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3조(법인설립의 등기) 법인은 그 주된 사무소의 소재지에서 설립등기를 함으로써 성립한다.
어제까지 우리는 비영리법인이 되기 위하여는 어떤 요건이 필요한지 공부하였습니다. 복습하자면 4가지가 있다고 했습니다. 첫째, 비영리를 목적으로 할 것. 둘째, 설립행위가 있을 것. 셋째, 주무관청의 허가를 받을 것. 넷째, 법인 설립등기를 할 것.
오늘 공부할 내용은 바로 네 번째 요건인 설립등기에 관한 부분입니다. 민법 제33조는 법인은 그 주된 사무소의 소재지에서 설립등기를 하여 성립한다고 명시하고 있으니, 법인을 만들고 싶으면 반드시 설립등기를 하여야겠지요? 왜 이러한 제도를 둔 걸까요?
법인은 자연인과 달리 눈으로 보이는 것이 아닙니다. 눈, 코, 입이 달려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보통 사람들 입장에서는 조그만 지역 어딘가에서 법인이 탄생했다고 해서 알 수 있을 리가 없습니다. 따라서 누구나 이러한 법인이 합법적으로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도록 만천하게 공개할 필요성이 있는데 이를 위하여 우리 민법은 '등기'를 하도록 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등기'란 무엇일까요? 우리가 지금까지 공부하면서 한 번도 민법에서 등장하지 않았던 단어입니다. 민법에서는 처음 등장하지만, 살면서 등기라는 단어는 그래도 자주 들어 보셨을 겁니다. 원룸이라도 한번 구해 보셨던 분들이라면, '부동산 등기부'에 대해서 당연히 들어 보셨겠지요.
등기(登記)란, 일정한 사항을 널리 일반에게 알리기 위하여 공개된 장부에 기재하는 행위(또는 기재된 것)을 말합니다. 쉽게 표현하자면 '사람들에게 공개적으로 널리 알려야 할 필요성이 있는 정보를 적어 두는 장부'인 것이지요. 따라서 누구라도 그 내용을 확인할 수 있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가장 자주 쓰이는 부동산등기의 경우, 약간의 수수료만 내면 인터넷 등기소(http://www.iros.go.kr/)를 통해서 언제든 열람할 수 있습니다.
우리 법제에서는 대표적으로 부동산이나 입목, 선박 등에 대해서 등기를 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연필이나 공책 같은 작은 물건들에 비해서는 부피도 크고 가격도 비싼 것들이지요. 이 부동산의 소유자는 누구인가? 이 선박의 소유자는 누구인가? 와 같은 정보들을 담고 있습니다. 권리에 대한 기록이지요.
등기의 종류 중에서는 (부동산등기처럼) 권리에 대한 기록 말고도 권리주체에 대한 등기도 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로 오늘 공부할 법인등기입니다. 법인등기를 보면, '이 법인의 이름은 A구나.', '이 법인은 이러이러한 사업을 하는구나.', '이 법인은 B 지역에 본사가 있구나.' 같은 내용을 알 수 있습니다. 따라서, 궁극적으로 법인등기는 어떤 법인에 대해 누구라도 그 존재와 실체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거래의 안전을 확보하는 의미를 갖고 있는 것입니다.
따라서 누군가 와서 "저는 A 법인의 대표입니다. 본사가 서울에 있어서 매일 출퇴근하고 있습니다. 법인의 대표로서 그쪽과 거래하고 싶습니다."라고 했을 때 그 말이 사실인지 확인해 볼 수 있겠지요. 그 외에도 상업등기의 경우 상법의 규정에 따라 등기하여야 할 사항을 기록해 두고 있습니다. 법인등기 역시 방금 소개드린 인터넷 등기소를 통하여 아래와 같이 확인할 수 있습니다. 매우 유용하지요.
한편 법인에 대해 공부할 때 '민법'에서는 비영리법인에 대하여 규율하고, 영리법인에 대해서는 '상법'에서 규율한다고 했었습니다. 마찬가지로 등기 역시 민법상의 비영리법인과 회사(또는 개인상인)를 따로 구분하고 있는데요, 앞의 등기가 우리가 부르는 법인등기이고, 뒤의 등기는 별도로 상업등기라고 부르며, '상법'과 '상업등기법'에서 따로 규정을 두고 있습니다.
지금 우리가 배우는 민법상의 법인에 관한 등기는 '민법'에 일부 규정이 있고, 따로 '비송사건절차법'이라는 것이 있어서 거기에서도 법인등기에 대하여 규율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비송사건절차법에서는 이런 규정을 두고 있어요.
