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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법과의 만남 Sep 01. 2022

민법 제353조, "질권의 목적이 된 채권의 실행방법"

제353조(질권의 목적이 된 채권의 실행방법) ①질권자는 질권의 목적이 된 채권을 직접 청구할 수 있다.
②채권의 목적물이 금전인 때에는 질권자는 자기채권의 한도에서 직접 청구할 수 있다.
③전항의 채권의 변제기가 질권자의 채권의 변제기보다 먼저 도래한 때에는 질권자는 제삼채무자에 대하여 그 변제금액의 공탁을 청구할 수 있다. 이 경우에 질권은 그 공탁금에 존재한다.
④채권의 목적물이 금전 이외의 물건인 때에는 질권자는 그 변제를 받은 물건에 대하여 질권을 행사할 수 있다.


모처럼 꽤 긴 조문이 나왔습니다. 제1항부터 차근차근 읽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제1항은, 질권자가 질권의 목적이 된 채권을 직접 청구할 수 있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 철수가 자신이 가진 (영희에 대한) 채권을 담보로 해서(입질해서) 나부자에게 돈을 빌렸다면, 철수는 질권설정자가 되고 나부자는 질권자가 되겠지요. 이런 상태에서 철수가 돈을 갚지 않는다면, 질권자(나부자)는 직접 제3채무자(영희)에게 "야, 철수가 돈을 갚지 않으니 네가 돈을 좀 줘야겠다."라고 청구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만약 영희가 말을 듣지 않으면 이행청구소송을 제기해 버리면 됩니다.


물론, 여기서 나부자는 자신이 빌려준 돈만 받으면 되는 것이니까 그 한도를 넘어서 영희에게 내놓으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예를 들어 영희가 철수에게 진 빚은 100만원이고, 나부자가 받아야 할 돈(철수에게 빌려준 돈)은 80만원이라면, 나부자는 영희에게 '직접 청구'를 하더라도 80만원을 청구해야지 100만원을 청구할 수는 없는 겁니다. 이것이 바로 제2항의 내용입니다.

*물론, 제2항은 질권의 목적인 채권(입질채권)이 금전채권인 경우에 적용된다고 적혀 있습니다. 금전채권이 아닌 채권인 경우는 제4항에서 다룹니다.


다만, 여기서 제1항과 제2항의 중요한 요건이 2개의 채권(철수-나부자 간 채권, 철수-영희 간 채권)의 변제기가 모두 도래한 상태여야 한다는 입니다. 문제가 되는 것은 서로 다른 두 채권의 변제기가 다른 경우인데요이런 경우를 우리 민법은 제3항에서 다루고 있습니다. 이제 제3항으로 넘어가 봅시다.




제3항은, 채권의 변제기가 질권자의 채권 변제기보다 '먼저' 도래한 경우 질권자가 제3채무자에 대하여 변제금액의 공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합니다.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으니 위의 사례를 응용해 보겠습니다. 철수가 영희에게 돈을 빌려주면서 변제기를 2021년 1월 27일로 했다고 합시다. 그런데 철수는 나부자에게 돈을 빌릴 때, 2021년 1월 31일까지 돈을 갚겠다고 약속하였습니다.


이런 경우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생각해 봅시다. 1월 27일이 되면 영희는 철수에게 100만원의 빚을 갚을 것이므로, 철수에게는 100만원이 생길 겁니다. 그런데, 나부자가 보니까 뭔가 좀 수상합니다. 철수는 매일 술을 퍼먹고 다니면서 도박을 즐깁니다. 약속했던 1월 31일까지 기다렸다가는, 저 100만원이 모두 날아가 버릴 판입니다. 그래서 나부자는 1월 26일에 영희를 찾아가, "내가 질권자다. 내가 철수에게 80만원 받을 돈이 있으니, 내일 20만원만 철수에게 갚고 나머지 80만원은 내게 지급해 달라."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그러나 영희는 이렇게 대답하지요. "죄송하지만 당신은 철수에게 돈을 빌려 주면서 1월 31일에 돈을 받기로 했는데, 제가 왜 내일(27일)에 당신에게 미리 돈을 주어야 하죠? 철수는 31일까지 돈을 갚으면 되잖아아요. 철수에게도 기한의 이익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걸 제가 마음대로 박탈할 수는 없지요." 나부자는 말문이 막힙니다.


