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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법과의 만남 Jul 03. 2019

민법 제38조, "법인의 설립허가의 취소"


제38조(법인의 설립허가의 취소) 법인이 목적 이외의 사업을 하거나 설립허가의 조건에 위반하거나 기타 공익을 해하는 행위를 한 때에는 주무관청은 그 허가를 취소할 수 있다.


앞서 주무관청이 법인에 대하여 그 사무를 검사하고 감독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고 공부하였습니다. 주무관청(소관 부처)은 제38조에 규정된 사유가 발생하였다고 판단할 때에는 법인 설립허가를 취소할 수 있습니다. 그 사유는 목적 이외의 사업을 하거나, 설립허가의 조건을 위반하거나, 기타 공익을 해하는 행위를 한 때입니다.


그런데 법인이라는 것 자체가 굉장히 설립하기도 까다롭고, 또 설립한 사람들 입장에서는 매우 중요한 것이기 때문에 법인의 설립허가를 제38조에 규정된 저 3가지 사유 외의 또 다른 사유로 취소하여서는 절대 안 됩니다. 법인은 법률에 따라 설립되지만, 또 법률에 따라서만 취소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우리의 판례 역시 "비영리법인 설립 후에 있어서의 허가취소는 (민법 제38조)에 해당되는 경우에 국한되는 것으로서 그 목적달성이 불능하게 되었다는 것으로는 (중략) 당연해산사유에 해당될지 몰라도 그 사유만으로 설립허가를 취소할 사유에 해당된다 할 수 없다."(대법원 1968. 5. 28. 선고 67누55 판결)고 하여 같은 입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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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제38조에서 말하는 사유는 의미가 구체적으로 뭘까요? 하나씩 살펴봅시다.


1. 법인이 목적 이외의 사업을 한 경우, 주무관청은 설립허가를 취소할 수 있다.

앞서 정관에 법인의 목적이 기재된다고 했고, 법인은 목적 범위 내에서 권리능력을 가진다고 했으니 법인에게 있어서 '목적'이라는 것은 굉장히 중요한 부분입니다. 따라서 목적 범위 외의 사업을 벌인다면, 주무관청을 이를 사유로 하여 설립허가를 취소해 버릴 수 있습니다.


판례는 "비영리법인이 ‘목적 이외의 사업’을 한 때란 법인의 정관에 명시된 목적사업과 그 목적사업을 수행하는 데 직접 또는 간접으로 필요한 사업 이외의 사업을 한 때를 말하고, 이때 목적사업 수행에 필요한지는 행위자의 주관적·구체적 의사가 아닌 사업 자체의 객관적 성질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4. 1. 23., 선고, 2011두25012, 판결)라고 하고 있습니다.


2. 법인이 설립허가의 조건에 위반한 경우, 주무관청은 설립허가를 취소할 수 있다.

조건이라는 표현이 여기서 처음 나옵니다. 깊이 파려면 조금 어려운 개념이지만, 간단하게 그냥 '허가에 조건을 달았다'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흔히 '조건부 허가'라는 표현, 일상생활에서도 사용하지요? "용돈을 10만 원 올려줄게. 하지만, 이번 중간고사에서 90점 이상을 맞아야만 올려 줄 거야." 이런 것이지요.


따라서 이런 경우에는 주무관청이 해당 법인에 대하여 설립허가를 내주면서, 이렇게 조건을 달았다고 보시면 됩니다. "법인 설립허가를 내주기는 할게. 하지만, A부터 C까지의 사업만 해야 하고, 그 외에 D부터 E까지의 수익사업을 해서는 안돼. 알았지?"

만약 이 법인이 조건에도 불구하고 D 또는 E의 사업을 하였다면, 주무관청은 그 허가를 취소할 수 있는 것입니다.


3. 법인이 공익을 해하는 행위를 한 경우, 주무관청은 설립허가를 취소할 수 있다.

앞의 2가지 요건은 이해하기 어려운 편은 아닙니다. 그러나 "기타 공익을 해하는 행위"라는 것은 좀 모호해 보입니다. 자칫 잘못하면 아무 사유나 들어서 주무관청이 허가취소를 해놓고, "내가 생각하기에 공익을 해하는 행위를 너희가 저질렀던 거 같아~"라고 할 수도 있지 않을까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렇게 되지는 않습니다. 주무관청의 재량이라는 것도 그 도가 지나치면 안 되기 때문이지요. 또한, 우리의 판례는 이 세 번째 요건의 의미에 대하여 "민법 제38조에서 말하는 비영리법인이 ‘공익을 해하는 행위를 한 때’란 법인의 기관이 직무의 집행으로서 공익을 침해하는 행위를 하거나 사원총회가 그러한 결의를 한 경우를 의미한다. 그리고 민법 제38조의 규정은 법인이 설립될 당시에는 그가 목적하는 사업이 공익을 해하는 것이 아니었으나 그 후의 사정변동에 의하여 그것이 공익을 해하는 것으로 되었을 경우에 대처하기 위한 것이라고 해석되는 점, 법인 설립허가취소는 법인을 해산하여 결국 법인격을 소멸하게 하는 제재처분인 점(민법 제77조제1항) 등에 비추어 보면, 민법 제38조에 정한 ‘공익을 해하는 행위’를 한 때에 해당된다고 하기 위해서는, 당해 법인의 목적사업 또는 존재 자체가 공익을 해한다고 인정되거나 당해 법인의 행위가 직접적이고도 구체적으로 공익을 침해하는 것이어야 하고, 목적사업의 내용, 행위의 태양 및 위법성의 정도, 공익 침해의 정도와 경위 등을 종합해 볼 때 당해 법인의 소멸을 명하는 것이 그 불법적인 공익 침해 상태를 제거하고 정당한 법질서를 회복하기 위한 제재수단으로서 긴요하게 요청되는 경우이어야 한다."(대법원 2014. 1. 23., 선고, 2011두25012, 판결)라고 하여, 공익을 해한다는 이유로 설립허가를 취소하기 위해서는 엄격한 심사를 거쳐야 함을 명시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만약 설립허가취소가 있게 되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요? 설립허가를 받아야 법인은 유효하게 존속할 수 있는 것이므로, 그 설립허가의 취소가 있게 되면 당연히 법인은 이제 해산하게 됩니다. 이제 법인이 없어지는 것이지요. 다만, 이때의 설립허가의 취소는 장래에 향하여서만 효과가 있는 것임에 주의하세요.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1월 1일, 민수가 비영리법인 A과 계약을 맺고 물품을 공급하였지만 돈은 나중에 받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1월 3일, 해당 비영리법인에 대한 설립허가취소가 내려졌습니다. 이 경우 설립허가취소의 효력을 1월 3일 이전으로 소급하게 되면 불쌍한 민수는 존재하지 않는 법인과 계약을 맺은 것이 되어 돈을 못 받게 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민수를 보호하기 위하여 제38조의 설립허가 취소는 그 효력이 소급하지 않고 장래에 향하여서만 발동하는 것으로 보고 있는 것입니다.


오늘은 설립허가의 취소에 대하여 상세히 알아보았습니다. 우리의 법률에서는 다소 모호한 표현이 있더라도, 판례와 학설에 의하여 그 의미를 상세하게 해석하고 법규를 자기 마음대로 해석하는 폐단을 막고 있습니다. 그러기 위하여 법학이 있는 것이기도 하지요. 그 과정에서 법학의 재미를 찾고 느끼시길 바랍니다.


내일은 영리법인에 대하여 공부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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