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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법과의 만남 Jul 02. 2019

민법 제34조, "법인의 권리능력"

제34조(법인의 권리능력) 법인은 법률의 규정에 좇아 정관으로 정한 목적의 범위내에서 권리와 의무의 주체가 된다.


오늘은 법인의 권리능력에 대하여 공부하겠습니다. '권리능력'이란 표현, 기억나십니까? 우리는 민법 제3조, "권리능력의 존속기간"에서 권리능력의 개념에 대하여 처음으로 공부한 적이 있습니다. 기억이 잘 안 나시는 분은 한번 복습하고 오시는 것도 좋습니다.


권리능력이란, 권리의 주체가 될 수 있는 지위 또는 자격이라고 했습니다. 앞서 우리는 자연인과는 구별되는 새로운 법인이라는 제도에 대해서 공부했습니다. 즉 법인은 자연인과는 다른 것이지만, 법적으로 권리와 의무의 주체가 될 수 있도록 규정해 둔 존재입니다. 따라서 법인이 권리능력이 있다는 말은 일견 자연스럽게 이해됩니다.


그런데 민법 제34조는 "법률의 규정에 좇아 정관으로 정한 목적의 범위 내"에서 권리능력을 갖는다고 제한을 두고 있습니다. 이건 무슨 뜻일까요?

이는 법인의 권리능력은 우리 민법에서 무한대로 인정되는 것이 아니고, 일부 제한을 받고 있다는 뜻입니다. 그 제한은 아래와 같이 3가지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지금부터 하나씩 그 취지와 내용에 대해서 확인해 보도록 합시다.


1. '성질'에 의해 법인의 권리능력은 제한된다.


이건 무슨 말일까요? 법인에게 아무리 권리능력을 인정한다고 해도, 법인은 자연인과 '완전히 똑같은' 권리를 다 인정받을 수는 없습니다. 왜냐고요? 자연인은 눈으로 보고 만질 수 있는 실체가 있지만, 법인은 눈코 입이 달려 있는 육체가 없잖아요. 즉 법인은 '자연인만이' 고유하게 가질 수 있는 것으로 전제되는 권리와 의무의 주체가 될 수는 없습니다.


대표적으로 상속권이 있습니다. 상속은 오직 자연인만 받을 수 있습니다. 철수는 사망하면서 자신의 아들 민수에게 재산을 상속해 줄 수는 있지만, 자신이 세운 회사 '철수건설'이 재산을 상속하게 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한 가지 조심할 것은 법인은 상속권은 가질 수 없지만 유증은 받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상세히 들어가기에는 너무 설명이 길어지니까, 여기서는 단순히 상속과 같이 자연인에게 고유한 권리는 법인이 향유할 수 없구나, 정도로만 이해하시면 되겠습니다. 아래의 표를 참조하시고,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다 싶은 권리는 가볍게 인터넷에서 검색해보는 정도로만 알아 두시면 되겠습니다. 어차피 나중에 다 공부할 내용들입니다.

· 법인이 가질 수 있는 권리 : 재산권, 명예권, 성명권, 신용권, 정신적 자유권, 유증
· 법인이 가질 수 없는 권리 : 생명권, 상속권, 친권, 정조권, 육체상의 자유권


2. '법률'에 의해 법인의 권리능력은 제한된다.


애초에 법인이라는 존재 자체가 현실에서 눈으로 볼 수 없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법률로 만들어낸 것입니다. 그러니 다시 법률에 의해서 그 권리능력을 제한한다고 해서 전혀 이상할 것은 없습니다. 각각의 개별법에서 법인의 권리능력을 제한하는 규정이 있으면, 그 규정에 따라 법인의 권리능력은 제한되는 것입니다.


대표적인 예로 민법 제81조는 청산법인의 권리능력을 제한하는 규정을 두고 있습니다. 이 부분은 지금 공부하기엔 어려운 부분이므로, 추후 제81조를 공부하면서 다시 한번 확인하도록 하겠습니다. 지금은 그냥 "법률에 따라 법인의 권리능력이 제한되는 경우가 있구나~" 하고 넘어가시면 됩니다.


3. '정관'에서 정한 목적에 의해 법인의 권리능력은 제한된다.


이제 제34조를 본격적으로 살펴볼 때가 됐습니다. '정관에서 정한 목적'의 범위 내에서 법인의 권리능력은 제한됩니다. 제32조에서 우리는 정관에 대해서 공부했습니다. 이때 민법 제40조를 인용했었는데, 그걸 보시면 정관에서 제일 먼저 들어가야 할 부분이 바로 '목적'이라고 나옵니다. 예를 들어 철수가 세운 비영리법인 A의 정관은 이렇게 되어 있을 겁니다.

비영리법인 'A' 정관

제1조(명칭) 이 단체의 명칭은 'A'라 한다.
제2조(목적) 이 단체는 사회에서 소외되고 경제적으로 힘든 노인과 저소득층에게 다양한 맞춤형 복지 서비스를 제공하고 일자리를 제공함으로써 지역 사회의 경제적 발전과 해당 계층의 경제적 자립 및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한다.
    (…중략…)


여기 보시면, A라는 법인의 목적은 '노인과 저소득층'에게 '복지서비스와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A라는 법인이 운영되던 도중에 뜬금없이, "우리는 청년 외국인의 취업난 해결을 위하여 취업알선 서비스를 제공하고 싶다"라고 하면 어떨까요?


안됩니다. 젊은 외국인에 대한 취업알선 서비스는 A 법인의 정관에서 정한 목적의 범위를 넘는 것이기 때문이지요. 만약 정관에 따른 이러한 제한이 없다고 한다면, 아무 목적으로나 대충 허가받기 쉬운 내용으로 법인을 세운 뒤에, 설립자 본인이 원래부터 내심 하고 싶었던 일을 수행해 버리면 되겠지요. 그렇게 내버려 두면 법인이라는 제도 자체가 무너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러면 정관에서 정한 '목적의 범위'라는 건 어떻게 판단해야 할까요? 위의 사례처럼 대놓고 목적과 다른 행위는 정관의 목적 범위를 넘는다고 할 수 있지만, 현실에서는 모호한 사례가 굉장히 많습니다. 위에서 보면 알겠지만 정관에서의 '목적' 규정도 워딩이 구체적이지 않고 상당히 애매합니다.


우리의 판례는 "그 목적 범위 내의 행위라 함은 정관에 명시된 목적 자체에 국한하는 것이 아니고 그 목적을 수행하는 데 있어 직접 또는 간접으로 필요한 행위는 모두 포함되며, 목적 수행에 필요한지 여부도 행위의 객관적 성질에 따라 추상적으로 판단할 것이지 행위자의 주관적, 구체적 의사에 따라 판단할 것이 아니다"라고 하여, 제34조에서 말하는 '목적 범위'라는 말을 꽤 넓고 관대하게 해석하고 있습니다(대판 1987.9.8. 86다카1349).


오늘은 법인의 권리능력이 제한되는 3가지 경우를 공부했습니다.

내일은 법인이 어떻게 불법행위를 할 수 있는가? 에 대해서 공부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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