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06조(전세권의 양도, 임대 등) 전세권자는 전세권을 타인에게 양도 또는 담보로 제공할 수 있고 그 존속기간내에서 그 목적물을 타인에게 전전세 또는 임대할 수 있다. 그러나 설정행위로 이를 금지한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어제는 전세권 공부하다가 갑자기 지상권 이야기가 나와서 많이 당황하셨을 겁니다. 오늘부터는 다시 근본 있게 전세권에 대해 논의합니다. 제306조 본문을 보겠습니다. 여기서는 전세권자가 전세권을 남에게 양도하거나, 담보로 제공할 수 있고, 존속기간 내에서 전전세나 임대를 놓을 수도 있다고 정합니다.
사실 전세권 역시 소유권과 마찬가지로 물권이기 때문에, 남에게 양도할 수 있는 것은 쉽게 이해가 가실 것입니다. 전세권을 돈 받고 팔 수 있는 거죠. 전세권을 사들인 사람은 이를 등기하고, 나중에 전세기간이 끝나면 전세권설정자에게 전세금을 받아 갈 수 있습니다.
전세권을 담보로 제공한다는 건 전세권을 목적으로 해서 저당권을 설정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아직 저당권을 자세히 공부하지는 않았으므로 예를 들어 보면, 전세권자가 돈이 좀 급해서 은행에서 돈을 빌리고, 대신 그 담보로 자신의 ‘전세권’을 저당 잡히는 것입니다(이러한 저당권을 전세권저당권이라고 부르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저당권설정의 경우에는 전세권 설정자의 동의는 딱히 필요 없고, 전세권자가 원하면 할 수 있습니다.
만약 전세권자가 은행에서 빌린 돈을 기일이 될 때까지도 갚지 않는다면, 은행은 (전세권의 존속기간 내에는) 전세권 자체를 경매에 부쳐 다른 제3자에게 팔아 버리고, 그 매각대금으로 빌려준 돈을 메꿀 수 있을 것입니다.
한편 경매에서 전세권을 낙찰 받은 사람은, 남은 전세 기간 동안 전세권자로서 목적물(부동산)을 사용·수익하면 되고요, 전세기간이 끝난 후에는 전세금을 반환받으면 되겠습니다(박동진, 2022).
*만약 전세기간이 다 끝난 뒤라면 조금 문제가 복잡해지는데요, 일단은 전세권 존속기간이 끝남으로써 전세권저당권은 소멸하기 때문에 저당권 실행은 어렵습니다(대법원 2008. 3. 13. 선고 2006다29372,29389 판결). 이 경우 전세권저당권자가 돈을 회수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는 해당 판결문을 참조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다음으로, 제306조 본문에 따르면 전세권을 전전세나 임대를 놓을 수 있습니다. 전전세란, 전세권자가 전세권의 범위 내에서 전세목적물의 일부나 전부에 대해 제3자에게 다시 전세권을 설정해 주는 것을 말합니다(김준호, 2017).
예를 들어 철수가 자신의 건물을 영희에게 전세 주었는데(전세권자: 영희), 영희가 다시 그 건물을 민수에게 전세 주는 겁니다(전전세권자: 민수). 대충 표현하자면 이중 전세를 놓는 거죠. 참고로, 전전세권도 물권이기 때문에 등기를 해야 합니다.
“그러면 원래 전세를 놓은 철수 입장에서 좀 화가 나지 않을까요? 철수는 영희에게 전세를 준 거지, 생판 모르는 민수에게 전세를 줄 생각은 없었을 텐데요.”
이렇게 생각하실 수도 있지만, 전세권 자체가 물권이고, 이 물권을 어떻게 활용할지는 전세권자에게 달린 것이기 때문에 전세권자(영희)는 딱히 원래 주인(철수)의 동의 없이도 전전세를 놓을 수 있습니다.
다만, 우리의 통설은 원래 전세의 내용을 ‘초과’해서 전전세를 놓을 수는 없다고 봅니다(조용현, 2019). 예를 들어 철수가 영희에게 전세를 주면서 받은 전세금이 2억원인데, 영희가 민수에게 전전세를 주면서 2억원을 넘는 금액을 전세금으로 받을 수는 없다는 겁니다. 또, 철수가 영희에게 전세를 2년을 주었는데, 영희가 민수에게 3년의 전세를 줄 수는 없는 거죠.
물론, 철수의 입장에서 아무래도 한 다리 더 건너 전전세를 주게 되면 건물의 관리나 법적 책임 같은 것이 걱정될 수 있는 부분이 분명히 있기 때문에, 우리 민법은 별도로 전전세에 대해 규율하는 조문을 두고 있습니다. 이 부분은 금방 나올 테니 해당 파트에서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한편, 전세권자는 전세권의 목적물(예를 들면 건물)을 임대해 줄 수도 있습니다. 소유권자가 아닌데도 임대를 놓는다? 가능합니다. 제306조에 명시적으로 적혀 있으니까요.
위에서 말씀드린 전세권자의 행위들은, 사실 원칙적으로 전세권 설정자의 허락 없이도 가능한 것들입니다. 하지만 전세권 설정자의 입장에서는 내가 알지도 못하는 사람에게 전세가 또 넘어가는 것이(혹은 담보로 설정되거나) 굉장히 열 받을 수 있겠죠.
그래서 제306조 단서에서는, 전세권을 설정하면서 특약사항을 넣는 경우에는 그러한 전세권자의 행위를 막을 수 있다고 하고 있습니다. 특약으로 전전세나 전세권의 담보 같은 것을 막아 버릴 수 있는 것입니다. 다만, 이러한 단서 규정은 물권으로서의 처분을 굳이 금지할 필요가 없다는 점에서 삭제해야 한다는 비판도 있다는 점, 참고로 알아 두시기 바랍니다(강태성, 2018).
오늘 공부한 제306조는, 전반적으로 전세권자가 투입한 목돈(전세금)에도 불구하고 어느 정도 수익을 누릴 수 있도록 보장해 주는 측면이 있다고 할 것입니다. 특히 전전세를 놓는 경우에는 본인도 전전세금을 받을 수 있으므로, 투하자본을 회수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내일은 전세권양도의 효력에 대해 공부하도록 하겠습니다.
*참고문헌
강태성, “전세권에 관한 민법규정들의 검토 및 개정방향- 민법 제303조․제306조․제308조를 중심으로 –“, 한국재산법학회, 재산법연구 제35권제1호, 2018.5., 115면.
김용덕 편집대표, 「주석민법 물권3(제5판)」, 한국사법행정학회, 2019, 338면(조용현).
김준호, 「민법강의(제23판)」, 법문사, 2017, 765면.
박동진, 「물권법강의(제2판)」, 법문사, 2022, 362면.
배병일, “전세권저당권”, 한국법학원, 저스티스 통권 제139호, 2013.12.
2024.1.16. 업데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