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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법과의 만남 Oct 11. 2022

민법 제357조, "근저당"

제357조(근저당) ①저당권은 그 담보할 채무의 최고액만을 정하고 채무의 확정을 장래에 보류하여 이를 설정할 수 있다. 이 경우에는 그 확정될 때까지의 채무의 소멸 또는 이전은 저당권에 영향을 미치지 아니한다.
②전항의 경우에는 채무의 이자는 최고액 중에 산입한 것으로 본다.


오늘 공부할 내용은 근저당입니다. 사실 현실에서 직접 눈으로 볼 수 있는 사례는 오히려 저당권 자체보다 근저당이 훨씬 많습니다. 그만큼 중요하기도 한데요, 근저당이란 도대체 무엇인지 차근차근 알아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일반적으로 저당권이라고 하면, 부동산 같은 것으로 피담보채권을 담보하는 것을 뜻하지요. 예를 들어 철수가 1억원을 나부자에게 빌리면서, 자신의 주택에 저당권을 설정하는 식입니다. 그런데 돈을 빌린다는 것이 상황에 따라서는 이래저래 복잡한 경우가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철수가 1억원을 빌리고 보니 2천만원 정도가 더 필요해서, 나부자에게 2천만원을 더 빌릴 수도 있는 겁니다. 나부자 입장에서는 철수가 저당을 잡힌 주택의 가치가 넉넉하다면, 그 주택을 담보로 계속 잡는 조건으로 2천만원쯤 더 못 빌려줄 것도 아니지요.


문제는, 저당권의 경우에는 이럴 때 1억원의 피담보채권으로 설정한 저당권을 취소하고, 새로 저당권을 1억 2천만원으로 설정하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많이 귀찮지요. 또, 철수가 찔끔찔끔 100만원, 500만원씩 더 빌리는 경우도 있을 것입니다. 


이와 같이 계속적인 거래관계에서는 '지금 당장 확정하기 힘든' 애매한 채권이 여러 번 발생할 수 있고, 그럴 때마다 저당권 설정계약을 새로 맺는 것은 너무나 불편합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일정한 기간 동안 돈을 여러 차례 빌리거나 할 수 있도록 하고, 나중에 한꺼번에 계산에서 확정하는 방법을 생각하게 된 것입니다.


예를 들어 철수의 경우, 만약 자기가 얼마를 빌릴지 스스로도 자신이 없다면(?) 나부자에게 "2021년 12월 12일까지 최대 1억 5천만원까지 빌릴 수 있도록 해주세요. 대신 제 주택을 담보로 제공하겠습니다."라고 제안할 수 있는 것입니다. 나부자 입장에서도, 주택을 나중에 경매로 넘겨서 1억 5천만원 정도를 회수하는데 문제가 없다면 딱히 나쁘지 않은 조건이 될 것입니다. 이처럼 당사자 사이의 계속적인 거래관계로부터 발생하는 불특정채권을 어느 시기에 계산하여, 그때까지 확정된 채무를 일정한 한도액의 범위 안에서 담보하는 저당권을 '근저당'이라고 합니다.


근저당은 이처럼 현실적인 필요에 의해서 자연스럽게 생겨난 것이기 때문에, 처음에는 법률에 근거가 없었음에도 그냥 관행적으로 사용되어 왔었습니다. 그러던 것이, 현행 민법이 제정되면서 제357조에 정식으로 근저당 제도가 들어오게 되었고, 사람들도 이제는 순수한 저당권보다 근저당을 훨씬 많이 사용하게 된 것입니다.


이제 제357조제1항을 보겠습니다. 제1항에서는 그 담보할 채무의 최고액만을 정하고 채무의 확정을 장래에 보류하여 이를 설정할 수 있다고 하여 근저당을 설명하고 있고, 이 경우에는 그 확정될 때까지의 채무의 소멸 또는 이전은 저당권에 영향을 미치지 아니한다고 합니다. 제1항은 우리가 앞에서 살펴본 근저당권의 특징을 잘 나타내고 있습니다. 특정된 액수로 저당권을 설정하지 않고, 채무의 확정을 '장래에 보류'하며, 확정될 때까지는 채무가 생기거나 없어지더라도 근저당권 자체는 유효하게 존속하는(제1항 후단) 것입니다.


학자들은 저당권의 특징 중 하나로 '부종성'(附從性)을 꼽습니다. 한자를 직역하면 '옆에 붙는 성질' 정도인데, 저당권은 채권의 담보를 목적으로 하는 것으로서 채권이 존재하여야만 존재할 수 있는 것이며, 채권이 모종의 사유로 소멸하면 저당권도 함께 소멸한다는 것입니다. 이는 뒤에 공부할 제369조에서 설명되어 있습니다.

제369조(부종성) 저당권으로 담보한 채권이 시효의 완성 기타 사유로 인하여 소멸한 때에는 저당권도 소멸한다.


근저당권의 경우, 학자들은 이러한 '부종성'이 저당권에 비하여 완화되었다고 평가합니다. 왜냐하면, 특정한 기간 동안의 채무의 성립과 소멸에도 불구하고 근저당권은 살아남기 때문입니다. 만약 저당권이었다면, 피담보채권이 소멸하면 당연히 저당권도 함께 소멸했겠지요. 하지만 근저당권의 경우 채무가 더 생기거나 소멸하더라도 사라지지 않습니다. 엄격한 부종성을 지닌 저당권과는 비교되는 특징입니다.




