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68조(공동저당과 대가의 배당, 차순위자의 대위) ①동일한 채권의 담보로 수개의 부동산에 저당권을 설정한 경우에 그 부동산의 경매대가를 동시에 배당하는 때에는 각부동산의 경매대가에 비례하여 그 채권의 분담을 정한다.
②전항의 저당부동산중 일부의 경매대가를 먼저 배당하는 경우에는 그 대가에서 그 채권전부의 변제를 받을 수 있다. 이 경우에 그 경매한 부동산의 차순위저당권자는 선순위저당권자가 전항의 규정에 의하여 다른 부동산의 경매대가에서 변제를 받을 수 있는 금액의 한도에서 선순위자를 대위하여 저당권을 행사할 수 있다.
오늘은 제368조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내용이 꽤 길어질 것 같습니다.
새로운 개념이 등장합니다. 바로 ‘공동저당’입니다. 같은 채권의 담보를 위해 여러 부동산에 저당권이 설정된 경우 공동저당이라고 부르는데, 지금부터 예를 들어 이 공동저당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철수는 이웃인 나부자에게 5천만원을 빌리려고 합니다. 철수는 그동안 살펴본 바 돈 빌릴 이유가 굉장히 많은 친구이므로, 왜 돈이 필요한지는 이제 중요하지 않습니다. 어쨌든 나부자는 담보를 원합니다. 철수는 가문 대대로 물려받은 자신의 주택을 담보로 제공하려고 합니다. 그런데 나부자가 이렇게 말합니다.
“너의 주택만으로는 나는 안심할 수 없다. 내가 빌려준 돈은 5천만원인데, 너의 주택은 가치가 5천만원이 될지 안 될지 모르기 때문이지. 주택이 위치한 땅까지 저당을 걸어라. 계산해보니 땅은 가치가 4천만원은 되는 것 같으니까, 땅까지 저당을 걸면 내가 안심이 되겠다. 그래야만 나는 돈을 빌려줄 것이다.”
급전이 필요한 철수는 다른 대안이 없습니다. 그래서 주택뿐 아니라 땅까지 저당권을 설정하여 주기로 합니다. 1개의 채권(철수가 빌린 5천만원의 채권)에 2개의 저당권(주택, 토지에 대한 저당권)이 있는 것인데, 이것이 바로 공동저당입니다.
*1개의 채권을 여러 개의 부동산이 담보할 때 공동저당이라고 부르는데, 반대로 생각하면 여러 개의 채권을 1개의 저당권으로 담보하는 것도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하지만 일단 그런 경우는 공동저당이라고 부르지는 않습니다.
공동저당이라고 해도 사실 주택에 저당, 토지에 저당권을 설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각 부동산 모두 저당권설정등기를 해야 합니다. 하나만 하고 퉁칠(?) 수는 없습니다.
만약 철수가 나부자에게 기일 내에 돈을 갚지 못한다면 나부자(공동저당권자)는 철수의 주택, 토지를 모두 경매에 넘길 수도 있고, 둘 중 하나를 골라서 순차적으로 경매에 넘길 수도 있으며, 이는 나부자가 선택할 수 있습니다. 이를 공동저당권자의 실행선택권이라고 합니다.
여기까지만 보면 실행선택권 외에는 공동저당도 딱히 기존의 저당권과 크게 다를 바 없어 보입니다. 하지만 공동저당에서는 아주 중요하게 고려하여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바로 후순위저당권자의 이해관계입니다. 우리 민법은 이 부분을 조정하기 위하여 제368조를 두고 있습니다.
일단 공동저당이 걸린 부동산이 경매되는 경우, 그 팔린 돈을 분배하는 2가지 방법이 있는데요, 이를 각각 동시배당과 이시배당이라고 부릅니다. 각각의 경우를 살펴보겠습니다.
제1항에서 규정하고 있는 내용입니다. 공동저당권자인 나부자가 철수의 주택과 토지를 동시에 모두 경매에 넘겼다고 해봅시다. 경매에서 철수의 주택은 예상외로 값을 잘 받아 6천만원, 땅은 예상대로 4천만원에 각각 낙찰되었다고 합시다. 그러면 이제 제368조제1항에 따라, 나부자는 여러 부동산(주택, 땅)의 경매대가를 동시에 배당받을 때에는 각 부동산의 경매대가에 비례하여 받아야 합니다.