그러고 다음날이 되자 영희는 철수에게 100만원을 건넸습니다. 나부자는 돈이 생겼으니 이제 80만원을 갚으라고 해보지만, 철수는 "1월 31일에 주기로 했는데 무슨 소리냐. 내게는 기한의 이익이 있다. 31일에 정확히 줄 거다." 이렇게 버팁니다.


나부자 입장에서는 당연히 불안하지요. 무슨 뜻이냐 하면, 영희의 변제에 의하여 입질채권은 소멸하고, 이는 자신의 채권을 담보해 주는 질권이 27일에 소멸해 버린다는 의미입니다. 그렇다면 자신의 채권이 무담보 채권이 되어 버리는 것입니다. 나부자 입장에서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요? 바로 이런 경우에 제3항이 적용될 수 있습니다.


조금 딱딱한 표현으로 제3항의 의미를 생각해 보자면, 사례에서와 같이 입질채권의 변제기가 피담보채권의 변제기보다 먼저 도래하는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질권자가 제3채무자에게 직접 청구를 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우리 민법에서는 제353조제3항을 두어서 질권자가 입을 수 있는 피해를 줄이려고 한 것입니다.

*여기서 '입질채권'이란 질권의 목적이 되는 채권으로, 사례에서는 철수-영희 사이의 채권을 말합니다. '피담보채권'이란 담보를 받는 채권이라는 뜻이므로, 사례에서는 철수-나부자 사이의 채권을 말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공탁'이라는 단어가 나옵니다. 우리는 이 단어를 공부한 적이 있었습니다. 바로 민법 제340조에서입니다. 동산질권 파트였죠. 그때 공부하기를, 공탁이란 객관적으로 돈을 떼먹지 않고(?) 관리해 줄 제3의 기관인 공탁소에 돈이나 물건, 유가증권 등을 맡기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제340조(질물 이외의 재산으로부터의 변제) ①질권자는 질물에 의하여 변제를 받지 못한 부분의 채권에 한하여 채무자의 다른 재산으로부터 변제를 받을 수 있다.
②전항의 규정은 질물보다 먼저 다른 재산에 관한 배당을 실시하는 경우에는 적용하지 아니한다. 그러나 다른 채권자는 질권자에게 그 배당금액의 공탁을 청구할 수 있다.


다시 사례를 볼까요? 영희를 찾아갔지만 말문이 막혔던 나부자는, 민법 제353조제3항을 떠올립니다. "민법 제353조제3항에서는 제 채권(질권자의 채권) 변제기보다 입질채권의 변제기가 먼저 도래한 경우에 질권자인 제가 제3채무자인 당신에게 변제금액의 공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법률의 규정을 믿고 돈을 공탁소에 맡기십시오. 이건 법에 규정된 것입니다." 이렇게 말합니다.

*여기서 영희가 공탁소에 맡겨야 할 돈이 '80만원'인지, 아니면 '100만원'인지가 논란이 좀 있습니다. 학설의 논란이 있는데, 채무 전액(100만원)을 공탁하여야 한다는 입장, 피담보채권의 한도액(80만원)을 공탁하면 된다는 입장이 있는 듯합니다. 굳이 지금 모두 다룰 필요는 없는 내용이므로, 자세한 사항은 참고문헌을 참조하여 주시면 되겠습니다(김영주, 2018).


영희도 다시 민법을 보니 제3항에 그런 규정이 있습니다. 그래서 27일에 돈을 공탁소에 맡깁니다. 그러면 영희는 자신이 해야 할 일을 다한 것이고, 나부자 입장에서는 원래는 (제353조제3항이 없었다면) 27일에 소멸하였어야 할 자신의 질권이 '공탁금에 여전히 존재한다'고 주장할 수 있게 되므로(제3항 후단), 여전히 자신의 채권을 든든하게 담보로 지킬 수 있게 됩니다. 이것이 바로 제3항 후단의 "이 경우에 질권은 그 공탁금에 존재한다."라는 문장의 의미입니다. 공탁소에 있는 돈이므로 철수는 마음대로 돈을 펑펑 쓸 수 없고, 31일이 되어서 철수가 돈을 안 갚는다고 하더라도 나부자는 공탁소에서 80만원을 찾아가면 되는 겁니다. 나부자 입장에서는 매우 안심이겠지요.

