사이에, 그리고 지상권자와 이웃한 땅의 소유자 간에 준용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먼저 물권적 청구권(소유물 반환청구권, 방해제거청구권, 방해예방청구권)의 경우 원래 조문만 보았을 때에는 당연히 소유권을 가진 자에게 적용되는 규정이지만, 제290조제1항에 의해서 지상권자도 이러한 조문을 준용할 수 있게 됩니다.
무슨 의미인지 예를 들어 살펴보겠습니다. 나부자의 땅에 지상권을 얻어 사용하고 있는 철수가 있다고 합시다. 지상권자인 철수는 당연히 그 토지를 점유할 권리도 있다고 하겠지요. 그런데 어떤 사람이 갑자기 나타나 철수가 사용하고 있는 땅에 불법으로 시설물을 설치해 버립니다. 철수는 지상권을 행사해야 하는데, 불법 시설물 때문에 그러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런 경우 철수는 민법 제290조의 존재 덕택에 지상권에 기한 방해제거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으므로, 불법 시설물을 설치한 사람에게 시설물을 제거할 것을 요구할 수 있는 것입니다. 물론 제290조에서는 '지상권자 사이에' 준용된다고 되어 있지만, 해석상 당연히 (사례에서와 같이) 지상권자와 제3자 간에도 준용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입니다(박재윤, 1992). 왜냐하면 법조문에 명시적으로 말이 없다고 제3자에게는 준용되지 않는다고 해버리면 현실적으로 제290조의 의미가 굉장히 퇴색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만약 이 사례에서 철수가 아닌 나부자(땅 주인)가 방해배제청구 같은 물권적 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을까요? 그것도 가능합니다. 우리의 판례는 "무릇 토지소유권은 그 토지에 대한 지상권설정이 있어도 이로 인하여 그 권리의 전부 또는 일부가 소멸하는 것도 아니고 단지 지상권의 범위에서 그 권리행사가 제한되는 것에 불과하며, 일단 지상권이 소멸되면 토지소유권은 다시 자동적으로 완전한 제한없는 권리로 회복되는 법리라 할 것이므로 소유자가 그 소유토지에 대하여 지상권을 설정하여도 그 소유자는 그 토지를 불법으로 점유하는 자에게 대하여 방해배제를 구할 수 있는 물권적청구권이 있다고 해석함이 상당"하다고 보아 소유권자도 방해배제청구가 가능하다고 보고 있습니다(대법원 1974. 11. 12. 선고 74다1150 판결). 다만, 같은 판결에서 소유권자의 '방해배제청구'가 아닌 '손해배상청구'는 안된다고 하였으므로,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궁금하신 분들은 판례의 원문을 검색하여 읽어 보시면 되겠습니다.
제290조제1항에서 상린관계에 관한 규정(제216조부터 제244조까지)을 준용하는 것도 의미가 있습니다. 지상권자는 당연히 그 토지를 이용하게 될 텐데, 그 과정에서 이웃한 땅의 주인과 트러블이 발생할 수 있을 겁니다. 그런 상황에서 이웃한 땅과 관련된 민법의 규정들을 준용할 수 있다면, 지상권자와 이웃한 땅의 소유자(인지소유자) 간 법률관계를 조율하는 데 도움이 될 겁니다.
제2항을 봅시다. 제2항에서는 제280조부터 제289조까지의 규정, 그리고 제290조제1항이 구분지상권에 대해서도 준용된다고 합니다. 제280조부터 제289조까지의 규정은 우리가 한참 동안 공부했던 지상권에 관련된 내용으로, 지상권의 존속기간(제280조), 존속기간을 약정하지 아니한 경우(제281조), 지상권의 양도와 임대(제282조), 지상권소멸청구권(제287조), 강행규정(제289조) 등에 관한 것입니다. 구분지상권도 통상의 지상권과 거의 비슷한 성질을 지니고 있으므로, 이러한 규정들을 준용하는 것이 의미가 있겠지요.
또한, 구분지상권자 역시 어쨌건 땅을 이용하는 사람으로서 그 권리의 행사에 방해가 있거나 할 때에는 물권적 청구권을 사용할 필요가 있으므로, 제290조제1항을 준용하는 것이 의미가 있을 것입니다. 다만, 구분지상권의 개념에 대해서는 제289조의2를 따로 두고 있기 때문에, 지상권의 개념에 관한 제279조를 굳이 가져다 쓸 필요는 없으므로 제279조는 준용규정에서 빠져 있습니다.
오늘은 지상권의 준용규정에 대해서도 알아보았습니다. 준용규정은 공부하다 보면 그냥 대충 읽고 지나가는 경우가 많은데 현실에서는 중요하게 작동되는 예가 많기 때문에 꼼꼼히 보고 넘어가시기를 추천드립니다. 이제 지상권을 마치고, 내일부터는 드디어 지역권에 대해 공부하도록 하겠습니다.
*참고로 법학 교과서에서 지상권 파트에서 필히 다루는 분묘기지권과 관습상 법정지상권의 경우, 여기서는 다루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관습상 법정지상권은 나중에 다른 법정지상권과 관련하여 한번 다룰 것이어서 언급하지 않는 것입니다. 분묘기지권의 경우, 관심 있는 분들은 따로 교과서 등을 읽어보시길 추천드립니다.
*참고문헌
곽윤직 편집대표, 「민법주해Ⅳ 물권3」, 박영사, 1992, 97면(박재윤); 김용덕 편집대표, 「주석민법 물권3(제5판)」, 한국사법행정학회, 2019, 107면(김수일)에서 재인용.
2024.1.10. 업데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