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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법과의 만남 Jul 04. 2019

민법 제39조, "영리법인"

제39조(영리법인) ①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사단은 상사회사설립의 조건에 좇아 이를 법인으로 할 수 있다.
②전항의 사단법인에는 모두 상사회사에 관한 규정을 준용한다.


전에 영리법인에 대해서 공부한 적이 있었습니다(제31조 파트 참조). 법인은 그 목적이 영리인지 아닌지에 따라 영리법인/비영리법인으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때 말씀드리기를, 민법에서는 비영리법인에 대하여 주로 규율하고 있다고 했지요.


사실 여기서 말하는 '영리'라는 것이 정확이 어떤 의미인가에 대해서 논의하려면 더 깊은 차원의 공부가 필요합니다. 현실에서는 비영리법인도 어느 정도의 수익사업을 하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런다고 해서 그 모든 법인을 영리법인이라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지요. 그러나 여기서 학설의 연혁과 논의를 모두 알아볼 필요는 없고, 그냥 쉽게 민법 제32조는 비영리법인에 대하여, 제39조는 영리법인에 대하여 서로 분리하여 규정하고 있다고만 하겠습니다.

제32조(비영리법인의 설립과 허가) 학술, 종교, 자선, 기예, 사교 기타 영리아닌 사업을 목적으로 하는 사단 또는 재단은 주무관청의 허가를 얻어 이를 법인으로 할 수 있다.


제39조를 찬찬히 뜯어봅시다. 제1항에서는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사단"이라고 하고 있으므로, 당연히 재단은 여기에 해당이 안됩니다. 모든 재단법인은 비영리법인이라고 제31조에서 공부했었습니다.


이러한 영리 목적의 사단은 '상사회사설립의 조건'에 좇아서 설립하면 됩니다. 상사회사의 설립조건은 '상법'에 의하여 정해지게 됩니다. 그런데 이런 생각이 듭니다. "상사회사란 뭔데?"


영리법인(회사)은 2가지로 다시 나뉩니다. 하나는 '상법'에 의한 상행위를 목적으로 하는 상사회사, 다른 하나는 상행위 이외의 영리행위(농업, 어업, 광업 등)를 목적으로 하는 민사회사입니다. 따라서 이러한 분류에 의하면, 민사회사는 '민법' 제39조에 따라 만들어지게 되고, 상사회사는 '상법'에 따라 만들어지게 되는 것입니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제39조는 민법과 상법의 개정 과정을 거치면서 크게 의미가 없는 조항이 되어 버렸습니다. 왜 그럴까요? 심심하고 하니 잠시 옛날 얘기를 해보겠습니다.

1910년 국권이 상실됨으로써, 우리나라에는 1912년에 조선총독부의 제령인 「조선민사령(朝鮮民事令)」에 의하여 일본의 「상법」이 의용(依用)되었다. 일본의 「상법」은 1861년의 「보통독일상법전(普通獨逸商法典, ADHGB)」을 기초로 1899년에 제정되었고, 1911년에 대폭 개정되었는데, 이 법이 우리나라에서도 시행된 것이다. 그리고 1938년에는 일본이 독일의 「유한회사법(有限會社法)」을 도입함으로써 우리나라에서도 이 법이 의용되었다. 1945년 광복 후에도 「미군정령(美軍政令)」 제21호 제1조 및 제2조에 의하여, 그리고 「제헌헌법(制憲憲法)」 제100조의 경과규정에 의하여 「의용상법(依用商法)」이 계속 시행되었다. 

- 출처,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http://encykorea.aks.ac.kr/Contents/Item/E0027098

우리나라의 상법이 처음 시행된 것이 바로 1963년 1월 1일인데요, 바로 이 상법이 시행되기 전까지 일본의 상법을 적용하고 있었고, 거기서는 '상사회사'에 대한 법적 근거만을 규정하고 있었기에 '민사회사'에 대해서는 민법에서 별도의 규정을 두는 것이 필요했던 겁니다. 상사회사건, 민사회사건 어쨌거나 법인이니까 당연히 법률에 의하여 설립되어야 하기 때문이지요(제31조를 다시 상기해 봅시다). 


그랬던 것이 1963년 1월 1일 '상법'이 시행되면서 회사의 개념을 "상행위 기타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것으로 정의해 버렸고, 그 결과 상행위 외의 행위까지 상법에서 포괄적으로 규율하게 되어 버렸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지금은 솔직히 상사회사니 민사회사니 하는 구별 자체가 크게 의미가 퇴색되었다고 하겠습니다.


*옛날의 상법 <법률 제1000호, 1962. 1. 20, 제정>
제169조 (의의) 본법에서 회사라 함은 상행위 기타 영리를 목적으로 하여 설립한 사단을 이른다.


한참 공부하고 나서야 제39조가 사실상 큰 의미 없는 조문이었다고 하니 좀 짜증 나기도 하실 것입니다. 하지만 제가 말씀드리고 싶었던 것은, 어떤 법률 규정이 있을 때에는 때로 그 법률의 연혁을 따져 보아야 그 규정의 의미가 제대로 드러나는 경우가 있다는 것입니다. 법학에서도 역사는 중요하다, 그런 뜻이지요.


내일은 법인의 설립과 정관에 대하여 공부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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