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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법과의 만남 Oct 18. 2021

민법 제312조의2, "전세금 증감청구권"

제312조의2(전세금 증감청구권) 전세금이 목적 부동산에 관한 조세ㆍ공과금 기타 부담의 증감이나 경제사정의 변동으로 인하여 상당하지 아니하게 된 때에는 당사자는 장래에 대하여 그 증감을 청구할 수 있다. 그러나 증액의 경우에는 대통령령이 정하는 기준에 따른 비율을 초과하지 못한다.


전세금은 전세권의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입니다. 또, 현실에서는 대부분 목돈이니만큼 전세권자에게도, 전세권자에게도 중요하지요. 그런데 이런 전세금이 때로는 상황에 따라 금액이 적절하지 않게 될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전세금을 1억원으로 받고 건물을 빌려 주었는데, 극단적이기는 하지만 1000%의 인플레이션이 발생해서 1억원의 가치가 뚝 떨어져 버린다면, 건물 주인의 입장에서는 전세금을 좀 올려 달라고 요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제312조의2는 이런 상황에서 당사자가 전세금을 올리거나, 줄여 줄 것을 청구할 수 있는 권리(전세금 증감청구권)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통설은 이를 형성권으로 보고 있으며, 전세권을 설정했던 사람(예를 들어 건물 주인)이 전세금을 올려 달라고 하면 전세권자는 증액된 금액을 내야 하는 의무가 발생하게 됩니다. 다만, 전세권자가 거절하면 역시 소송으로 이어지게 되겠지요. 반면, 전세금 증감청구권은 형성권이 아닌 단순한 청구권에 불과하고, 전세금을 올리거나 줄이는 문제는 언제나 당사자의 합의에 의하여야 한다는 일부 반대 의견도 있으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김준호, 2017).


그런데 여기서 조금 특이한 내용이 있습니다. 바로 단서입니다. 증액의 경우에는 '대통령령'이 정하는 기준에 따른 비율을 초과하지 못한다고 되어 있지요. 민법에서 처음 등장하는 단어입니다. '대통령령'이란 무엇일까요?


우리가 흔히 '법률'이라고 할 때에는 나라에서 국민들이 지켜야 할 것을 정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주 틀린 말도 아니긴 한데, 엄밀한 의미에서의 '법률'은 일상생활에서 생각하는 '법'과는 좀 다른 경우가 많습니다. 천천히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우선, 기본적으로 국가적⋅ 사회적 배경을 바탕으로 주권자 또는 법령을 제정할 권한이 있는 자가 그 국가 또는 사회와 그 구성원에 대해 해당 규범의 준수를 강제하고, 스스로도 그러한 규범을 지킬 것을 전제로 일정한 목적하에 구성한 성문(成文)의 규범체계를 '법령'이라고 부릅니다(법제처, 2019). 좀 과하게 단순화해서 표현하자면, 국민들이 지켜야 할 것들을 규정한 겁니다. 이러한 법령에는 아래와 같이 여러 가지 종류가 있고, 각각의 유형마다 서로 우열이 있습니다. 


1. 대한민국 헌법

헌법은 당연히 자주 들어 보셨겠지요. 대한민국의 최고 규범입니다. 어떠한 법률도 헌법에 위반되어서는 안 됩니다. 대한민국 헌법에서는 국민들이 가져야 할 가장 기본적인 권리(기본권)과 국민의 의무, 국가기관의 구성 등에 대해서 규정하고 있습니다.


2. 법률

이제 '법률'과 '법령'이 서로 같은 의미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법률은 법령의 한 유형으로, 국회에서 제정되는 성문법을 의미합니다. 뉴스에서 매일 보시는 그 국회 맞습니다. 국회의원들이 표결을 해서 통과시킨 법률안들이, 법률이 되어 국민의 삶에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이처럼 헌법 외에 따로 하위 규범으로 '법률'을 두고 있는 이유는, 헌법에서 모든 것을 규율할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그랬다가는 아마 헌법이 10만 페이지가 넘어갈 겁니다. 헌법은 국가의 근간을 이루는 이념과 가치, 가장 중요한 것들에 대해서 큰 그림을 그리고, 법률에서 좀 더 구체적인 모양으로 스케치를 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우리가 지금 공부하는 '민법'도 법률의 한 종류로서, 헌법의 이념을 구현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라고 할 것입니다.


