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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법과의 만남 Feb 07. 2022

민법 제326조, "피담보채권의 소멸시효"

제326조(피담보채권의 소멸시효) 유치권의 행사는 채권의 소멸시효의 진행에 영향을 미치지 아니한다.


'피담보채권'이라는 말이 나옵니다. 얼핏 보기에는 난해한 단어입니다만, 사실 우리는 이 개념을 이미 한동안 사용해 오고 있었습니다. 피담보채권(被擔保債權)에서 '피'라는 한자는 '~당하다'의 의미로 자주 사용됩니다. 예를 들어 영어 공부를 할 때 피동태를 공부한 적이 있지 않나요? 그리고 우리는 '피성년후견인' 같은 개념도 총칙에서 공부하였던 바 있습니다. 그렇다면 단순하게 추측할 때 피담보채권이란 무언가 '담보를 당하는 채권' 정도의 의미로 예상할 수 있을 것입니다. 실제 의미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피담보채권이란, 담보에 의하여 보호를 받는 채권을 말합니다.


제326조는 유치권을 행사한다고 하더라도, 채권의 소멸시효는 진행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유치권의 소멸시효'가 아니라 '채권의 소멸시효'입니다. 주의하세요. 우리는 민법 총칙에서 채권의 소멸시효에 대하여 공부한 적이 있었습니다. 채권은 원칙적으로 10년간 행사하지 않으면 소멸시효가 완성되어 없어지게 되고(제162조), 그 밖에 단기소멸시효(3년 또는 1년)가 적용되는 채권들도 있다고 했습니다(제163조 및 제164조). 기억이 안 나시는 분들은 복습하고 오셔도 좋습니다.

제162조(채권, 재산권의 소멸시효) ①채권은 10년간 행사하지 아니하면 소멸시효가 완성한다.
②채권 및 소유권 이외의 재산권은 20년간 행사하지 아니하면 소멸시효가 완성한다.

제163조(3년의 단기소멸시효) 다음 각호의 채권은 3년간 행사하지 아니하면 소멸시효가 완성한다.
1. 이자, 부양료, 급료, 사용료 기타 1년 이내의 기간으로 정한 금전 또는 물건의 지급을 목적으로 한 채권
2. 의사, 조산사, 간호사 및 약사의 치료, 근로 및 조제에 관한 채권
3. 도급받은 자, 기사 기타 공사의 설계 또는 감독에 종사하는 자의 공사에 관한 채권
4. 변호사, 변리사, 공증인, 공인회계사 및 법무사에 대한 직무상 보관한 서류의 반환을 청구하는 채권
5. 변호사, 변리사, 공증인, 공인회계사 및 법무사의 직무에 관한 채권
6. 생산자 및 상인이 판매한 생산물 및 상품의 대가
7. 수공업자 및 제조자의 업무에 관한 채권


이렇게 말하면 와 닿지 않으니,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나부자는 철수와 도급계약을 맺고, 자기 땅에 건물을 지어 달라고 부탁하였습니다. 철수는 열심히 일하여 건물을 완성하였지만, 나부자는 약속한 공사대금 1억원을 주지 않았습니다. 이에 철수는 완성된 건물에 대하여 유치권을 행사하였습니다. 이 경우 철수가 가진 '1억원의 공사대금 채권'이 바로 '유치권에 의하여 담보를 받는' 피담보채권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철수가 가진 1억원의 채권은 민법 제163조에 따른 3년의 단기소멸시효에 걸리는 채권이라고 합시다. 그런데 철수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법은 권리 위에 잠자는 사람을 보호하지 않지. 하지만 나는 나부자의 건물을 점유해서 유치권을 행사하고 있어. 권리 위에 잠자고 있지 않단 말이야. 따라서 소멸시효는 진행하지 않을 것이고, 안심하고 있어도 되겠군."


그리고 3년이 경과합니다(3년이나 건물을 점유한 철수도, 끝내 돈을 갚지 않은 나부자도 대단합니다). 그러면 소멸시효로 철수의 채권은 소멸합니다. 피담보채권의 소멸과 함께 유치권도 소멸합니다. 피담보채권이 없으면 담보물권인 유치권이 존속할 이유가 없으니까요. 철수는 이제 건물을 나부자에게 돌려주어야 합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걸까요? 철수(채권자)가 제326조를 간과하였기 때문입니다. 제326조는 유치권을 행사한다고 해서 피담보채권의 소멸시효가 진행하는 것을 막을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즉, 우리 민법은 '유치권을 행사하는 것'과 '채권을 행사하는 것'은 다르다고 보고 있는 것입니다. 단순히 물건을 유치하고 있는 것만으로는, 채권을 행사한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지요. 


오늘은 피담보채권과 그 소멸시효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내일은 다른 담보의 제공과 유치권의 소멸에 관하여 공부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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