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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법과의 만남 Jan 18. 2022

민법 제324조, "유치권자의 선관의무"

제324조(유치권자의 선관의무) ①유치권자는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로 유치물을 점유하여야 한다.
②유치권자는 채무자의 승낙없이 유치물의 사용, 대여 또는 담보제공을 하지 못한다. 그러나 유치물의 보존에 필요한 사용은 그러하지 아니하다.
③유치권자가 전2항의 규정에 위반한 때에는 채무자는 유치권의 소멸을 청구할 수 있다.


조 제목에 '선관의무'라는 표현이 나오는데, 이는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 의무'를 간략하게 쓴 것입니다. 제324조제1항에서는, 유치권자가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를 기울여서 유치물을 점유하여야 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선량한 관리자'의 의미에 대해 이미 공부한 적이 있었습니다. 바로 민법 총칙 편에서 이사의 주의의무가 그것입니다. 기억이 잘 안 나는 분들은 복습하고 오셔도 좋습니다.

제61조(이사의 주의의무) 이사는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로 그 직무를 행하여야 한다. 


복습하자면,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란 진짜 인간적으로 착하게 살라는 뜻은 아니고요, 보통의 주의력을 가진 사람이 해당 사안에서 통상 가질 것으로 생각되는 주의의 수준을 말합니다. 나중에 민법에서는 ‘자기의 재산에 대한 주의’라는 표현들이 나오는데요(제695조, 제922조 등),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는 이러한 주의 수준보다도 더 높은 수준의 주의를 뜻합니다. 이러한 주의의무에 위반하는 경우, 과실이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제1항으로는 부족하다고 생각했는지, 제2항에서는 보다 구체적으로 내용을 정합니다. 유치권자는 채무자의 승낙 없이 유치물을 사용하거나 대여할 수 없고, 담보로 제공할 수도 없다는 것입니다. 다만, 유치물의 '보존'에 필요한 사용은 (승낙이 없더라도) 괜찮다고 합니다(제2항 단서). 이와 관련하여 어제 제323조를 공부하면서, 유치물 소유자의 동의도 없이 건물을 임대하고 세를 받는 등의 행위는 허용되지 않고, 설령 그렇게 한다 하더라도 받은 세를 채무자에게 돌려주어야 한다고 했던 바 있습니다.


하지만 세상 사람들이 법에 정한 대로 모두 지킨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유치권자가 선관의무에 위반하여 유치물을 막 관리하거나, 승낙도 받지 않고 유치물을 사용, 대여하는 일도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제324조제3항에서는, 제1항이나 제2항에 위반한 행위가 있을 경우 채무자는 유치권의 소멸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학설은 이 청구권을 형성권으로 보고 있습니다. 따라서 유치권자는 자신의 유치권을 잃고 싶지 않으면, 제324조제1항과 제2항을 준수해야 할 겁니다.




여기서 한 가지 좀 더 알아볼 것이 있습니다. 제2항 단서에서 말하는 '보존' 행위는 구체적으로 어떤 것이 있을까요? 우리의 판례는 "민법 제324조에 의하면, 유치권자는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로 유치물을 점유하여야 하고, 소유자의 승낙 없이 유치물을 보존에 필요한 범위를 넘어 사용하거나 대여 또는 담보제공을 할 수 없으며, 소유자는 유치권자가 위 의무를 위반한 때에는 유치권의 소멸을 청구할 수 있다고 할 것인바, 공사대금채권에 기하여 유치권을 행사하는 자가 스스로 유치물인 주택에 거주하며 사용하는 것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유치물인 주택의 보존에 도움이 되는 행위로서 유치물의 보존에 필요한 사용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 그리고 유치권자가 유치물의 보존에 필요한 사용을 한 경우에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차임에 상당한 이득을 소유자에게 반환할 의무가 있다"라고 합니다(대법원 2009. 9. 24., 선고, 2009다40684, 판결).


즉, 공사대금을 받지 못한 유치권자가 유치물인 주택에서 직접 살면서 그 집을 사용한 경우에는, 그건 '유치물의 보존'에 해당하는 것이라고 보는 겁니다. 따라서 채무자는 "너는 내 허락도 받지 않고 내 소유물이자 유치물인 주택에서 마음대로 거주하였다. 너는 제324조제2항을 위반한 것이므로, 나는 제324조제3항의 유치권 소멸청구를 하겠다. 유치권이 소멸했으니 주택을 돌려줘라." 이렇게 주장할 수 없는 것입니다. 보존 행위에 해당하게 되면, 승낙이 없어도 되기 때문입니다.


다만, 판례의 입장에서 한 가지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왜냐하면 판례는 유치권자가 주택에 직접 거주하면서 사용하는 것은 '보존'에 필요한 사용이라고 해석하면서도, "유치권자가 유치물의 보존에 필요한 사용을 한 경우에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차임에 상당한 이득을 소유자에게 반환할 의무가 있다"라고 하여 주택을 사용한 기간에 해당하는 이득을 채무자에게 되돌려주어야 한다고 보고 있습니다(제323조에서는 과실수취권을 규정하고 있으므로, 공사대금채권의 변제에 우선 사용된다고 보면, 결국 유치권자는 원래 받아야 할 공사대금에서 일부를 까서 받게 되는 결과가 될 것입니다).


승낙 없이 쓸 수는 있는데 결국엔 주택을 사용한 값을 내놓아야 한다는 결론이어서, 얼핏 보기에는 “이럴 거면 애초에 왜 써도 된다고 하는거지”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돈을 내놓는다고 하더라도, 보존행위로 인정받는 경우에는 제3항에 따른 유치권소멸청구를 반박할 수 있기 때문에 충분히 의미는 있습니다.


오늘은 유치권자의 선관의무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조금은 논리가 복잡한 부분도 있지만, 단순하게 생각하면 결국 유치권자라고 하더라도 남의 물건을 맡아 두고 있는 사람인만큼, 신경 써서 물건을 관리하여야 한다는 의미임을 알 수 있습니다. 받아야 할 돈을 못 받았다고 해서 보복 심리로 마구 행동해서는 안 되는 것이지요. 

내일은 유치권자의 상환청구권에 대해 공부하도록 하겠습니다.



2024.1.23. 업데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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