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법과의 만남 Nov 08. 2021

민법 제314조, "불가항력으로 인한 멸실"

제314조(불가항력으로 인한 멸실) ①전세권의 목적물의 전부 또는 일부가 불가항력으로 인하여 멸실된 때에는 그 멸실된 부분의 전세권은 소멸한다.
②전항의 일부멸실의 경우에 전세권자가 그 잔존부분으로 전세권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 때에는 전세권설정자에 대하여 전세권전부의 소멸을 통고하고 전세금의 반환을 청구할 수 있다.


지금까지 우리가 공부한 전세권 제도의 취지대로, 전세권자는 전세금을 내고 건물이나 땅을 (계약한 기간 동안) 잘 사용하고, 전세권 설정자는 전세금을 굴려서 이득을 내면 서로 좋을 것입니다. 윈-윈인 거죠. 


그런데 세상일이 마음 같지 않아서,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 벌어질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재수 없게 갑자기 하늘에서 벼락이 떨어져, 전세권 설정에 따라 전세권자가 빌려 쓰고 있던 건물이 먼지가 되어 버린다면 어떻게 될까요? 매우 낮은 확률이지만, 그런 일이 일어날 수도 있습니다. 지금부터 각각의 상황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1. 목적물의 전부가 불가항력으로 멸실되어 버린 경우

민법 제314조제1항은, 전세권의 목적물 전부 또는 일부가 불가항력으로 인해서 멸실(상실되어 없어져 버리는 것을 말합니다)되는 경우에는, 그 없어진 부분의 전세권이 소멸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목적물 전부가 없어졌다고 합시다. 전세권을 설정한 건물 전체가 먼지가 되어 버렸다고 해보는 거죠. 그러면, 누구 탓을 하고 말고를 떠나서 전세권이 소멸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전세권자가 억울하다고 해도 어쩔 수 없습니다. 전세권을 유지하고 싶어도 유지할 수 있는 목적물이 없으니까요.


참고로, 전세권자나 전세권설정자 누구의 잘못도 없이 불가항력으로 인해서 전세목적물이 멸실된 경우, (건물이 없어졌으니까) 전세권자의 목적물반환채무는 이행불능이 됩니다. 또한, 전세권자의 고의나 과실이 없었으므로 전세권자는 손해배상책임도 지지 않습니다(제315조 참조). 하지만 전세권설정자는 여전히 전세금을 돌려주어야 할 채무가 남아 있습니다. 


“건물을 잃어버린 건 전세권설정자인데, 건물주인이 전세금도 돌려주어야 하나요? 너무하네요.”

이렇게 생각하실 수도 있지만, 전세권자가 뭘 잘못한 것도 아니고 천재지변으로 건물이 없어졌다면, 전세권자는 전세금을 돌려달라고 할 수 있습니다(김준호, 2017). 

대신 전세권자에게 고의나 과실이 있었다고 하면 얘기가 완전 달라지는데, 이 부분은 내일 제315조에서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2. 목적물의 일부만 멸실되었지만, 남은 부분만으로는 전세권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을 정도인 경우

이 부분은 바로 제314조제2항에서 다루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벼락이 떨어져서 건물의 일부분이 날아가기는 했는데, 남은 부분이 고작 기둥 몇 개와 기껏해야 창고로 쓸 수 있는 작은 방 정도라면, 그 건물에서 큰 사업을 해보려던 전세권자에게는 전세권을 유지하는 것 자체의 의미가 별로 없을 겁니다.


이런 경우, 제2항에서는 전세권자가 전세권 설정자에게 전세권 ‘전부’가 소멸됨을 통고하고 전세금을 돌려받을 수 있습니다. 건물을 잃어버린 전세권 설정자 입장에서는 억울할 수 있겠지만, 불가항력인 마당에 전세권자를 탓할 수도 없지 않겠습니까. 


우리가 어제 공부한 제313조에서는 소멸 통고를 한 후 6개월이 지나야 효력이 발생하였지만, 여기 제314조제2항에서 말하는 소멸 통고의 경우에는 그런 유예기간 없이 바로 효력이 발생한다는 것이 일반적인 학계의 견해입니다(송덕수, 2019). 전세권의 목적이 되는 물건 자체가 없어졌는데 6개월씩 유예를 둘 이유가 별로 없기는 합니다.


3. 목적물의 일부만 멸실되었고, 남은 부분으로도 전세권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경우

이 경우는 위의 사례와는 약간 다릅니다. 예를 들어 전세권이 설정된 건물이 3층짜리 건물인데, 3층이 날아가 버리는 거죠. 전세권자가 보아하니, 1층과 2층만 써도 어떻게 사업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러면 전세권은 건물의 3층 부분에 대해서는 없어지고, 1층과 2층에 대해서만 남는 것이 됩니다. 물론, 3층이 없어졌는데 전세금을 그대로 내는 것은 좀 억울하고, 없어진 부분에 비례해서 좀 깎은 금액의 전세금을 내면 된다고 합니다(송덕수, 2019).                           




지금까지 목적물의 전부 멸실, 일부 멸실에 대해서 전세권이 어떻게 바뀌게 되는지 알아보았습니다. 그런데 이런 생각을 해볼 수 있습니다. 


만약 불가항력의 이유가 아니라 전세권자의 잘못으로 부동산이 멸실된 경우라면 어떨까요? 예를 들어, 전세권자가 건물 관리를 잘못해서 불이 나버리고, 그 결과 건물이 불타 없어져 버린 거죠. 이런 경우라면, 전세권설정자도 분명 할 말이 있을 겁니다.


이것이 바로 내일 공부할 제315조에 관한 내용입니다. 내일은 전세권자의 손해배상책임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참고문헌

김준호, 「민법강의(제23판)」, 법문사, 2017, 768면.

송덕수, 「물권법(제4판)」, 박영사, 2019, 433면.



2024.1.18. 업데이트

매거진의 이전글 민법 제313조, "전세권의 소멸통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