제60조(관할등기소) ① 법인등기에 관하여는 법인의 사무소 소재지를 관할하는 지방법원, 그 지원 또는 등기소를 관할등기소로 한다.
② 대한민국에 사무소를 둔 외국법인의 등기에 관하여는 제1항을 준용한다.
법인등기에는 다음과 같은 종류가 있습니다. 법인등기의 하위 범주에는 이런 것들이 있구나, 하는 정도로만 알고 지나가시면 될 것 같습니다. 나중에 한 번씩은 나올 개념들이니 잊어버리지는 마시고요.
1. 기입등기 : 새로운 등기원인에 기하여 어떤 사항을 등기기록에 새로이 기입하는 등기. 법인을 설립하고 새로이 하는 등기(설립등기)나 법인을 해산할 때 하는 등기(해산등기), 청산등기 등이 여기에 해당.
2. 변경등기 : 어떤 등기가 행하여진 후에 등기된 사항에 변경이 생겨 변경사항을 기록하는 등기. 임원을 변경하거나 주사무소를 이전하는 경우의 등기, 분사무소를 설치하는 경우의 등기, 명칭을 변경하는 등기 등이 여기에 해당.
3. 경정등기 : 이미 행하여진 등기에 대하여 그 절차에 착오가 있어 잘못 등기된 경우 바로잡기 위해 하는 등기.
4. 말소등기 : 이미 등기된 사항을 법률적으로 소멸시키기 위해 하는 등기. 상호를 폐지하는 등기나 회사의 청산종결등기 등이 여기에 해당.
5. 회복등기: 기존 등기가 부당하게 소멸된 경우 이를 부활하는 등기.
자, 그럼 지금까지 법인등기제도에 대해 간략히 알아보았으니, 다시 제33조로 돌아가 봅시다.
민법 제33조는 '주된 사무소'의 소재지에서 설립등기를 하여야 한다고 하고 있습니다. 철수가 비영리법인을 설립하고자 사무소를 여기저기에 만들어 두었다고 합시다. 주무관청의 허가도 받았고, 이제 남은 건 설립등기뿐입니다. A사무소는 서울시에, B사무소는 인천시에 있으며, C사무소는 군산시에 있다고 합니다.
설립허가를 받고 3주 이내에 설립등기를 하여야 한다고 하여, 철수는 조속한 시일 내에 서류를 챙겨서 근처 법원 등기국에 찾아갑니다. 담당 공무원이 주된 사무소가 어디냐고 묻습니다. 철수는 이렇게 말합니다. "A, B, C 모두 동등하게 가치 있는 사무소다. 나는 사무소를 차별하지 않는다. 주된 사무소는 없다." 가능한 걸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만민평등한 철수의 애틋한 마음은 안타깝지만 원하는 대로는 할 수 없습니다. 사무소가 여러 개인 때에는 이를 모두 기재하여야 하고, 주된 사무소를 정하여야 합니다. 왜 그럴까요? 법인이라는 것이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인간같이 눈에 보이는 것도 아니고, 어딘가에서 먹고 자고 생활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인간처럼 '주소'의 개념을 적용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렇다고 장소의 개념을 완전히 없애 버리자니, 이 법인이 어디서 뭘 하는 것인지 알 수 있는 정보가 너무 적어집니다. 따라서 생각해 낸 것이, 주된 사무소를 기준으로 해서 하나의 장소를 정한 후 이를 마치 자연인의 주소와 같이 활용하겠다는 겁니다.
주된 사무소란 사무소가 둘 이상 있는 경우에 법인 활동의 중심을 이루는 사무소를 말하지만, 설립등기를 함에 있어서는 형식적으로 정관과 등기부에 주된 사무소로 기재된 사무소를 의미한다고 봅니다(송호영, 2017). 즉 실질적이기보다는 형식적인 개념에 가깝습니다. 기억해 두세요. 지금까지 공부한 설립등기의 실제 작성례를 알아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공무원이 시키는 대로 주된 사무소를 정하고 설립등기까지 마친 철수는 이제 법인 설립을 위해 할 일을 마친 셈입니다. 며칠만 기다리면 법인등기부등본도 발급될 것입니다.
오늘까지 해서 법인의 설립 요건에 대하여 하나씩 공부해 보았습니다.
내일은 법인의 권리능력에 대하여 공부하겠습니다.
*참고문헌
송호영, <비영리법인의 관리·감독 강화 방안 연구>, 법무부, 2018. 7., 30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