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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법과의 만남 Sep 13. 2022

민법 제354조, "동전"

제354조(동전) 질권자는 전조의 규정에 의하는 외에 민사집행법에 정한 집행방법에 의하여 질권을 실행할 수 있다.


조의 제목이 좀 특이합니다. '동전'인데요, 여기서의 '동전'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화폐(coin)로서의 동전(銅錢)이 아니라, 동전(同前), 즉 "앞과 같음"이라는 뜻입니다. 사실 '동전'이라는 말은 별로 잘 안 쓰는 단어여서, 정부에서 제출한 민법 일부개정법률안에서는 이를 "「민사집행법」에 따른 질권의 실행"으로 바꾸기도 했습니다(정부, 2019). 


우리는 어제 제353조에서 채권질권의 실행방법으로 질권자가 제3채무자에게 '직접 청구'하는 방식에 대해 공부하였습니다. 질권의 목적이 되는 채권이 금전채권인지, 금전채권이 아닌지에 따라 나누어 설명을 했었지요. 그런데 우리가 공부하는 제2절은 [권리질권]에 관한 챕터이고, 권리질권의 대표적인 것이 채권질권이기는 하지만 채권 외에도 질권의 목적이 되는 권리가 없는 건 아니에요(예를 들어 지식재산권). 이처럼 채권이 아닌 권리가 질권의 목적인 경우에는 제353조에서 규정하는 '직접 청구'의 방식이 오히려 불편할 수도 있습니다.


또 채권이라고 할지라도 주식 같은 것은 직접 청구하기가 어려운 측면이 있습니다. 그래서 제354조에서는 직접 청구의 방식 외에 '민사집행법에 따른 방식'으로도 권리질권을 실행할 수 있다고 귀띔해 주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민사집행법에 따른 질권의 실행이란 어떤 것일까요? 우리가 민사집행법을 따로 공부하지는 않았지만, 간략하게나마 맛만 보도록 하겠습니다. 민사집행법은 강제집행이나 임의경매, 보전처분 등을 규정한 법률입니다(민사집행법 제1조).

민사집행법

제1조(목적) 이 법은 강제집행, 담보권 실행을 위한 경매, 민법ㆍ상법, 그 밖의 법률의 규정에 의한 경매(이하 “민사집행”이라 한다) 및 보전처분의 절차를 규정함을 목적으로 한다.


누군가 내 돈을 빌려가고 갚지 않을 때, 우리는 채무자로부터 돈을 받아내고 싶지만 마음대로 문을 따고 들어가서 돈을 들고 나올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그러면 큰일 나지요. 그래서 우리의 법제도는 채권자가 '국가의 강제력'을 빌려서, 사법(私法) 상의 청구권을 실현시키도록 하고 있는데요, 예를 들어 우리가 드라마 같은 것에서 보면 돈을 못 갚을 경우 집안 곳곳에 빨간 딱지를 붙이던 장면을 떠올려 볼 수 있습니다. 담당자 같은 사람이 "이 딱지 떼면 처벌받습니다!"하면서 엄포를 놓기도 하죠. 바로 그런 것들이 민사집행의 일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민사집행법에서는 채권에 대한 강제집행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채권의 강제집행이란 이런 겁니다. 예를 들어 철수가 영희에게 100만원을 빌려준 채권자라고 합시다. 영희는 한편으로 이웃집의 김거지에게 80만원을 빌려준 적이 있었습니다(소멸시효나 지명채권 질권의 대항요건 같은 문제는 없다고 생각합시다). 이런 경우 철수 입장에서 김거지는 제3채무자가 될 것입니다. 철수(채권자, 질권자)-영희(채무자, 질권설정자)-김거지(제3채무자)가 되는 겁니다.


만약 영희가 철수에게 돈을 갚지 않으면, 철수는 영희의 재산(김거지에 대한 영희의 채권)에 눈독을 들일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경우 철수에게 민사집행법은 영희의 채권으로부터 자기 채권을 만족시킬 수 있는 3가지 방법을 알려줍니다. 바로 ①추심, ②전부, ③환가의 3가지입니다. 간략히 알아보겠습니다.


먼저 '추심(추심명령)'이란, 금전채권에 대해서만 가능한 것인데, 채권자(철수)가 채무자(영희)가 가진 제3채무자(김거지)에 대한 채권을 압류한 후 대위절차 없이 채권을 추심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민사집행법 제229조제1항 및 제2항). '추심'이라는 단어는 가끔 볼 수 있는데요, 길거리에 '채권추심, 못 받은 돈 받아 드립니다' 같은 찌라시를 한 두 번은 보신 적이 있을 것입니다. 한자로는 '추심(推尋)'으로, 찾아내서 받아낸다는 의미입니다. 여기서도 그런 의미로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대위절차 같은 난해한 표현은 여기서는 그냥 생략하고 지나갈게요). 쉽게 생각하면 법원에서 채권자(철수)에게 김거지로부터 돈을 뜯어낼(?) 수 있는 권리(추심권)를 부여하는 것입니다.

