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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법과의 만남 Aug 23. 2022

민법 제352조, "질권설정자의 권리처분제한"

제352조(질권설정자의 권리처분제한) 질권설정자는 질권자의 동의없이 질권의 목적된 권리를 소멸하게 하거나 질권자의 이익을 해하는 변경을 할 수 없다.


사례를 들어 생각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여기 철수가 있습니다. 늘 그래 왔듯이 돈이 없고요, 그래서 어떻게 방법이 없을까 생각하다가 자신이 예전에 옆집의 영희에게 100만원을 빌려주었던 것을 기억해 냅니다(소멸시효 문제는 없다고 하겠습니다). 철수는 영희에 대한 100만원의 채권자인 것입니다. 


철수는 이 채권에 질권을 설정하여, 나부자로부터 돈을 빌릴 생각을 합니다. 그렇다면 철수는 질권 설정자가 되고, 나부자는 질권자가 됩니다. 제352조에 따르면, 철수(질권 설정자)는 나부자(질권자)의 동의 없이 질권의 목적된 권리(영희에 대한 채권)를 소멸시키거나, 나부자의 이익을 해치는 변경을 할 수 없습니다.


예를 들어, 철수가 영희로부터 100만원을 변제받아 버렸다고 해봅시다. “내가 빌려준 돈을 내가 받겠다는데 뭐가 문제야?” 라고 철수는 생각할 수 있는데, 이게 그렇게 쉬운 문제는 아닙니다. 


왜냐하면 철수와 영희 사이의 채권은 변제로 소멸하게 되고, 질권의 목적이 없어져 버리기 때문에 나부자(질권자)는 갑자기 자신의 담보를 잃어버리게 되기 때문입니다. 즉, 철수의 행위가 나부자(질권자)에게 피해를 입힌 것이지요.


그래서 제352조에서는 질권자를 예측하지 못한 불이익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하여, 질권 설정자가 질권자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규정합니다. 

만약 그러한 동의가 없이 변제가 이루어져 버린 경우라면 어떻게 될까요? 그 행위는 무효가 되는데요, 주의할 것이 그냥 무조건 효력 없다는 뜻의 절대적인 무효는 아니고요, 질권자와의 관계에서 (상대적으로) 무효가 된다는 뜻입니다. 


즉, 영희는 나부자의 동의 여부와는 상관없이 일단 유효하게 채권을 변제한 것이 됩니다. 그러나 그것은 영희와 철수 사이의 문제일 뿐, 나부자는 그런 것까지 알 바 아니기 때문에 나부자는 여전히 영희에게 채권을 청구해 버릴 수 있습니다. 영희 입장에서는 괜히 골치 아파지기 싫으면 그냥 철수에게 함부로 변제하지 않는 것이 나을 겁니다.

대법원도 “민법 제352조가 질권설정자는 질권자의 동의 없이 질권의 목적된 권리를 소멸하게 하거나 질권자의 이익을 해하는 변경을 할 수 없다고 규정한 것은 질권자가 질권의 목적인 채권의 교환가치에 대하여 가지는 배타적 지배권능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므로, 질권설정자와 제3채무자가 질권의 목적된 권리를 소멸하게 하는 행위를 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는 질권자에 대한 관계에 있어 무효일 뿐이어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질권자 아닌 제3자가 그 무효의 주장을 할 수는 없다.”라고 하여 같은 입장입니다(대법원 1997. 11. 11. 선고 97다35375 판결).


참고로, 제352조에서는 제3채무자(위 사례에서의 영희)에 대해 언급하고 있지는 않지만, 학설은 제3채무자도 제349조의 대항요건이 갖추어진 뒤에는 질권자의 이익을 해치지 않도록 제한을 받는다고 해석합니다(박동진, 2022). 따라서 영희도 마음대로 철수에게 돈을 갚을 수 없는데요, 만약 멋대로 갚아 버린다면 이는 나부자(질권자)에 대해서는 상대적 무효가 됩니다(이태종, 2019). 여전히 나부자는 영희에게 돈을 내놓으라고 청구할 수 있는거죠(제353조).    




위의 사례에서는 변제 수령(철수가 자신이 빌려준 돈을 받는 것)을 예로 들었지만, 다른 예들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철수가 영희를 불쌍하게 여겨서 빚을 탕감해 준다든가(면제), 아니면 원래 영희에게 갚아야 할 돈이 따로 있어서 그 액수만큼을 까주기로(?) 한다든가(상계), 갚을 기일을 더 늦춰준다든가(변제기의 연장), 원래 받기로 했던 이자를 안 받기로 하는 등의 행위들도 모두 질권자의 이익을 해칠 수 있는 것으로서 제한되는 행위라고 하겠습니다.

오늘은 질권설정자의 권리처분제한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내일은 질권의 목적이 된 채권을 어떻게 회수할 수 있는지, 구체적인 방법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참고문헌

김용덕 편집대표, 「주석민법 물권3(제5판)」, 한국사법행정학회, 2019, 710-711면(이태종).

박동진, 「물권법강의(제2판)」, 법문사, 2022, 438면.



2024.2.1. 업데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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