3. 조약

조약은 신문 기사 같은 곳에서 여러 번 접해 보셨을 겁니다. 조약이란, 국가 간의 문서에 의한 합의를 말하는 것입니다. A나라와 B나라가 서로 합의해서, 우리는 서로 C라는 행위는 하지 않기로 하자, 이렇게 해서 조약을 맺었다면, 두 나라는 그 조약에 따라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자연스레 두 나라의 국민들에게도 영향을 미치게 되겠지요. 한편, 조약 외에도 일반적으로 승인된 국제법규란 것이 있는데, 이는 국제사회에서 일반적으로 규범력이 인정된 국제 관습을 의미합니다(한국법제연구원). 우리의 헌법은, 조약과 일반적으로 승인된 국제법규가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지닌다고 인정하고 있습니다(제6조제1항).

대한민국헌법

제6조 ①헌법에 의하여 체결ㆍ공포된 조약과 일반적으로 승인된 국제법규는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가진다.
②외국인은 국제법과 조약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그 지위가 보장된다.



4. 명령

위에서 법률이 헌법에서 정하는 사항을 구체적으로 규율하고 있다고 했는데, 사실 법률만으로도 현실에서는 부족한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A라는 나라에서 "해수욕장에서 놀다가 다친 아이에게는 치료비를 나라에서 내준다."라는 법률을 만들기로 했다고 합시다.


그런데 막상 법률을 만들려고 하니, 생각보다 많은 문제가 발목을 잡습니다. 해수욕장은 정확히 무엇일까요? 자칫하면 그냥 물가 근처에서 아이가 다치기만 해도 해수욕장이라고 우기는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해수욕장'이 정확히 뭘 말하는지, 기준을 세워야 합니다. '아이'라는 건 또 정확히 뭘 말하는 걸까요? 8살? 13살이면 아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15살 정도면 왠지 나라에서 치료비까지 내주기에는 좀 부담스럽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어느 것이 답이건, 기준을 역시 정해야 합니다. 또 치료비를 부풀리거나 거짓으로 다쳐서 돈을 받으려고 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으니, 이런 문제도 고려해야 할 것입니다.


이처럼 법률을 하나 만들 때에는 함께 뒤따라오는 너무나 많은 문제를 고려하여야 합니다. 그런 것들을 모두 국회의원들이 검토하고, 토론하고, 그렇게 해서 표결해서 통과시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그래서 법률에서 위임받은 사항을 규율하거나, 법률을 집행하기 위해서 행정기관이 규범을 정할 수 있도록 하는데 이를 '명령'이라고 합니다. 이러한 '명령'은 누가 정하는지에 따라 대통령령, 총리령, 부령으로 나눌 수 있으며, 모두 헌법에 근거를 두고 있습니다.

대한민국헌법

제75조 대통령은 법률에서 구체적으로 범위를 정하여 위임받은 사항과 법률을 집행하기 위하여 필요한 사항에 관하여 대통령령을 발할 수 있다.

제95조 국무총리 또는 행정각부의 장은 소관사무에 관하여 법률이나 대통령령의 위임 또는 직권으로 총리령 또는 부령을 발할 수 있다.


따라서, 위의  A나라에서는 이렇게 '법률'을 정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해수욕장에서 놀다가 다친 아이에게는 치료비를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치료비를 나라에서 내준다."

물론 실제 법률 조문이 이렇게 단순하게 위임하는 경우는 거의 없지만, 예를 들자면 그런 것입니다. 법률이 이렇게 제정되면, 대통령은 법률에서 위임을 받은 사항(해수욕장의 의미, 아이의 범위 등)에 대해 대통령령을 만들면 됩니다. 