민사집행법

제229조(금전채권의 현금화방법) ①압류한 금전채권에 대하여 압류채권자는 추심명령(推尋命令)이나 전부명령(轉付命令)을 신청할 수 있다.
②추심명령이 있는 때에는 압류채권자는 대위절차(代位節次) 없이 압류채권을 추심할 수 있다.


다음으로 '전부(전부명령)'이란, 역시 금전채권에 대해서만 가능한 것인데, 채권자가 압류한 금전채권을 아예 양도받는 것입니다. 여기서 '전부(轉付)'는 '바뀔 전'에 '부칠, 맡길 부'의 한자입니다. 역시 일상생활에서는 잘 안 쓰는 단어여서 생소하긴 합니다.


앞에 나온 추심은 채무자의 채권 자체를 가져오는 것은 아니고 단지 그 채권으로부터 돈을 받아낼 권리만 있는 반면, 전부명령에서는 채무자(영희)의 채권 자체가 채권자(철수)에게 이전됩니다. 전부명령으로 신청할지, 추심명령으로 신청할지는 채권자의 자유입니다만 각각은 장단점이 있습니다. 여기서는 집행법 공부를 하는 것은 아니므로, 상세한 내용은 인터넷을 검색해 보시기를 추천드립니다.

민사집행법
제229조(금전채권의 현금화방법)
③전부명령이 있는 때에는 압류된 채권은 지급에 갈음하여 압류채권자에게 이전된다.


마지막으로 '환가'는 돈으로 바꾼다는 뜻인데, 민사집행법 제210조에서는 유가증권의 현금화 방법을, 제214조에서는 압류된 채권이 조건이나 기한이 있는 등 추심이 어려운 경우에 특별히 현금화하는 방법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민사집행법 교과서를 참조하시길 바랍니다.

민사집행법

제210조(유가증권의 현금화) 집행관이 유가증권을 압류한 때에는 시장가격이 있는 것은 매각하는 날의 시장가격에 따라 적당한 방법으로 매각하고 그 시장가격이 형성되지 아니한 것은 일반 현금화의 규정에 따라 매각하여야 한다.

제241조(특별한 현금화방법) ①압류된 채권이 조건 또는 기한이 있거나, 반대의무의 이행과 관련되어 있거나 그 밖의 이유로 추심하기 곤란할 때에는 법원은 채권자의 신청에 따라 다음 각호의 명령을 할 수 있다.
1. 채권을 법원이 정한 값으로 지급함에 갈음하여 압류채권자에게 양도하는 양도명령
2. 추심에 갈음하여 법원이 정한 방법으로 그 채권을 매각하도록 집행관에게 명하는 매각명령
3. 관리인을 선임하여 그 채권의 관리를 명하는 관리명령
4. 그 밖에 적당한 방법으로 현금화하도록 하는 명령


어쨌든 제354조는 민사집행법에 정한 위의 규정들을 이용해서 질권자가 권리질권을 실행할 수 있다고 하고 있습니다. 또, 민사집행법 제273조는 채권을 목적으로 하는 담보권의 실행은 담보권의 존재를 증명하는 서류(예를 들어 철수와 영희 간의 질권설정계약서)를 제출하면 개시된다고 하고 있으므로, 철수 입장에서는 별도로 소송을 벌이지 않아도 집행이 가능해서 편리한 측면이 있습니다. 이를 다른 용어로는 집행권원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고 표현하는데, 이 부분은 민사집행법을 따로 공부해야 하는 파트이므로 여기서는 넘어가도록 하겠습니다.

민사집행법

제273조(채권과 그 밖의 재산권에 대한 담보권의 실행) ①채권, 그 밖의 재산권을 목적으로 하는 담보권의 실행은 담보권의 존재를 증명하는 서류(권리의 이전에 관하여 등기나 등록을 필요로 하는 경우에는 그 등기사항증명서 또는 등록원부의 등본)가 제출된 때에 개시한다.


오늘은 권리질권의 실행, 그중에서도 민사집행법에 따른 실행 방법을 알아보았습니다. 내일은 준용규정에 대해 공부하도록 하겠습니다.


*참고문헌

민법 일부개정법률안(정부제출), 의안번호 2021928, 201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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