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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법과의 만남 Apr 26. 2022

민법 제337조, "전질의 대항요건"

제337조(전질의 대항요건) ①전조의 경우에 질권자가 채무자에게 전질의 사실을 통지하거나 채무자가 이를 승낙함이 아니면 전질로써 채무자, 보증인, 질권설정자 및 그 승계인에게 대항하지 못한다.
②채무자가 전항의 통지를 받거나 승낙을 한 때에는 전질권자의 동의없이 질권자에게 채무를 변제하여도 이로써 전질권자에게 대항하지 못한다.


우리는 어제 전질(권), 특히 책임전질에 대해서 처음 공부하였습니다. 오늘 공부하는 제337조는 전질의 ‘대항요건’입니다. 지금까지 우리가 ‘대항’이라는 표현을 민법에서 제법 사용해 왔기 때문에, 이제는 꽤 익숙한 용어이실 겁니다. 


당사자 간에 이미 법률관계가 성립했다고 하더라도, 그 법률관계를 당사자 외의 다른 사람에게 ‘주장’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입니다. ‘대항요건’이란, 바로 이런 경우에 다른 사람(제3자)에게 주장할 수 있는 요건을 말합니다. 대항요건을 구비했다는 말은 제3자에게도 주장할 수 있는 힘이 생겼다는 말과 얼추 비슷한 의미한 거죠. 


자세히 살펴보면, 제337조에서의 ‘대항한다’라는 말의 의미는, 전질권의 효력을 (채무자 등 제337조제1항에서 정한 사람들에게) 주장할 수 있다는 의미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제337조제1항은 전조의 경우(제336조)에, 질권자가 채무자에게 전질의 사실을 통지하거나 채무자가 이를 승낙하지 아니하면, 채무자·보증인·질권설정자 및 그 승계인에게 대항할 수 없다고 합니다. 전질을 할 때 질권자가 뭔가를 빼먹으면 불이익을 받을 수도 있다는 얘기인 거 같은데, 무슨 의미인지는 좀 애매합니다. 예를 들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어제와 유사한 사례입니다. 철수는 나부자와 질권 설정계약을 맺고 자기 소유의 시계에 질권을 걸었습니다. 철수는 100만원을 빌려 채무자이자 질권설정자가 되었고, 나부자는 채권자이자 질권자가 된 것입니다. 그리고 나부자는 이 시계를 (다시) 전질하여 김이웃으로부터 80만원을 빌렸습니다. 


나부자는 철수에 대한 채권자이자, 김이웃에 대한 채무자이며, (원)질권자이자, 전질권 설정자가 됩니다. 반면 김이웃은 나부자에 대한 채권자이며, 전질권자가 되는 것입니다. 얼핏 관계가 다소 복잡해 보이는데 자주 써먹는 사례이므로 쉽게 이해하실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런데, 질권자인 나부자는 철수의 시계를 전질하면서 그 사실을 시계의 소유자이자 채무자인 철수에게 말도 안 해주고(통지하지 않고), 철수의 동의를 얻지도(승낙을 받지도) 않고 그냥 전질을 해버렸습니다. 그러니까 지금 철수는 자기 시계가 김이웃이라는 생판 모르는 사람에게 이전된 줄도 모르고 있는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김이웃(전질권자)의 권리는 오직 (계약을 맺은 당사자인) 나부자와의 관계에서만 인정되는 것이므로, 김이웃은 (채무자인) 철수에게는 전질의 성립을 주장할 수가 없습니다. 즉, 나부자에게서 김이웃에게 이루어진 전질은 대항요건을 갖추지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 사례에서는 채무자와 질권 설정자가 '철수' 1명으로 같기 때문에 따로 구별할 필요는 없습니다. 보증인의 개념에 대해서는, 사실 엄밀하게는 인적담보나 물적담보의 개념을 공부하여야 하지만 여기서는 그냥 철수(채무자)의 빚을 보증해 주는 사람 정도로 이해하고 넘어가겠습니다. 승계인에 대해서는 민법 총칙 편에서도 공부한 바가 있기 때문에 별도로 설명드리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예를 들어, 철수(채무자)가 마음대로 김이웃(전질권자)을 신경 쓰지 않고 나부자(원질권자)에게 진 빚 100만원을 갚아 버렸다고 합시다. 


철수는 (생판 모르는 남인 김이웃의 사정은 알 바 아니고) 자기가 갚아야 할 빚을 갚았기 때문에, 당연히 나부자에게 자기 시계를 돌려달라고 요구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나부자는 시계를 안 갖고 있고 김이웃이 갖고 있기 때문에, 김이웃은 철수에게 시계를 돌려주어야 할 겁니다. 대항요건을 갖추지 않고 있기 때문에, 김이웃은 “나도 전질권자다. 억울하다.”라고 주장할 수 없게 됩니다. 

          



이번에는 위의 사례에서, 전질을 했던 나부자(질권자, 전질권 설정자)가 철수(채무자)에게 그 사실을 통지하였다고 해봅시다. 아니면, 철수에게 동의를 받았다고 합시다. 어느 쪽이건 괜찮습니다. 이런 경우 전질은 대항요건을 갖추게 됩니다. 


제337조제2항에서는 채무자인 철수가 전질을 하는 것에 대해 통지를 받았거나 승낙하였던 경우에는 좀 더 무거운 책임을 지도록 하고 있습니다. 전질을 했는지도 모르고 있었던 것과는 차이가 있다고 보는 거지요. 


이번에는 이와 같은 ‘통지’ 또는 ‘승낙’이 있었다는 전제 하에, 철수(채무자)가 마음대로 김이웃(전질권자)을 신경 쓰지 않고 나부자(원질권자)에게 진 빚 100만원을 갚아 버렸다고 합시다. 이 경우에는 “전질권자에게 대항하지 못한다”라고 규정한 제337조제2항에 따라, 철수는 ‘자신이 채무를 변제했음’을 전질권자(김이웃)에게 주장할 수 없게 됩니다. 따라서, 김이웃은 철수에게 시계를 돌려주지 않고 버틸 수 있습니다.

*다만, 대항요건의 유무는 어디까지나 대항할 수 있는지에 영향을 미치는 것뿐입니다. 무슨 말이냐면, 통지나 승낙이 있었던 경우 철수의 변제는 김이웃(전질권자)에 대해서는 대항할 수 없지만, 나부자에게는 효력이 있다는 겁니다. 그게 아니면 철수는 그냥 나부자에게 돈을 기부한 셈이 되는데 그건 너무한 해석이지요. 따라서 이 경우에는 원질권만 소멸하고, 전질권은 여전히 존속하는 것으로 해석하면 됩니다(이태종, 2019).


오늘은 전질에서의 대항요건의 의미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다소 난해하게 느껴질 수 있는 부분이지만, 복잡한 내용을 모두 꼼꼼히 분석하기보다 대략적인 의미를 이해하고 넘어가시면 부담이 덜할 것입니다. 

내일은 질권에서의 경매와 간이변제충당에 대해 공부하도록 하겠습니다. 


*참고문헌

김용덕 편집대표, 「주석민법 물권3(제5판)」, 한국사법행정학회, 2019, 612면(이태종).




2024.1.25. 업데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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