근저당권이 성립하는 과정 자체는 사실 저당권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당사자 간에 계약을 맺고 '근저당권설정계약'을 하며, 이를 등기하면 됩니다. 다만, 근저당권의 경우에는 일반적인 저당권과는 달리 '채권최고액'을 반드시 정해서 등기도 해야 합니다. 채권최고액은 담보할 채권이 최대 얼마까지 인지를 뜻하는 것(근저당권에 따라 담보되는 채권의 한도액)으로, 이것이 있어야 '채무를 장래에 확정'한다는 근저당권의 의미가 확보되는 것이지요. 만약 채권최고액 없이 정해진 액수의 돈을 빌릴 거면, 그냥 저당권을 설정하면 되니까요.

*채권최고액의 법적인 의미는 근저당권설정자=채무자인 경우와 근저당권설정자=제3자(물상보증인)인 경우가 다릅니다. 요약하자면, 근저당권설정자=채무자인 경우 실제 채권액이 채권최고액을 초과하는 경우일지라도 그 채무의 일부인 채권최고액만을 변제하고 근저당권의 말소를 청구할 수는 없지만, 근저당권설정자=물상보증인인 경우에는 그것이 가능합니다. 즉, 전자의 경우 채권최고액이 우선변제권의 한도로서의 의미를 갖는 것에 불과하지만, 후자의 경우에는 최고액 범위 내의 채권에 한해서만 변제를 받을 수 있다는, 이른바 책임의 한도라는 의미까지 갖는다는 것입니다(배형원, 2019).  다만, 이 내용은 간단하게 말씀드릴 수 있는 범위를 넘는 것이어서 그냥 넘어가셔도 무방하고, 상세한 내용은 참고문헌을 참조하여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런데 채무가 불확실한 근저당권에서, 어느 시점에서는 채무를 정산해서 총 얼마를 빌렸는지 계산해 보아야 할 겁니다. 철수가 1억 5천만원을 최고액으로 해서 나부자에게 돈을 빌리는데, 하루에 1원씩 빌리면서 1억 5천만년 동안 빌리도록 내버려 둘 수는 없겠지요. 그러니까 예를 들어 "철수가 나부자로부터 빌리는 돈은 1억 5천만원의 채권최고액 한도 내에서 2022년 1월 1일까지 빌린 돈으로 한다" 이런 식으로 정할 필요가 있는 겁니다. 이를 '근저당권의 확정'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모든 근저당설정계약에서 언제 채무가 확정될 것인지 결산기를 명확하게 따로 정하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현실에서는 결산기를 따로 정하지 않는 근저당권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결산기를 별도로 정하지 않고 계약이 이루어진 경우에는 어떤 방법으로, 무엇을 기준으로 근저당권을 확정해야 하는 걸까요? 


우리의 판례는, "피담보채무는 근저당권설정계약에서 근저당권의 존속기간을 정하거나 근저당권으로 담보되는 기본적인 거래계약에서 결산기를 정한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존속기간이나 결산기가 도래한 때에 확정되지만, 이 경우에도 근저당권에 의하여 담보되는 채권이 전부 소멸하고 채무자가 채권자로부터 새로이 금원을 차용하는 등 거래를 계속할 의사가 없는 경우에는, 그 존속기간 또는 결산기가 경과하기 전이라 하더라도 근저당권설정자는 계약을 해제하고 근저당권설정등기의 말소를 구할 수 있고, 존속기간이나 결산기의 정함이 없는 때에는 근저당권설정자가 근저당권자를 상대로 언제든지 해지의 의사표시를 함으로써 피담보채무를 확정시킬 수 있으며, 이러한 계약의 해제 또는 해지에 관한 권한은 근저당부동산의 소유권을 취득한 제3자도 원용할 수 있다고 할 것이다."(대법원 2001. 11. 9., 선고, 2001다47528, 판결)라고 하여, 결산기를 따로 정하지 않은 경우에는 근저당권 설정자가 의사표시를 해서 채무를 확정시킬 수 있다고 합니다.


보통 은행에 가서 근저당권 설정하고 대출받으려고 하면, '지정형', '자동확정형', '장래지정형' 이런 식으로 설명을 해주면서 근저당권의 확정 시기를 어떻게 할 건지 정하고 계약서에 사인을 하게 될 겁니다. 지정형은 간단하게 그냥 몇 월 무슨 날에 근저당이 끝난다, 이렇게 정하는 거고요, 장래지정형이나 자동확정형은 계약일부터 예를 들어 3년이 경과하면 근저당권 설정자가 따로 서면으로 결산기를 정하게 해주는 방식인 건데, 자세한 내용은 각 은행에서 대출 상품 설명을 참고하시면 되겠습니다(대출 광고 아닙니다).




이제 제2항을 보도록 하겠습니다. 제2항에서는 "전항의 경우에는 채무의 이자는 최고액 중에 산입한 것으로 본다"라고 하는데요, 이것은 처음 빌린 돈 원금(원본) 뿐만 아니라 그에 따른 이자까지 채권최고액에 포함된다는 것을 말합니다.


어제 처음 저당권에 대해 공부했는데, 바로 근저당에 대해서 공부하는 바람에 다소 생소한 부분이 있었을 것 같습니다. 민법의 조문 순서가 공부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친절하게 작성되어 있지는 않기 때문인데요, 내일부터는 다시 저당권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참고문헌

김용덕 편집대표, 주석민법[물권(4)], 한국사법행정학회, 2019, 제5판, 57-58면(배형원).




2024.2.2. 업데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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