*동시배당은 ‘배당’을 동시에 한다는 것을 의미하지, 반드시 경매신청이 동시에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을 뜻하진 않습니다. 하지만 여기서는 이해의 편의를 위해서 땅과 건물이 동시에 경매에 넘어갔다고 가정하고 있습니다.
이게 무슨 말인가 하면, 주택은 6천만원, 땅은 4천만원에 팔렸으므로, 비율은 6:4가 되고, 따라서 나부자는 자신이 받아야 할 5천만원 중 10분의 6인 3천만원은 주택으로부터, 10분의 4인 2천만원은 땅으로부터 회수하면 된다는 것입니다. 궁극적으로 나부자는 5천만원을 모두 회수하였으니, 만족스럽겠죠.
“왜 근데 이렇게 각 부동산에서 나눠서 받아야 합니까? 주택이 6천만원에 팔렸으니까, 그냥 주택에서 5천만원 다 받으면 안 되는 건가요? 그러면 땅 팔린 값에서는 돈을 안 받으면 되는 거잖아요.”
이렇게 생각하실 수도 있습니다. 왜 나눠서 굳이 받아야 하는 걸까요? 사실 이건 제368조제1항의 입법취지와도 관련 있는 것인데, 만약 돈을 어디서 받을 것인지까지 공동저당권자가 선택할 수 있게 된다면 의외로 예측하지 못한 피해를 보는 사람이 생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철수와 나부자의 입장에서는 별로 큰 문제가 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제3자가 피를 볼 수 있는데요, 위의 사례에서, 철수가 나부자에게 돈을 빌린 이후 다른 사람들에게도 또 돈을 빌리고, 저당권을 설정해 주었다고 해봅시다. 예를 들면 아래와 같은 것입니다.
1. 철수의 주택(낙찰가 6천만원):
- 1번 공동저당권자(나부자, 빌려준 돈 5천만원)
- 2번 저당권자(최투자, 빌려준 돈 4천만원)
2. 철수의 땅(낙찰가 4천만원):
- 1번 공동저당권자(나부자, 빌려준 돈 5천만원)
- 2번 저당권자(영희, 빌려준 돈 2천만원)
그러니까 철수가 나부자에게 최초로 돈을 빌리고 공동저당권을 설정해준 후, 돈이 더 필요해서 최투자와 영희에게도 각각 돈을 빌렸다고 가정하는 겁니다. 대신 최투자에게는 주택에 저당권을 설정해주고, 영희에게는 땅에 저당권을 설정해 주었습니다.
제368조제1항에 따라 팔린 가격의 비율에 비례해서 나부자가 돈을 가져갈 경우, 주택이 팔린 돈 6천만원에서 나부자가 3천만원을 가져가게 되므로, (철수의 주택의 후순위 저당권자인) 최투자는 남는 돈 3천만원을 배당받을 수 있게 됩니다.
그리고 땅이 팔린 돈 4천만원에서 나부자가 2천만원을 가져가게 되므로, (철수의 땅의 후순위 저당권자인) 영희는 남은 돈 2천만원을 배당받을 수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최투자는 3천만원이라도 회수할 수 있고, 영희는 자신이 철수에게 빌려준 돈 전부를 회수할 수 있게 되어 그럭저럭 행복합니다.
*경매에서의 집행비용, 제세공과금 등의 문제는 없는 것으로 단순하게 가정하겠습니다. 만약 집행비용이나 제세공과금 등 선순위채권까지 고려하는 경우에는 이러한 비용을 빼고 다시 안분비율을 계산해야 하므로, 내용이 좀 복잡해질 것입니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만약 나부자가 “나는 주택이 팔린 돈 6천만원에서 내 돈 5천만원을 다 받을래.” 이렇게 선택할 수 있다고 해봅시다. 그러면 철수의 주택이 팔린 돈 6천만원에서 5천만원이 빠지고, 최투자는 고작 1천만원만 받게 됩니다. 원래대로라면 3천만원을 받아야 했는데, 1천만원으로 줄어 버린 것입니다. 최투자 입장에서는 피를 보게 되는 것이지요.