*다만, 입질채권의 변제기가 먼저 도래하였는데도 질권자(나부자)가 공탁을 요구해 오지 않는 기묘한 케이스가 발생할 수 있는데, 이런 경우에는 제3채무자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 있어 법률의 정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내용이 복잡하니 자세한 내용은 아래 참고문헌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김용덕, 2019; 김영주, 2018;494-495면).




이제 제4항을 보겠습니다. 제4항은 "채권의 목적물이 금전 이외의 물건인 경우"를 다루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위의 사례에서, 철수가 영희에게 100만원을 빌려 준 것이 아니라 다이아 목걸이를 빌려 준 것이라면 어떨까요? 이것도 채권의 일종입니다. 철수는 '다이아 목걸이를 영희로부터 돌려받을 수 있는 채권'을 갖고 있는 거니까요. 철수가 자신이 가진 다이아 목걸이 자체를 담보(입질)하여 나부자에게 돈을 빌린 것(동산질권)이 아니니, 헷갈리지 않도록 주의하셔야 합니다. '다이아몬드 목걸이'가 아니라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받을 수 있는 채권'에 질권을 설정한 것입니다.


여기서 이런 궁금증이 생깁니다. "제353조제1항을 보면, 질권자는 질권의 목적이 된 채권을 직접 청구할 수 있다고 정해 뒀는데요, 그러면 그냥 나부자는 제1항에 따라서 [채권]을 [영희]에게 [직접 청구]하면 되지 않나요? 그럼 충분할 것 같은데, 굳이 제4항까지 만들 필요가 있나요?"


그렇습니다. 사실 제1항만 있어도 나부자는 영희에게, "철수는 내게 돈을 빌렸고 당신으로부터 다이아 목걸이를 받을 수 있는 채권에 질권을 설정했습니다. 이제 철수가 기일이 되었는데도 돈을 갚지 않으니, 당신이 소지하고 있는 다이아 목걸이는 제게 주셔야겠습니다." 이렇게 얘기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다이아 목걸이를 영희로부터 받는 것까지는 쉽게 가능합니다.


문제는 지금부터입니다. 만약 이렇게 되어 버리면 '논리적인'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요. 나부자는 어차피 다이아 목걸이가 필요한 게 아니고, 다이아 목걸이를 경매에 넘기든지 해서 환가하고, 자신이 빌려준 '80만원'의 현금을 돌려받는 것이 목적입니다(민법 제338조 참조). 

제338조(경매, 간이변제충당) ①질권자는 채권의 변제를 받기 위하여 질물을 경매할 수 있다.
②정당한 이유있는 때에는 질권자는 감정자의 평가에 의하여 질물로 직접 변제에 충당할 것을 법원에 청구할 수 있다. 이 경우에는 질권자는 미리 채무자 및 질권설정자에게 통지하여야 한다.  


그런데 문제는 나부자가 영희로부터 다이아 목걸이를 수령하는 순간, 나부자가 가진 채권에 대한 유효한 변제가 있었던 것으로 되고(나중에 채권편에서는 이에 대하여, 나부자를 [변제수령권자]라고 설명합니다), 변제가 있었으므로 피담보채권(나부자-철수)은 소멸하게 되며, 피담보채권이 소멸하면 당연히 질권도 소멸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즉, 쉽게 말하면 나부자는 다이아 목걸이를 손에 넣었지만 더 이상 질권자가 아니게 되며, 질권자가 아니기 때문에 제338조에 따른 경매도 할 수 없다는 겁니다. 논리적으로 말이 안 되는 거죠. 그래서 제353조제4항에서는, 질권자가 제3채무자로부터 목적물을 인도받은 경우에는 인도를 받음과 '동시에' 그 물건에 대해서 질권을 취득하게 하고 있습니다(김용덕, 2019; 725-726면). 따라서 나부자는 이제 다이아 목걸이의 동산질권을 취득한 것과 다름없는 효과를 누릴 수 있고, 제338조에 따라 얌전히 경매나 간이변제충당을 할 수 있게 됩니다. 이것이 바로 제353조제4항이 존재하는 이유입니다.




오늘 긴 내용을 공부하느라 고생하셨습니다. 내일은 민사집행법에 따른 질권의 실행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참고문헌

김영주, <채권질권의 실행>, 한국비교사법학회, 비교사법25(2), 2018.5., 494면.

김용덕, 주석민법[물권(3)], 한국사법행정학회, 제5판, 2019, 724-7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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