이름이 '명령'이어서 마치 그때그때 대통령이 지시를 내리는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고 문서로 된 성문의 규범이라는 점, 기억하시면 되겠습니다. 또한, '명령'은 확실히 법률의 하위 규범이기 때문에 법률에 위반되어서는 안 됩니다. 


5. 자치법규(조례, 규칙)

우리나라는 지방자치제도를 운영하고 있지요. 소위 지방자치단체, 지자체라고 부르는 단체들이 존재합니다. 경기도, 강원도, 전주시 같은 것들이 그런 예입니다. 지방자치단체도 고유의 규범을 가질 수 있는데요, 이처럼 법령의 범위 안에서 그 권한에 속하는 사무에 관하여 지방의회가 정하는 규범을 조례라고 합니다. 또, 지방의회가 아니라 지방자치단체의 장(예를 들어 경기도지사)이 정하는 규범을 규칙이라고 합니다(법제처). 물론 당연하겠지만 경기도 조례는 경기도민에게 적용되는 것이지, 제주도민에게 적용되지는 않습니다. 전국에 고루 영향을 미치는 것은 법률이나 명령인 겁니다.




지금까지 5가지 유형의 법령에 대해 알아보았는데요, 앞서도 말씀드렸지만 서로 간에 우열이 있기 때문에 그 서열(?)을 지켜야 합니다. 조례가 법률에 반하면 안 되는 것이고, 법률이 헌법에 반하면 안 되는 거지요. 이러한 위계는 아래와 같은 그림으로 표현할 수 있을 것입니다.


출처: 한국법제연구원


그럼 이제 다시 민법으로 돌아옵시다. 어쨌건 전세금을 '증액'하려는 경우에는(줄이려는 경우는 해당 안됩니다),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준에 따라야 한다고 합니다. 하필 증액하는 경우만 포함한 것은, 아무래도 돈 없는 사람이 전세금을 올려 달라는 요구에 쫓겨나지 않을까 걱정한 것이겠지요.


민법 제312조의2 단서에 따라, 다음과 같이 대통령령이 정해져 있습니다.

민법제312조의2단서의시행에관한규정

제1조 (목적) 이 영은 민법 제312조의2단서의 규정에 의하여 전세금의 증액을 청구하는 경우 그 증액청구의 기준에 관한 사항을 정함을 목적으로 한다.

 제2조 (증액청구의 비율) 전세금의 증액청구의 비율은 약정한 전세금의 20분의 1을 초과하지 못한다.

 제3조 (증액청구의 제한) 전세금의 증액청구는 전세권설정계약이 있은 날 또는 약정한 전세금의 증액이 있은 날로부터 1년이내에는 이를 하지 못한다.


따라서 대통령령에 의해서 전세금을 올려 달라고 요구할 때에도, 원래 전세금의 20분의 1(5%)를 초과할 수는 없습니다. 때문에 갑자기 전세금을 2배로 올려달라는 요구 때문에 전세권자가 밖으로 나앉게 되는 일은 없게 될 것입니다.


오늘은 전세금 증감청구권과 대통령령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보통 법률이건, 대통령령이건, 총리령이건 국민 입장에서는 지켜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지키지 않을 경우에는 처벌도 가능), 대강 싸잡아서 '법'이라고 부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법에 그렇게 적혀 있어!" 이렇게 말할 때, 그 '법'에 대통령령 같은 것이 포함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는 거지요. 하지만 자세하게 들여다보면 개념이 확실히 다르니까 공부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주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내일은 전세권의 소멸통고에 대해 공부하도록 하겠습니다.


*참고문헌

김준호, 민법강의, 법문사, 제23판, 2017, 763면.

법제처, 법령입안심사기준, 2019.12., 3면.

법제처, https://www.moleg.go.kr/menu.es?mid=a20503010000, 2021.1.22. 확인

한국법제연구원, https://elaw.klri.re.kr/kor_service/struct.do, 2021.1.22. 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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