그래서 제368조제1항은 공동저당권자가 자신의 마음대로 돈을 받아가지 못하게 하고, 동시배당의 경우에는 각 부동산의 경매대가에 따라 돈을 받아가도록 하는 것입니다. 이것을 부담안분의 원칙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판례는 이에 대하여, “민법 제368조 제1항은 동일한 채권의 담보로 수개의 부동산에 저당권을 설정한 경우에 그 부동산의 경매대가를 동시에 배당하는 때에는 각 부동산의 경매대가에 비례하여 그 채권의 분담을 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위 규정은 공동저당권의 목적물 전체 환가대금을 동시에 배당하는 이른바 동시배당의 경우에 공동저당권자의 실행선택권과 우선변제권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각 부동산의 책임을 안분시킴으로써 각 부동산상의 소유자와 차순위 저당권자 기타의 채권자의 이해관계를 조절하는 데에 취지가 있고, 공동근저당권의 경우에도 적용된다.”라고 하여 서로 다른 이해관계자 간의 조절을 위한 법규정임을 밝히고 있습니다(대법원 2014. 4. 10. 선고 2013다36040 판결).
위에서 우리가 살펴본 사례는 2개 이상의 부동산이 동시에 경매에 넘어가 팔리고, 동시에 배당되는 것을 가정하였습니다. 그런데 현실에서는 판매대금이 동시에 배당되지 않고, 순차로 배당되는 수도 있습니다. 이런 경우를 이시(異時)배당이라고 하는데, 제368조제2항은 바로 이시배당의 경우를 다루고 있습니다.
제368조제2항에 따르면, 공동저당의 여러 부동산 중 일부의 경매대가를 먼저 배당하는 이시배당의 경우에는 그 대가에서 채권 전부의 변제를 받을 수 있다고 합니다. 네, 그냥 먼저 처분한 것에서 그냥 채권을 회수하라는 뜻입니다. 간단하지요.
그런데 다음 문장이 문제입니다. 제2항 후단에서는, 경매된 부동산의 차순위 저당권자는 선순위 저당권자가 전항의 규정(제1항)에 따라 다른 부동산의 경매대가에서 변제를 받을 수 있는 금액의 한도에서 선순위자를 대위하여 저당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합니다. 이건 무슨 뜻일까요?
일단, ‘대위’라는 단어는 우리가 이미 한번 본 적이 있었습니다. 바로 민법 제342조에서 공부한 ‘물상대위’입니다. 제342조에서 공부했던 것은 질권에서의 물상대위인데, 제368조에서는 그냥 ‘대위’를 다루고 있습니다. 한자는 같지만 조금 의미는 다른데, 물상대위는 담보물권의 효력이, 그 목적물에 갈음하는 어떤 것에 미친다는 의미이고, 여기서의 대위는 ‘피대위자’가 가지는 일정한 물건 또는 권리가 법률상 당연히 ‘대위자’에게 이전한다는 것을 뜻합니다.그렇다면 제368조제2항 후단에서는 어떤 권리가 누군가에게 이전한다는 것을 규정하고 있는 것인데요, 과연 무슨 권리가 누구에게 이전한다는 뜻일까요? 위의 사례를 다시 살펴봅시다.
1. 철수의 주택(낙찰가 6천만원):
- 1번 공동저당권자(나부자, 빌려준 돈 5천만원)
- 2번 저당권자(최투자, 빌려준 돈 4천만원)
2. 철수의 땅(낙찰가 4천만원):
- 1번 공동저당권자(나부자, 빌려준 돈 5천만원)
- 2번 저당권자(영희, 빌려준 돈 2천만원)
여기서 공동저당권자인 나부자가 철수의 땅 말고 주택만 먼저 경매에 넘겼다고 해봅시다. 철수의 주택은 6천만원에 낙찰되었고, 나부자는 여기서 자신의 채권 5천만원을 회수하면 됩니다. 간단합니다.
문제는 주택의 2번 저당권자인 최투자입니다. 최투자 입장에서 생각해 보세요. 좀 억울할 수도 있지 않습니까? 만약 나부자가 동시배당을 했다면, 최투자는 제368조제1항에 따라 3천만원을 배당받을 수 있었을 겁니다. 그런데 나부자가 주택을 먼저 경매에 넘기기로 결정했다는 이유 하나 때문에, 자신은 이제 1천만원밖에 못 받게 됩니다. 나부자의 마음먹기에 따라 자신이 받을 돈이 줄어들었다가 늘어났다가 하는 건데요.
