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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법과의 만남 Dec 27. 2021

민법 제321조, "유치권의 불가분성"

제321조(유치권의 불가분성) 유치권자는 채권전부의 변제를 받을 때까지 유치물전부에 대하여 그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


불가분성(不可分性)이란, 쪼개거나 분리할 수 없다는 뜻 정도로 사용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사실 이 불가분성은 유치권뿐 아니라 저당권·질권 등 담보물권 전반에 걸쳐 인정되는 성질입니다. 우리 민법은 제321조에서 유치권의 불가분성을 규정하고, 이를 다른 담보물권 파트에서 준용하는 방식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유치권의 불가분성이란 구체적으로 무슨 의미일까요? 제321조는 유치권자가 채권 전부의 변제를 받을 때까지 유치물 ‘전부’에 대하여 그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고 하는데, 이게 어떤 측면에서 불가분성이라는 것인지 와 닿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나부자는 넓은 땅을 갖고 있습니다. 그는 여기에 건물을 지어 돈을 벌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나부자는 건축이라는 건 해본 적이 없으므로, 유명한 건설업자인 최건축에게 의뢰를 합니다. 자기 땅에 5층짜리 다세대주택을 지어 주면, 10억원을 주겠다고 합니다.


최건축은 나부자와 계약을 마치고, 나부자의 땅에 드나들면서 1년 동안 열심히 건물을 지었습니다. 공사가 완료되고, 다세대주택은 어느덧 1층에 10세대씩, 총 50세대가 살 수 있는 큰 건물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나부자는 최건축에게 약속한 공사대금 중 5억원만을 지급하고, 나머지 금액은 주지 않았습니다.

이에 화가 난 최건축은 나머지 5억원을 마저 받기 위해 공사 완료된 건물을 나부자에게 돌려주지 않고, 유치권을 행사하려고 합니다. 그러나 조금 타이밍이 늦은 탓으로(?), 50세대 중 1개 세대만 점유하는데 성공했습니다.


나부자의 주장은 이렇습니다. “유치권이라는 것은 물건을 점유하여야 인정되는 것이다. 그런데 최건축은 50세대로 구성된 건물 중 1세대만 점유하고 있으므로, 최건축의 유치권이 적용되는 범위는 10억원의 공사대금 중 20분의 1인 5,000만원이라고 할 것이다. 따라서 내가 5,000만원을 줄 테니, 최건축은 1세대 부분을 돌려줘라.”


바로 이런 경우에 최건축은 제321조를 이용하여 반박할 수 있습니다. 유치권자인 최건축은 비록 50세대의 건물 중 1세대만을 점유하고 있지만, 채권 전부(10억원)의 변제를 받을 때까지 유치물 전부(건물 전체)에 대하여 유치권을 행사할 수 있는 것입니다. 따라서 나부자의 주장과는 달리 최건축은 5,000만원이 아니라 5억원의 미지급 공사대금 전부를 담보하는 유치권을 갖고 있다고 할 것입니다.


우리의 판례 역시 "이 사건 공사계약은 위 다세대주택에 대한 재건축공사 중 창호와 기타 잡철 부분을 일괄적으로 하도급한 하나의 공사계약임을 알 수 있고, 또 기록에 의하면, 이 사건 공사계약 당시 공사대금은 구분건물의 각 동호수 별로 구분하여 지급하기로 한 것이 아니라 이 사건 공사 전부에 대하여 일률적으로 지급하기로 약정되어 있었고, 그 공사에는 각 구분건물에 대한 창호, 방화문 등뿐만 아니라 공유부분인 각 동의 현관, 계단 부분에 대한 공사 등이 포함되어 있으며, 위 소외 2가 피고에게 이 사건 공사대금 중 일부를 지급한 것도 특정 구분건물에 관한 공사대금만을 따로 지급한 것이 아니라 이 사건 공사의 목적물 전체에 관하여 지급하였다는 사정을 엿볼 수 있는바, 이와 같이 이 사건 공사의 공사대금이 각 구분건물에 관한 공사부분별로 개별적으로 정해졌거나 처음부터 각 구분건물이 각각 별개의 공사대금채권을 담보하였던 것으로 볼 수 없는 이상, 피고가 소외 2에 대하여 가지는 이 사건 공사 목적물(7동의 다세대주택) 전체에 관한 공사대금채권은 피고와 소외 2 사이의 하도급계약이라는 하나의 법률관계에 의하여 생긴 것으로서 그 공사대금채권 전부와 공사 목적물 전체 사이에는 견련관계가 있다고 할 것이고, 피고가 2003년 5월경 이 사건 공사의 목적물 전체에 대한 공사를 완성하여 이를 점유하다가, 현재 나머지 목적물에 대하여는 점유를 상실하고 이 사건 주택만을 점유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유치물은 그 각 부분으로써 피담보채권의 전부를 담보한다고 하는 유치권의 불가분성에 의하여 이 사건 주택은 이 사건 공사로 인한 공사대금채권 잔액 157,387,000원 전부를 담보하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고, 그렇게 보는 것이 우리 민법상 공평의 견지에서 채권자의 채권확보를 목적으로 법정담보물권으로서의 유치권 제도를 둔 취지에도 부합한다고 할 것이다."라고 하여, 유사한 입장에 있습니다(대법원 2007. 9. 7. 선고 2005다16942 판결). 이 판례는 유치권에 관하여 상당히 유명한 판례이므로, 호기심이 많은 분들은 직접 판결문을 검색해서 읽어 보시면 좋을 듯합니다.


오늘은 유치권의 불가분성에 대하여 알아보았습니다. 사실 어제는 자동차 수리공의 예시를 들어 유치권을 설명하였지만, 현실에서 유치권에 관한 싸움이 가장 첨예하게, 또 빈번하게 일어나는 분야가 바로 위의 사례와 같은 공사대금 문제입니다(보통 공사대금은 금액이 워낙 크기도 하고요). 공사대금을 못 받아서 건물을 점거하고 유치권을 행사하는 사례가 신문에도 자주 등장하곤 합니다. 과연 유치권이 유효하게 성립하는지, 그런 사례를 신문에서 마주칠 때에는 한번 생각해 보시면서 읽는 것도 재미있을 듯합니다.


내일은 유치물의 경매와 간이변제충당에 대해 공부하도록 하겠습니다.




2024.1.22. 업데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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