이런 억울함을 풀어 주기 위해 제368조제2항이 있습니다. 일단, 나부자는 별로 억울할 것 없이 자신의 채권 5천만원을 모두 해소하고 끝이 납니다. 그냥 돈 들고 집에 가면 됩니다.
그리고 최투자의 경우, 동시배당을 할 때에 비하여 이시배당이 이루어짐으로써 사실상 배당의 불이익을 받게 된 후순위 저당권자이므로, 선순위 공동저당권자(나부자)의 미실행 저당권이 후순위 저당권자(최투자)에게 법률상 당연히 이전하는 것으로 해석됩니다(오민석, 2019). 이것이 바로 ‘대위’입니다(저당권이 나부자에게서 최투자로 이동).
즉, 나부자의 입장에서는 이미 자신의 피담보채권이 만족을 얻어 소멸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저당권은 법률에 따라 최투자에게도 이전되어, 최투자(후순위 저당권자)의 피담보채권을 담보하게 되는 독특한 상황이 발생하는데요, 원래는 피담보채권이 소멸하면서 함께 소멸해야 할 저당권이 살아 숨 쉬는 것으로서, 저당권의 부종성에 대한 예외라고 해석하기도 합니다(오민석, 2019).
*저당권의 부종성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내일, 제369조에서 살펴볼 예정입니다. 제369조를 읽으면서 한번 비교하여 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따라서 제368조제2항을 다시 풀어써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
“공동저당에서 여러 부동산 중 일부의 부동산이 먼저 팔려서 경매대가를 먼저 배당하는 경우(이시배당)에는, 공동저당권자(나부자)는 먼저 배당되는 부동산에서 채권 전부의 변제를 받을 수 있다. 그런데 먼저 팔린 부동산의 차순위 저당권자(최투자)는 선순위 저당권자(나부자)가 전항의 규정(제1항)에 의하여 동시배당을 받는다고 가정했을 때 가져갈 수 있는 금액의 한도에서 나부자를 대위하여 저당권을 행사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제 최투자는 어떻게 하면 될까요? 최투자는 선순위 저당권자인 나부자를 대위하여, 아직 팔리지 않은 철수의 다른 부동산(땅)에 대해서 저당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됩니다. 따라서 나중에 철수의 땅이 경매에서 4천만원에 팔리게 된다면, 최투자는 거기서 나머지 2천만원을 보전받을 수 있는 것입니다. 특히 최투자는 (나부자가 가졌던) 땅의 1순위 저당권에 기하여 영희보다도 앞서 돈을 변제받을 수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최투자가 받게 되는 금액은 3천만원, 영희가 받게 되는 금액은 2천만원이 되어, 동시배당에서와 같은 결과가 됩니다.
오늘은 제368조를 공부하면서, 동시배당에서와 이시배당에서 공동저당권자가 어떻게 배당을 받게 되는지, 그리고 혹시 그로 말미암아 불이익을 받을 수 있는 후순위 저당권자 등은 어떻게 보호할 수 있는지를 공부하였습니다.
사실 원래 여러 교과서에서는 이 파트에서 더 많은 문제들을 다룹니다. 공동저당이 걸린 부동산 중 일부가 채무자 본인 소유가 아닌 물상보증인의 소유인 경우 후순위 저당권자의 대위 문제, 물상보증인 소유의 부동산이 먼저 경매된 경우 물상보증인의 변제자 대위와 후순위 저당권자의 대위 간의 관계, 공동저당권자보다 선순위 저당권자가 있는 경우의 문제 등을 함께 서술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 이 모든 것을 다 논의하자면 지나치게 내용이 길고 복잡해지므로, 여기서는 간단한 형태로만 제368조를 맛보고 지나가는 것으로 양해하여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내일은 저당권의 부종성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참고문헌
김용덕 편집대표, 「주석민법 물권4(제5판)」, 한국사법행정학회, 2019, 203면(오민석).
2024.2.6. 업데이트